편안함과 짜릿함의 절묘한 양립 - 아우디 RS e-tron GT 시승기
상태바
편안함과 짜릿함의 절묘한 양립 - 아우디 RS e-tron GT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4.04.24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우디 코리아가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는 아우디 e-익스피리언스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아우디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Q4 e-트론 모델과 더불어, 강력한 성능과 빼어난 스타일을 자랑하는 e-트론 GT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아우디 전기차 라인업의 대표선수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아우디 Q4 e-tron이 아우디 전기차 라인업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모델이라면, 다음에 시승하게 된 RS e-tron GT는 궁극의 성능과 주행의 경험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아우디 RS e-tron의 외관은 형제차로 알려진 타이칸과 전반적인 형상은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차량 자체의 인상은 전혀 다르다. 특히 전면부와 후면부에는 아우디의 디자인 언어가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한층 세련되면서도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이미지가 더욱 강조되어 있는 측면이 있다. 전면부는 대형의 블랙 하이글로스 패널을 사용해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패널이 일체화되어 있는 강렬한 인상을 주며, 차량의 하단을 빙 둘러 적용되어 있는 블랙 하이글로스 에어로 파츠, 그리고 마치 냉각팬을 연상케 하는 RS e-tron GT 전용의 5스포크 휠 등이 눈에 띈다.

후면부의 디자인은 특유의 매끈하게 잘 빠진 차체 형상을 보기 좋게 마무리하며, 스타일링이 완성되는 대목이다. 패스트백형의 차체 디자인 때문에 해치도어 형태의 테일게이트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반적인 세단의 트렁크 리드를 사용한다. 아우디 e-tron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체형의 테일램프는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하단에는 대형의 디퓨저가 마련되어 있다.

RS e-tron GT의 인테리어는 알칸타라로 마감된 단단한 스포츠 버킷시트와 작은 직경의 스티어링 휠, 그리고 스포티한 분위기를 차내에서도 느기게 해 주는 전용의 인테리어 테마가 압권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아우디의 인테리어는 지나친 디지털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종래의 내연기관 자동차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계기류 및 스위치 패널 배치로 처음 타는 사람에게도 친절한 편이다. 근래 들어 출시되는 양산차, 특히 전기차들의 경우에는 물리버튼들을 터치스크린 안에 꾸역꾸역 우겨넣거나 별도의 터치패널로 처리하는 등, 상식 밖의 구성을 지니는 차들이 많아졌는데, 아우디 RS e-tron GT는 그나마 그러한 경향의 마수가 닿지는 않은 모양새다.

RS 전용의 스포츠 시트는 탄탄한 착좌감은 물론, 편안함도 겸비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순수 스포츠카를 위한 시트로 보이지만 주행을 하면 할수록 장시간의 주행에도 흔들림없이 편안함을 제공하는 그랜드 투어러의 시트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또한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전동조절 기능이 적용되어 있는 것은 물론, 각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뒷좌석은 의외로 충실한 거주성을 제공한다. 후방이 낮아 뒷좌석 공간 확보에 불리한 패스트백 형상임에도 불구하고 내부구조를 효율적으로 설계하여 성인에게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거주성을 제공한다. 경쟁사의 4도어 패스트백 의외의 실내공간을 제공하는 A7의 사례를 생각하면 독일계 브랜드 가운데서도 실내공간을 비교적 여유롭게 확보하려는 아우디의 성향이 드러난다.

아우디 RS e-tron GT는 93.4kWh 용량의 패터리팩에 시스템 합산 98마력의 최고출력과 84.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로 구동계를 구성한다. 특히 RS e-tron GT에는 전용의 '부스트 모드'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모드를 사용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최고출력이 646마력까지 상승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평시 3.6초, 부스트 모드 사용시 3.3초에 불과해, 가히 브랜드 최강의 전기차 다운 면모를 뽐낸다. 1회 충전당 최대 주행거리는 도심 331km, 고속도로 342km, 복합 336km다.

아우디 RS e-tron GT는 폭발적인 성능을 안에 품고 있지만, 일상에서는 여느 고급세단 보다도 더 조용하고 편안하다. 차체가 상당히 낮지만 적당한 높이의 시트포지션을 확보했고, 전방 시야도 상당히 신경을 쓴 구조인 덕분에 일상운행에서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 주행 모드는 기본 '컴포트' 모드가 설정되며, 이 모드 하에서는 그저 차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려주는 정도의 소음만이 들어오며, 별도의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흘러 나오는 소음도 꽤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편이다. 승차감과 정숙성 면에서 가히 그랜드 투어러의 감각을 안겨준다. 이 뿐만 아니라 주행하는 내내, 내연기관 자동차의 것에 상당히 가까운 질감이 운전자로 하여금 더욱 운행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반면 주행 모드를 '퍼포먼스'로 전환하면 숨겨왔던 본능을 드러낸다. 이 때부터 실내로 흘러드는 구동음이 한층 강렬해지는데, 이 역시 전기차로서 자연스러운 수준이다.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음향효과를 낸다거나, 내연기관의 엔진구동음을 그대로 출력하는 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RS e-tron GT는 자연스러운 선에서 절제되어 있는 감각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속은 그야말로 인정사정없이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정확하게 속도를 끌어올려줄 뿐만 아니라, 이 와중에도 전기차 특유의 이질적인 느낌들을 감추고, 내연기관 자동차를 주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속적으로 연출해, 즐거운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아우디 RS e-tron GT는 차체 길이만 5미터에 육박하고 휠베이스도 상당히 긴 차량이지만, 현대적인 전기차의 공통적 특장점이라 할 수 있는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시종일관 진중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선사한다. 운전자의 의도에 착실하게 따라주는 한 편으로, 스포츠카로서의 공격성보다는 그랜드 투어러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더 강하다. 특히 낮은 차체와 탄탄한 스포츠 시트, 낮은 무게중심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운전자로 하여금 몰입감 있는 주행의 경험을 제공한다.

아우디 RS e-tron GT는 'GT'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전기차다. 절제된 세련미가 돋보이는 외관과 함께 편안하고 친숙한 구성, 고급스럽고 만족스러운 감성품질, 그리고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로서의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주행의 경험으로 누구에게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차다. 여기에 일상에서도 함께할 수 있는 자동차로서의 요소들 역시 빼놓지 않고 충실하게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능동안전사양까지 적용된다. 비록 형제차인 포르쉐 타이칸에 밀려 빛이 바래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아우디 RS e-tron GT는 포르쉐와는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하는 차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