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국시장에선 52만 4158대의 미니밴이 팔렸다. 토요타 시에나가 11만 1429대를 판매해 1위, 닷지 그랜드 카라반이 11만 862대로 2위, 혼다 오딧세이가 10만 7068대로 3위,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현지명 타운컨트리)가 9만 4320대로 4위를 기록했다.
기아 카니발(수출명 세도나)은 순위에서 찾기 힘들었다. ‘AutomakersANDC’가 제공한 2011년 카니발 판매대수는 2만 4047대. 카니발의 최전성기는 2004~2006년으로, 5만대를 넘어 6만대 진입을 노렸지만 경쟁사들이 신 모델을 내놨고 판매는 줄어들어 2만대 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시장에선 디젤 엔진을 얹은 카니발이 몇 년째 미니밴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꼭 디젤 엔진이 아니어도 된다면, 미국시장에서 인정받은 차들을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카니발과 시에나, 그랜드 보이저, 오딧세이(국내 미출시)를 비교대상으로 놓고 충분히 고민해볼만하다. 미니밴이라는 카테고리는 같지만, 다른 지향 점과 매력을 갖췄다. 아직 국내시장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오딧세이를 기다리는 이들도 제법 있다. 혼다 특유의 품질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닷지 카라반의 경우 그랜드 보이저와 쌍둥이 모델로, 이번 기사에서 제외하였다.
기아 카니발과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그랜드 보이저를 소개한다.
◆ 기아 카니발
기아 카니발은 1998년 데뷔했다. 2005년엔 세대교체 모델인 그랜드 카니발을 내놓아 지금까지 디자인을 살짝 바꾸고 엔진을 교체하며 숙성시켰다. 유행을 곧잘 타는 자동차 시장이지만 지금 봐도 어색하거나 뒤쳐졌단 생각이 들진 않는다.
실내는 실용성을 요구하는 미니밴답게 단순하고 편리하다. 고급스러움은 부족하지만 9인승부터 11인승까지 세분화가 잘 되어있고,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플랫폼을 늘려 뉴 카니발, 카니발 리무진, 그랜드 카니발, 하이 리무진까지 4가지 모델을 만든다.
9인승 3열 좌석의 뉴 카니발 모델은 전장이 4810mm. 휠베이스가 2890mm다. 전장을 5130mm까지 늘린 그랜드 카니발은 4열 좌석을 갖춰 11명까지 탈 수 있다. 시에나와 비슷한 전장에 휠베이스는 상대적으로 짧다.
카니발은 두 종류의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 197마력의 직렬 4기통 2.2L 디젤 엔진과 최고출력 276마력의 V6 3.5L 가솔린 엔진이다. 연비는 각각 13km/L, 9km/L. 시에나와 비교하면 10마력쯤 높지만 연비는 조금 낮다.
편의장비는 요즘 차에 비해 다채롭진 않다. 시대가 지나다보니 과거에는 훌륭했을 편의장비들이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후방주차 보조시스템과 앞좌석 열선 시트, 풀 오토 에어컨이나 선루프,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같은 편의 장비를 달 수 있다.
출시된 지 7년이지만 카니발의 자리는 건재하다. 수입 미니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디젤 엔진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가격대비 가치가 높은 미니밴을 찾는다면 카니발이 답이다. 다만 7년이 지난 만큼 신형 모델로의 변경이 멀지 않았다.
카니발의 가격은 모델별로 2281만~3524만 원이다. 하이리무진은 4306만~4541만 원.
◆ 토요타 시에나
시에나는 1997년 데뷔했다. 지금 모델은 2010년 데뷔한 3세대 모델로 2011년 11월 한국 땅을 밟았다. 성능은 북미 시장에서 이미 검증됐다. 세대를 이어오며 북미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생긴 것이야 전형적인 미니밴이지만 앞모습은 쉽게 적응되진 않는다. 최근 토요타의 범퍼 디자인은 아래로 벌어진 마름모꼴이다. 제법 강한 인상을 만든다. 사선으로 그은 헤드램프와 그릴, 범퍼가 만나니 일본식 연극에 쓰고 나오는 험상궂게 생긴 가면 같다.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실내는 제법 멋을 부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토요타답다.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이다. 누르는 곳마다 수납공간이 튀어나온다. 운전석 쪽 센터 암레스트에 컵홀더 2개를 갖춰놓고서도 센터페시아에서 컵홀더 2개가 더 튀어나온다. 공간도 여유가 있다. 3030mm의 휠베이스에 3열 좌석을 갖춰 7명이 탄다.
토요타는 국내에 시에나를 들여오며 ´퍼스트 클래스 리무진´이라는 소개를 곁들였다. 토요타의 자신감은 금세 수긍이 됐다. 2열 좌석 때문이다. 항공기 좌석 닮은 오토만 시트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 다리받침은 접어 숨겼다. 펼치면 허벅지를 받친다. 길이 조정이 가능해 한껏 늘리면 종아리까지 받칠 수 있다.
슬라이딩 기능이 있어 2열 좌석을 끝까지 밀면 다리를 끝까지 펴고도 자리가 남는다. 2열과 3열 창문에 자리한 햇빛가리개와 온도 조절장치도 편안함을 돕는다.
엔진은 두 종류로 가솔린 모델이다. 최고출력 266마력의 V6 3.5L 엔진과 최고출력 189마력의 직렬 4기통 2.7L 엔진이다. 변속기는 6단 자동. 연비는 각각 9.4km/L, 10.5km/L.
시에나는 매력적인 차다. 기아 카니발과 같은 미니밴이지만 지향하는 점이 다르다. 오토라이트도 없을 정도로 운전자를 위한 편의사양은 적지만 2열 좌석만 생각한다면 웬만한 리무진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가격은 2.7L 모델이 4290만 원, 3.5L 모델이 4990만 원이다.
굳이 카니발과 비교한다면 하이리무진 모델을 들겠다. 다른 모델은 가격차이도 날뿐더러 지향하는 점이 다르다. 카니발은 디젤 엔진과 11명까지 앉을 수 있는 활용성, 높은 천정이 주는 편안함을 내세운다. 고속도로 버스전용 차선을 탈 수도 있다.
시에나는 여유로움을 내세운다. 다만 가격을 낮추기 위해 편의장비는 줄었다. 카니발보다 편의장비가 적다. 하지만 큰 공간 여유롭게 쓰는 여유와 2열 좌석의 오토만 시트를 내세운다.
여럿 태우고 기름 값과 유지비 걱정 없이 타고 다닐 차라면 카니발을 택하겠다. 시에나라면 4~6인 가족이 여유롭게 쓸 수 있겠다. 하지만 이건 그랜드 카니발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시에나를 리무진 대신 타고 다니는 것은 어떨까. 여유로운 2열 공간에 넓은 적재 공간까지 챙길 수 있다.
사실 시에나의 등장에 긴장해야 할 부류는 어설픈 소퍼 드리븐 차종들이다. 운전기사를 둔다면 운전석은 중요하지 않다. 멀티미디어 장비라면 노트북과 태블릿 PC가 있다. 단지 세단만큼 멋지지 않을 뿐이다. 3.5L 모델을 권한다.
◆ 혼다 오딧세이
혼다 오딧세이는 1994년 데뷔했다. 실질적인 시에나의 라이벌이다. 세단인 어코드의 플랫폼을 이용해 만들었다. 일본의 경제 위기 이후 출시된 오딧세이는 축소 지향적이었다. 미니밴의 커다란 덩치를 압축한 차였다. 슬라이딩 도어도 달지 않았다. 세단을 기반으로 하되 키를 살짝 키워 마무리한 모습이었다.
오딧세이의 실용성은 어려웠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일본 올해의 차 ‘스페셜 카테고리’를 거머쥐었고, 1997년 9월까지 30만대를 넘게 팔며 혼다의 효자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미국 수출로도 이어졌다.
혼다는 오딧세이 2세대를 내놓으며 북미용, 일본용 모델의 차별전략을 시작한다. 북미용 모델은 덩치를 키우고 정통 미니밴의 진화를 시작한 반면 일본용 모델은 세단을 바탕으로 왜건과 미니밴, MPV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들며 진화했다.
북미형 오딧세이는 이제 4세대에 접어들었다. 혼다가 북미시장에서 내세우는 날 선 디자인을 미니밴에 녹여냈다. 큰 덩치를 숨기려는 듯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긴 듯 곳곳에 날카로운 선을 그었다. 속칭 ‘엣지’ 있어 보인다. 3열 좌석의 개방감을 위해 디자인된 유리창 디자인이 특이함을 더한다.
3000mm에 달하는 휠베이스에 3열 좌석만 얹어 여유롭게 쓴다. 3열 좌석 뒤로도 짐 공간이 남는다. 3열 좌석은 접어서 바닥으로 숨길 수 있고 2열 좌석은 떼어낼 수 있다. 완전히 평평한 공간을 만들어 물건 싣는데 불편하지 않게 했다. 시에나가 3열 좌석을 조촐하게 만들고 2열 좌석으로 승부수를 걸었다면, 오딧세이는 전 좌석이 공평하다. 편하게 탈 수 있는 대중적인 차의 본분을 다했다.
최고출력 248마력의 V6 3.5L엔진을 얹고 5단 자동변속기를 얹는다. 연비는 미국기준 8.9km/L이다. 1967kg의 무게를 생각해보면 적절한 수치이나, 디젤 엔진이 없는 것이 아쉽다. 북미시장에서의 가격은 기본형 LX 모델이 2만 8375달러. 최고급 모델인 투어링 엘리트 모델이 4만 3825달러다. 국내 수입은 현재 미정.
◆ 그랜드 보이저(북미명 타운컨트리)
크라이슬러에서 제공한 그랜드 보이저의 자료를 읽다보면 그들이 늘 자랑하는 것이 있다. 그랜드 보이저가 미니밴의 원조라는 것이다.
폴리머스 브랜드로 내놓았던 보이저를 포함하면 1974년, 미니밴으로 새롭게 단장하면서 데뷔한 것은 1984년이니 이들 중 가장 이르다. 미니밴이란 장르가 미국에서 태어난 이상, 미국 시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은 모델인 그랜드 보이저의 상품성도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원조지 않는가.
외관은 그간 많은 변화를 거쳤다. 5세대에 이른 이번 변화는 만족스럽다. 3~4세대 모델의 둥그런 모습은 쳐내고, 다부지게 다듬었다. 디자인 감각을 잃고 헤매던 크라이슬러는 잊어도 좋겠다. 그랜드 보이저는 그간 여러 변화에도 미니밴의 본질만은 놓치지 않았다. 커다란 덩치와 여유로운 공간을 자랑한다.
실례로 앞좌석에 자리한 컵홀더는 총 6개다. 우리의 시각으론 이해가 힘들지만 그랜드 보이저에겐 당연한 일이다. 미국 시장을 위해 태어난 전형적인 미국차다. 그렇다고 미국차의 편견과 선입견을 씌우기에는 그랜드 보이저가 아깝다.
그랜드 보이저는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며 후발주자들과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노력했다. 2,3열 좌석을 바닥으로 매끄럽게 접어 넣는 기술도 스토우 앤 고(STOW GO)라는 이름으로 그랜드 보이저가 먼저 내놨다.
엔진은 288마력을 내는 V6 3.8L 가솔린 엔진과 161마력을 내는 직렬 4기통 2.8L 디젤이 있다. 연비는 각각 7.9km/L(국내 기준), 11.9km/L(유럽 기준 복합). 아쉽게도 국내에는 디젤 모델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랜드 보이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2개다. 패밀리 패키지와 VIP 패키지다. 이 중 하나만 선택 가능하다. VIP 패키지는 고급스러움을 따랐다. 2열 좌석의 바닥으로 접어 넣는 기능을 없애고 대신 고급스럽게 다듬었다. 토요타 시에나의 오토만 시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히 비교할 만 하다.
패밀리 패키지는 활용성 쪽을 따랐다. 2열까지 바닥으로 접어 넣을 수 있다. 두 패키지 모두 편의 장비는 같다. 앞좌석에 내비게이션을 추가하고, 뒷좌석 모니터를 달았다. 화면은 연동 또는 개별 재생이 가능하다.
그랜드 보이저의 가격은 5910만 원. 가격은 이 중 제일 비싸다. 반면 VIP 패키지의 고급스러운 실내는 경쟁자 중 가장 뛰어나다. 하지만 연비와 미국차에 대한 선입견이 발목을 잡는다. 디젤 엔진을 들여온다고 하더라도, 당장 경쟁력이 뛰어오르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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