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을 통해 귀여움 더한, 더 뉴 레이

기사입력 2018.03.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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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레이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동심으로의 회귀’다. 어릴 적 손에서 떼지 못했던 장난감을 다시 마주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워진 레이는 정교하게 짜인 사각형 플라스틱 모형에 원형 돌기가 가지런히 자리 잡아 마음 가는 대로 모양을 만들 수 있던 레고 블록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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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는 페이스리프트 전부터 앙증맞은 박스형 디자인으로 매력을 어필해왔다. 하지만 이번 더 뉴 레이는 그 매력이 더 강조된 느낌이다. 디테일을 손보면서 이미지를 살짝 고쳤다. 기아자동차 특유의 호랑이 코 라디에이터 그릴을 과감하게 지우면서 보닛과 일체화된 느낌을 만들었다. 그 밑으로 라디에이터 기능을 하는 가느다란 그릴을 배치했다. 양 끝에 자리한 안개등은 11자 형태로 균형감을 더했고 범퍼 라인도 이전 모델 대비 직선적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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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서는 데뷔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던 상자형 차체의 실루엣이 그대로 눈에 들어 온다. 부분변경인만큼, 측면에서는 큰 변화를 감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유일무이한 스타일이다. 이러한 차체 형상은 호불호가 다소 갈리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박스형 경차라고 할 수 있는 레이의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뒤쪽에서 본 레이는 그야말로 사각형 박스 모양이다. 이러한 형상은 짐을 싣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준다. 기존의 수직형 테일램프는 C자형으로 변화를 줬으며 양쪽 테일램프 사이로 허니컴 패턴을 적용하여 색다른 멋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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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 서서 단번에 알 수 있는 것은 공간이 넓다는 것. 실내 공간 및 적재 능력이 뛰어난 박스카의 강점을 그대로 체감할 수 있다. 생각 이상으로 넓은 공간에 꽤나 놀라게 된다. 운전석뿐만 아니라 조수석, 2열 모두 공간이 넉넉하며 컵 홀더 아래, 실내 천장, 뒷좌석 바닥 등 곳곳에 수납공간을 마련한 것도 인상적이다. 단순히 실내가 넓을 뿐만 아니라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여러 고민이 깃든 자동차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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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의 공간 활용성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었던 부분은 슬라이딩 도어를 차용했다는 점이다. 부피가 큰 짐을 싣고 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가늘고 긴 물건 등을 적재할 때 상당히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뒷좌석을 최대한 앞으로 당기고 접었을 경우 약 1,324리터의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슬라이딩 도어 측의 B 필러가 없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수월한 적재 및 승하차가 가능하다. 천장의 높이도 상당히 높아 실을 수 있는 물건의 영역도 많아지며 탑승하는 사람의 신체 조건 범위도 넓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실내 공간의 장점들은 운전하는 동안 단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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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의 전고는 1,700mm로 상당한 수준이고 시야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시트 포지션의 모호함이 그장점을 잊게 만든다. 어딘지 모르게 몸을 부자연스럽게 구기게 된다. 시트에 앉아 지그시 페달을 앞으로 미는 자세가 아니라 시트가 높은 SUV처럼 위에서 페달을 누르는 자세가 된다. 액셀러레이터 및 브레이크 페달이 지나치게 가볍게 느껴진다. 네 살배기 어린아이 달래듯 페달을 밟으려 해도 간혹 힘 조절 실패로 급정거, 급출발하게 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발의 포지션을 위해 시트 거리를 조절하다 보면 팔이 스티어링 휠과 멀어지고, 반대로 스티어링 휠과 팔의 거리를 조절하다 보면 발의 포지션이 어딘가 모르게 망가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참고로 기자의 신장은 173c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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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는 박스형 디자인을 채용하여 우수한 실내공간을 얻었지만 그 때문에 불리한 면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불어오는 맞바람을 곧이곧대로 다 맞아야 한다. 이 때문에 연비가 상대적으로 나쁠 수밖에 없다.또한 옆바람을 맞으면 차체가 곧잘 휘청거린다. 화창한 날에는 실내의 난반사가 심해 집중력을 흐트리기도 한다. 에어컨 및 히터 바람이 실내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태생적 한계를 감수하고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한 데서 나온 결과물이니 심각하게 몰아세울 순 없는 노릇이다.

레이의 파워 트레인은 1.0리터 가솔린 엔진에 4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 출력은 78마력이며 최대 토크는 9.6kg.m이다. 하지만 레이의 동력성능에 크게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애초에 레이의 동력 성능을 둘러보며 구매 결정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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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를 이끌고 꽉 막히는 퇴근시간 강남으로 나갔다. 혼잡한 도심에서의 레이는 모호한 시트포지션만 제외하면 기대 이상의 편의성을 보여주었다. 굴곡 없고 널찍한 유리창은 탁 트인 전방 시야를 확보하기 수월하다. A 필러 부분이 굵직하기 때문에 운전자 시야의 사각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야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단점으로만 보였던 높은 시트는 정체 구간에서 앞 차와의 간격을 조금 더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장점으로 변모했다.

코너링에서도 무난했다. 박스카 특성상 코너 진입과 탈출에서 불안정한 부분은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롤링도 적고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 영향으로 밸런스 유지도 잘 이뤄졌다. 물론 조급한 마음에 급코너에서 레이를 몰아붙였을 때는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치며 위태로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가벼운 스티어링 휠 조향감도 불안감을 더 크게 느껴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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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구간에서 주행 후 도로 사정이 원활한 곳으로 진입했다. 직선으로 이어진 구간에서 과감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이에 돌아온 레이의 대답은 ‘인내’였다. 천천히 여유롭게 속도를 올린다. 완전 정지 후 오르막길을 달릴 때의 레이는 힘겨운 모습이 역력했다. 1.0리터 엔진은 연신 신음을 내뿜었고 차체는 잔 진동을 일으켰다. 경사가 심하고 긴 오르막길이 흔한 것은 아니지만 레이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자신의 경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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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의 주요한 상품 경쟁력 중 하나로 연비를 지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한민국 1리터급 경차들의 연비는 생각만큼 그리 뛰어나지 않다. 대한민국의 경차들은 여전히 차체 크기에 비해 동력이 부족한 엔진을 사용하며, 가격 문제로 인해 일반적인 자동 변속기를 여전히 사용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 CVT나 AMT(자동화 수동변속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CVT나 AMT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데다 비용적인 문제로 인하여 기아는 여전히 비효율적인 자동 4단 변속기를 쓰고 있다.

레이의 연비는 기대만큼 높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던 맞바람을 정직하게 받아들이는 구조적 한계와 이전 세대의 모닝과 똑같은 파워트레인의 영향이 크다.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 수동모드를 이용하는 것도 생각만큼 여의치 않다. 기어 노브의 위치가 일반적으로 손이 내려지는 센터 콘솔 앞부분이 아니라 전면 디스플레이 화면 바로 밑에 배치돼 있어 다소 어색하다. 수동 모드로 주행 시 트립 컴퓨터 상에 나타난 연비는 11km/l. 하지만 오래 주행하기에는 손의 피로감 때문에 이내 자동 변속 모드로 전환하게 된다. 자동 변속 모드로 주행 시 트립 컴퓨터 기준으로 10.4km/l였지만 변속 충격이 적어 자동 변속 모드 주행이 스트레스가 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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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의 가격은 디럭스 1,315만 원부터 프레스티지 1,570만 원까지 (VAN 모델은 1,210 ~ 1,265만 원) 형성되어 있다. 이는 국내 경차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 상대인 쉐보레 스파크, 기아 모닝보다 엔트리 모델의 가격이 월등히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레이를 두 차종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레이는 틈새시장용 차종이다. 차가 가진 특성이 극명하고 수요도 두 차종과 크게 겹치지 않는다. 레이는 박스형 차체가 가진 우수한 공간활용성을 대가로 일반적인 자동차에 요구되는 요소들을 다소 양보한 차이기 때문이다. 장단점이 명확한 레이는 그야말로 양날의 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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