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현대 제네시스 쿠페

기사입력 2018.06.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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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와 스텔라가 단종된 이후 현대자동차의 승용차 라인업은 줄곧 전륜구동을 고수해 왔다. 면허생산 차종인 갤로퍼나 테라칸 같은 경우를 제외한 독자개발 차종은 소형부터 대형에 이르기까지 전륜구동 일색이나 마찬가지였다. 현대차가 전륜구동을 고집한 이유로는 ‘상품’으로서의 자동차가 가져야 할 미덕을 두루 갖춘 구동방식라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륜구동은 엔진과 구동부가 모두 앞에 있으므로 실내공간 확보에 유리하고 추진축과 차동기어가 필요 없기 때문에 후륜/사륜구동에 비해 무게를 줄일 수 있으며, 이 덕분에 연비 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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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자동차는 200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어 신형 후륜구동 차종의 개발을 알렸다. 2007년 뉴욕 오토쇼에서 선보인 ‘제네시스 컨셉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또한 뒤이어 펼쳐진 LA 오토쇼에서는 이 차를 바탕으로 개발한 스포츠 쿠페 컨셉트인 ‘제네시스 쿠페 컨셉트’를 공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08년에 이들 컨셉트카는 양산을 위한 일련의 변화와 함께 컨셉트카의 이름 그대로 내수시장에 ‘또 하나의 제네시스’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양산차로 등장했다.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쿠페는 등장과 함께 화제가 되었다. ‘제네시스’의 이름을 달고 있던 차들은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종래의 현대차들과는 전혀 다른 컨셉트와 방향성을 지니고 만들어졌으며, 이를 위해 현대차 역사상 최초의 전담 개발팀까지 구성될 정도였다. 이 ‘전혀 다른 컨셉트와 방향성’을 상징하는 요소로는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후륜구동’ 시스템의 채용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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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등장한 제네시스 계열의 차종들은 기원(起源) 내지는 성경의 창세기를 뜻하는 그 이름에 걸맞게, 현대자동차의 신기원을 보여준 차종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2015년부터 이 이름은 현대자동차 기술력의 정수를 보여 줄 하나의 고급 브랜드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현대자동차의 역사에 신기원을 열어 준 제네시스 형제 중 유달리 독특하고 인상적인 컨셉트를 가진 차로는 ‘제네시스 쿠페’를 꼽을 수 있다. 제네시스 쿠페는 현대자동차 최초의 ‘정통파’ 후륜구동 스포츠 쿠페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시도한 정통파 후륜구동 스포츠 쿠페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스쿠프, 티뷰론, 투스카니 등의 쿠페형 차종을 만들어 왔고 이들 모두 시장에서 호평을 얻었다. 특히 2도어 쿠페에 낭만을 가졌던 젊은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으로 통했다. 그리고 이들 차종은 대한민국 모터스포츠 업계의 성장과 발전에도 혁혁한 기여를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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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 세 차종은 근본적으로 ‘스페셜티카(Specialty Car)’라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스페셜티카는 8~90년대에 유행했던 세그먼트 중 하나로, 값비싼 정통파 스포츠카에 비해 낮은 성능을 지니고 있지만 스포츠 쿠페의 매력적인 외모와 감각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차종을 이른다. 스페셜티카는 높은 접근성으로 ‘대중의 스포츠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 반면, 구조 상으로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이 없기 때문에 ‘무늬만 스포츠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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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네시스 쿠페는 이들과는 혈통 자체가 달랐다. 사상 최초로 전담 팀이 꾸려져 개발된 제네시스 프로젝트의 산물인 만큼, 그동안의 현대차 쿠페와는 전혀 다른 설계사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차였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스페셜티카들 때문에 국내 제 1의 자동차 기업이면서도 ‘제대로 된 스포츠카 하나 못 만든다’는 냉소 어린 시선을 타파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 그리고 후륜구동을 비롯한 신기술 확보의 필요성도 제네시스 쿠페의 개발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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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BK’로 명명된 제네시스 쿠페는 2004년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스포츠카 개발을 목표로 제네시스 쿠페의 개발에 임했다. 이전까지의 전륜구동 스페셜티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고성능과 차원이 다른 주행 경험을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즉 처음부터 ‘무늬만 스포츠카’가 아닌 정통 스포츠 쿠페로 개발된 것이다. 2도어 쿠페형 차체를 제외하면, 역대 현대차의 쿠페형 자동차들과 공통되는 점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후륜구동은 서두에 언급한 전륜구동에 비해 실내공간 확보와 연비 향상에 불리하다. 하지만 세계의 고급 자동차들은 물론, 본격적인 고성능 지향의 자동차들은 상당수가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것은 전륜구동이 갖지 못하는 후륜구동만의 장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륜구동은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추진축과 조향체계 등이 차체 앞쪽에 모여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차체 앞이 무거워진다. 그러나 후륜구동은 다르다. 차체 후방에 추진축과 차동기어 등의 부품이 자리하고 설계에 따라 엔진의 위치를 휠베이스 안쪽으로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이론 상 50:50에 가까운 균형 잡힌 중량의 배분이 가능하다. 균형 잡힌 중량 배분은 우수한 승차감과 운동성능의 구현을 위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구동륜과 조향륜이 각각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고출력에 대응하기 용이하다. 고급 자동차 업계에서 후륜구동이 여전히 상식에 가깝게 통용되고 있는 원동력이 여기서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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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BK의 개발진은 개발 당시의 부담감이 막중했다고 전한다. 당시 개발진은 첫 정통 스포츠 쿠페를 만들기 위한 지상 과제로 55:45의 전후 중량 배분을 설정했다. 그리고 디자인은 물론, 섀시 특성에 대한 방향성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잡아내기 위해 경쟁차종으로 지목한 각종 스포츠 쿠페 모델들을 수 없이 분해하고 재조립해가며 분석을 거듭했다. 그리고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핸들링 특성을 가다듬기 위해 찾는 그곳,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도 테스트 중인 모습들까지 포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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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7년 11월에 열린 LA오토쇼에서 제네시스 쿠페 컨셉트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LA오토쇼에서의 깜짝 등장한 제네시스 쿠페 컨셉트는 현대차의 컨셉트카, ‘HCD-9’의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외관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듬해 3월에 열린 2008 뉴욕 오토쇼에서 비로소 양산차의 형태로 데뷔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동년 10월, 대한민국 시장에도 출시가 진행되며 스포츠 쿠페를 기다려 온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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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제네시스 쿠페의 출시 전에 티저 광고를 내보냈는데, 해당 티저 광고는 후륜구동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차의 움직임을 고속촬영 슬로우모션으로 내보내며 ‘인생은 짧다’라는 단 한마디의 문구로 끝 마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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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는 스타일 면에서 제네시스 쿠페 컨셉트의 것을 대부분 계승하고 있었다. 컨셉트카 HCD-9에서 차용한 독특한 형태의 쿼터글라스와 공격적인 스타일의 전면부 디자인, 그리고 매끄러운 형상을 이루는 2도어 패스트백 쿠페형 차체까지 컨셉트카의 그것을 대부분 계승했다. 실내 디자인 역시, 스포츠 쿠페에 어울리는 독특한 분위기와 더불어, 당시의 현대차 인테리어 디자인 중 가장 과감한 시도가 돋보였다. 길이는 4,630mm, 폭은 1,865mm, 높이는 1,385mm로 지금의 인피니티 Q60과 비슷한 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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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2.0리터 직렬 4기통 세타엔진을 후륜구동용의 세로배치형으로 전환하고 터보차저를 적용한 2.0 세타 TCI 엔진과 제네시스 쿠페를 위해 개발된 3.8리터 V6 람다 MPI 엔진의 두 가지가 마련되었다. 2.0 세타 TCI 엔진은 210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30.5kg.m/2,000rpm의 최대토크를, 3.8 람다 MPI 엔진은 303마력/6,300rpm, 36.8kg.m/4,7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변속기는 6단 수동변속기를 기본으로 2.0 TCI 엔진에는 자동 5단, 3.8 람다 MPI 엔진에는 자동 6단 변속기를 각각 고를 수 있었다. 여기에 토르센 방식의 차동제한장치(Limited Slip Differential, LSD)까지 기본으로 적용되며 실로 든든한 하드웨어를 갖췄다. 2.0 TCI 모델은 사양에 따라 18인치 혹은 19인치 휠이 적용되었으며, 3.8 모델에는 19인치 휠이 기본 사양이었다. 또한 선택 사양으로 이탈리아의 브레이크 명가, 브렘보(Brembo)의 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었다. 이 당시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는 통칭 ‘젠쿱’이라는 줄임말로 불렸다. 0-100km/h 가속은 제네시스 쿠페 2.0 TCI 모델이 8.5초에, 3.8 람다 엔진 모델은 6.5초에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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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시장에 출시된 후기형 모델은 전기형 모델에 비해 여러가지 부문에서 개량이 가해졌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전후면의 디자인과 더불어 인테리어 디자인도 크게 변화하였다. 다만, 외관 디자인에서의 변화는 지금도 그 호오가 명확히 갈리는 편이다. 반면 인테리어는 전기형에 비해 한층 세련된 스타일로 변화하여 좋은 평가를 얻었다. 통칭 ‘신쿱’으로 불리는 후기형 제네시스 쿠페의 변화는 비단 겉모습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특히 파워트레인의 대대적인 개량을 통해 한층 강력해진 성능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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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의 경우, 2.0 TCI 엔진은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기술과 대용량 인터쿨러를 적용하는 등의 대대적인 개량을 거쳤다. 그 결과 275마력/6,000rpm의 최고출력을 낼 수 있었다. 이는 전기형에 비해 50마력 이상 향상된 수치였다. 최대토크는 38.0kg.m/2,000~4,500rpm으로 7kg.m 이상의 향상을 이루었다. 이로써 제네시스 쿠페 2.0 모델은 기존 대비 1.3초나 단축된 7.2초의 0-100km/h 가속 시간을 기록했다.


3.8 람다 엔진에는 직분사기구의 채용과 함께 흡배기 연속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D-CVVT) 등의 적용으로 350마력/6,400rpm으로 출력이 상승했으며 최대토크 역시 40.8kg.m/5,300rpm으로 더욱 향상되었다. 제네시스 쿠페 3.8 모델은 향상된 성능을 바탕으로, 기존 엔진 대비 0.6초 단축된 5.9초의 0-100km/h 가속 시간을 기록하게 되었다. 변속기는 기존 5.6단 자동변속기를 모두 신형의 8단 자동변속기로 변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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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쿠페는 20세기 말을 풍미한 온갖 스페셜티카들이 멸종되고 정통파 후륜구동 스포츠 쿠페마저 상당 수가 사라져버린 2000년대 후반의 자동차 시장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도 비춰졌다. 또한 기본적으로 우수한 성능을 가진 만큼, 튜닝 수요도 많았으며, LSD까지 사용한 본격 후륜구동 스포츠 쿠페인 덕분에 드리프트 경기에 출전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국내 모터스포츠에서 드리프트 경기가 열리게 된 단초를 제공했다. 제네시스 쿠페는 역대 현대차의 쿠페모델들이 그러하였듯이, 모터스포츠의 발전에 또 한 번 지대한 공로를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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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쿠페는 대한민국과 함께, 북미 시장과 유럽 등지에서도 시판이 진행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리즈 밀렌 레이싱(Rhys Millen Racing)이 제네시스 쿠페로 각종 모터스포츠에 출전하여 국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리고 심지어 현대차가 부진을 면치 못해 철수하고 만 일본 승용차 시장에도 소수가 수출되었다. 일본에서는 자국의 닛산 페어레이디(370Z) 보다 낮은 가격으로 정통 후륜구동 스포츠 쿠페의 주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제네시스 쿠페를 병행수입하는 업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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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당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국내 최초의 후륜구동 스포츠카로 등장한 제네시스 쿠페. 제네시스 쿠페는 시간이 흐를수록 판매량이 점점 떨어져만 갔다. 그리고 출시 8년차인 2016년 5월 10일까지 주문을 받고 단종을 맞이했다. 제네시스 쿠페는 전기형과 후기형을 모두 합쳐 국내 시장에서 총 15,772대가 판매되었다. 제네시스 쿠페는 이전까지의 스페셜티카에서 벗어나 한 차원 높은 성능과 주행 경험을 제공하는, 현대차는 물론 대한민국의 첫 번째 정통 스포츠카라 부를 수 있는 모델이다. 그리고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기본기와 완성도를 통해 현대차의 기술력을 보여준 모델로도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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