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건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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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건 고르기
  • 모토야
  • 승인 2012.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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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간 함께할 차를 고른다고 하자. 세단을 고르는 사람이 대다수 일 것이다. 다른 선택은 별로 없다. 해치백을 고르는 사람들도 늘어났다지만 아직은 적다. 짐을 실어야 할 일이 많다면 SUV를 고르는 정도다. 차라리 왜건은 어떤가. 세단의 감각에 SUV의 적재성을 합쳤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른다. 사실 국내 시장에서 왜건은 인기가 없다. 체면 차리기 좋은 세단과 듬직한 덩치의 SUV를 포기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분명 왜건의 실효성은 있다. 세단의 스타일과 운전 감각을 원하지만 공간이 없다면, SUV의 넓은 적재공간은 필요하지만 껑충한 느낌이 싫다면 왜건을 권한다. 웬만한 차가 덩치를 계속 불려나가지만 좁은 공간을 넓게 쓰는 구성이야 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왜건은 세단을 바탕으로 한다. C필러를 구부려 트렁크로 잇는 세단과 달리 왜건은 C필러를 쭉 펴고 끝에 해치도어를 단다. 둘의 가장 커다란 차이는, 실내 공간과 트렁크 공간을 막느냐 아니냐다. 세단은 트렁크 룸을 승객실과 분리해 실내 공간을 철저히 외부와 독립시킨다. 왜건은 트렁크 룸을 승객실과 연결해 실내 공간을 연장한다. 둘의 차이는 극명하다. 왜건 트렁크에 애견을 태울 수는 있어도, 세단 트렁크에 애견을 태울 순 없지 않는가.

과거엔 왜건을 고르려면 스타일링은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요즘 왜건은 짐차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확실히 ‘폼’ 난다. 앞모습은 세단과 같지만 옆면으로 향하면 쭉 뻗어낸 C필러와 해치백의 그것처럼 마무리되는 리어 해치로 색다른 느낌을 더했다. 특히 뒷모습을 잘 다듬은 왜건은 특별한 모양새로 세단과 SUV가 꽉 찬 도로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뽐낸다. 길게 뻗은 C필러 사이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예산에 맞춰 골라볼 수 있는 왜건 7가지를 준비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팔리는 차로, 세단을 바탕으로 하는 왜건만 꼽았다.

◆2000~3000만 원대: 현대 i40

i40는 유러피언 프리미엄을 내걸고 등장했다. 국내 시장에서 열세인 왜건 모델을 유럽 스타일로 내놓았다. 세단 일색이었던 국내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프리미엄의 정체는 유럽 감각에 맞게 짠 차체와 편의 장비들이었다. 중형차 급의 차체에 대형차에나 달릴법한 고급 장비들을 아낌없이 몰아넣었다. 더불어 차체를 꽉 죄어 탄탄한 감각 만들었다.

엔진 또한 현대 그룹의 다른 차들과 성능을 달리했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과 직렬 4기통 1.7L 디젤 터보 엔진의 2종. 6단 자동 변속기를 짝지어 앞바퀴를 굴린다. 최고 출력은 각각 178마력, 140마력이다. 연비는 가솔린 모델이 13.1km/L, 디젤 모델이 18km/L이다.

다만 i40는 쏘나타보다 짧다. 전장이 4815mm에 휠베이스가 2770mm다. 뒷바퀴 축부터 트렁크 끝까지는 1125mm. 아반떼와 쏘나타 사이의 크기다. 하지만 짐 싣고 달리다보면 크기에 대한 불만은 쏙 들어간다. 수치보다 실내 공간이 여유롭고 짐 싣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기본 적재용량은 534L, 뒷좌석을 접으면 1700L까지 늘어난다.


i40의 가격은 2557만 원부터 3186만 원. 중형 세단 쏘나타의 가격과 비교하면 살짝 비싸다. 하지만 편의 장비 구성을 살펴보면 납득할 수 있다. 연비 좋은 국산 중형 디젤차를 살 수 있단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왜건이 주는 넉넉함이 한 몫 한다.

◆4000만 원대: 푸조 508SW, 캐딜락 CTS 스포츠왜건

4000만 원대에서는 푸조의 508SW와 캐딜락의 CTS 왜건이 남는다. 유럽 차와 미국 차의 대결이다. 비슷한 크기의 차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왜건을 지향했다.


푸조는 디젤 엔진을 앞세운다. 디젤 레이스카를 앞세워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아우디와 겨룰 만큼 푸조는 디젤 노하우가 있는 브랜드다.

508SW의 엔진은 직렬 4기통 1.6L와 2.0L디젤 엔진이다. 각각 112마력, 163마력의 최고 출력을 낸다. 최대 토크를 이르게 낸다. 1.6L 엔진은 27.5kg·m의 최대토크를 1750rpm에서, 2.0L 엔진은 34.7kg·m의 토크를 2000rpm에서 낸다. 시내 주행이나 고속도로 크루징에서 언제나 넉넉한 힘을 느낄 수 있다.

두 엔진 모두 자동 6단 변속기를 달아 앞바퀴를 굴린다. 다만 1.6L 엔진에 실린 6단 변속기는 MCP 기어다. 토크 컨버터가 없고, 건식 클러치를 쓴다. 수동 변속기를 바탕으로 만든 자동 변속기다. 프로그램의 지시에 따라 스스로 클러치를 붙였다 때며 변속한다. 하지만 변속 충격이 제법 있는 점이 단점이다. 대신 연료 효율성이 높다. 공차중량 1540kg의 무게를 끄는데도 공인 연비가 21.2km/L다. 2.0L 엔진은 17.0km/L다.


전장은 4810mm, 휠베이스는 2815mm다. 실내의 공간은 충분한 편. 뒷좌석에서 다리 두기엔 전혀 문제가 없다. 현대 i40와 전장은 거의 같으면서도 휠베이스는 45mm정도 길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이 660L,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865L까지 늘어난다.

캐딜락은 가솔린 엔진을 앞세운다. V6 3.0L 엔진은 최고출력 275마력에 최대토크 31kg·m을 낸다. 7000rpm에서 최고 출력을 내는데다, 최대토크는 5600rpm에서 나오기 때문에 은근 회전수를 높여야 줄기차게 달린다. 6단 자동변속기를 맞붙여 뒷바퀴를 굴린다.


캐딜락은 2세대 CTS로 중대한 변환기를 맞았다. 캐딜락 60주년에 등장한 이 차는 캐딜락이 가야할 길을 정확히 집었다. 캐딜락에 대한 선입견을 날려버리려는 듯이 차체를 탄탄하게 조이고, 회전수를 높여 힘을 쥐어짜는 엔진을 실었다. 리터당 90마력을 살짝 넘도록 쥐어짰다. 연비는 9.4km/L다. 1870kg의 공차중량을 감안하면 좋은 엔진으로 보통은 거둔 셈.

CTS 스포츠 왜건의 전장은 4865mm, 휠베이스는 2880mm다. 큰 덩치에 긴 휠베이스로 넉넉한 공간을 뽑아냈다. 다리 두기에 넉넉하다. 반면 공간을 촘촘히 채운 인테리어는 살짝 긴박한 맛이 있다. 트렁크 공간은 270L, 뒷좌석을 접으면 1573L까지 늘어난다.


푸조와 캐딜락의 차이만큼 주행 감각 또한 차이가 크다. 똑같은 속도로 달리더라도 푸조는 역동감, 캐딜락은 진중함이 묻어나온다. 푸조의 서스펜션은 상당히 단단한 느낌을 줬다. 스티어링 휠을 꺾으면 빠르게 반응한다. 롤링은 약간 있지만 기민성이 좋다. 캐딜락의 서스펜션은 출렁이지도 단단하지도 않다. 묵직하게 달리며 스티어링 휠을 꺾으면 그만큼 움직여 나간다. 급하게 양 옆으로 스티어링 휠을 꺾어 돌려도 롤링을 억제하며 절도 있게 발걸음을 옮긴다. 속도를 높여도 불안감은 들지 않는다. 편안히 고속으로 달릴 수 있다.

푸조 508SW 1.6L의 가격은 4495만 원, 2.0L의 가격은 4850만 원이다. 2.0L 모델을 추천한다. 더 강한 토크를 뽑아내는 엔진과 자동 변속기의 궁합이 좋아서다. 캐딜락 CTS 스포츠왜건의 가격은 4910만원. 간극이 상당히 좁아 어떤 쪽을 선택하느냐가 꽤 고민될 듯하다.

◆5000만 원대: BMW 3시리즈 투어링, 볼보 V60

BMW 3시리즈 투어링은 국내에는 320d 모델만 들어온다.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은 8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려 뒷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8.8kg·M다. 1750~2750rpm에서 최대토크를 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행에서 최대토크를 살려 달릴 수 있다.


게다가 8단 자동변속기는 주행성능과 연료효율성을 위해 각단을 촘촘히 모았다. 17.5km/L에 달하는 복합 연비는 연료 효율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게다가 드라이브 셀렉트 기능이 있다. 에코 프로, 컴포트, 스포츠 등의 모드를 선택해 주행 성향을 바꿀 수 있다. 특히 연비 절약을 위한 에코 프로 모드는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 연료 효율성을 높인다. 기름을 아껴 추가로 갈 수 있는 거리를 계기판에 표기까지 한다.

3시리즈 투어링의 전장은 4624mm며 휠베이스는 2810mm다. 길이에 비해 휠베이스가 상당히 길어 안정감을 더한다. 실내는 세단과 다를 것 없다. 트렁크 용량은 495L며,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500L까지 늘어난다. 트렁크는 전동식으로 열고 닫으며, 뒷 범퍼 아래에 발을 가져다대도 열린다.

BMW 3시리즈 투어링의 가격은 320D 5070만 원, 320D M 스포츠가 5850만 원이다.

볼보 V60은 S60을 밑그림 삼아 만들었다. 볼보는 두 가지 엔진을 얹은 V60을 한국에 들여온다.


직렬 5기통 2.0L 디젤 엔진인 D3와 직렬 5기통 2.4L 디젤 엔진인 D5다. D3는 최고출력 163마력, D5는 최고 출력 215마력으로 제법 차이가 난다. 최대 토크는 D3가 40.8kg·M을 1500~2750rpm에서 내고 D5가 44.9kg·M을 1500~3000rpm에서 낸다. 변속기는 두 모델 모두 자동 6단. 앞바퀴를 굴린다. 연비는 D3가 14km/L, D5가 15.3km/L다.

두 엔진을 비교하면 D5가 더욱 힘이 넘치지만 D3가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절대적인 가속력 성능은 부족할지 몰라도 풍족한 디젤 토크를 앞세워 대부분의 영역에서 힘을 발휘한다. D3의 공차 중량은 1635kg지만, 이를 의식하지 못할 만큼 힘 있게 가속해 나간다.


볼보 V60은 공교롭게도 3시리즈 투어링과 길이가 거의 비슷하다. V60은 4630mm로 3시리즈 투어링보다 6mm 긴 정도. 휠베이스는 2775mm로 35mm짧다. 거의 비슷한 체구다. 트렁크 공간은 233L로 가장 작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876L까지 늘어난다.

볼보 V60의 가격은 D3 5230만 원, D5 5391만 원이다.

◆7000만 원 이상: BMW 5시리즈 투어링

7000만 원 이상으로는 유일하게 BMW 5시리즈 투어링이 남는다. 국내에는 525d x드라이브 투어링 모델이 들어온다. 직렬 4기통 2.0L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은 218마력, 최대토크는 45.9kg·m로 1500~2500rpm에서 나온다. 변속기는 자동 8단으로 드라이빙 모드 셀렉터를 갖췄다.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을 조이고 풀며 날카로운 감각과 편안한 감각을 넘나든다.


5시리즈 투어링이 다른 왜건과 다른 점이 있다면, 네 바퀴 굴림이라는 점이다. 운전에 든든함을 더해주는 요소다. 접지력을 늘 살피며 각 바퀴의 구동력을 맞춰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차고가 낮아 네 바퀴 굴림 하면 떠오르는 오프로드에 어울릴 차는 아니지만, 어떤 도로 상황에서도 든든하게 접지력을 찾는다.

또한, 5시리즈 투어링은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왜건 중 가장 크다. 끊임없이 몸집을 키워온 결과 5시리즈의 크기는 이전 세대 7시리즈 스탠더드 모델과 비교할만하다. 07년 선보인 7시리즈의 스탠더드 모델은 길이 5039mm에, 휠베이스가 2990mm였다. 5시리즈 투어링 모델은 이는 4907mm에, 휠베이스는 2968mm다. 휠베이스만 비교하면 22mm차이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560L이며, 뒷좌석을 접으면 1670L까지 늘어난다. 크기가 크다보니 제법 무거워 공차 중량이 1820kg다. 하지만 강한 출력 앞세워 시속 100km까지 7.3초 만에 도달한다.


가격은 525d x드라이브 투어링 모델이 7570만 원, M 스포츠 킷을 더하면 8180만 원으로 치솟는다. 525d x드라이브 세단의 7080만 원에 비하면 490만 원 비싸다. 하지만 그 차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다. 트렁크에 소중한 것을 놓겠다면 왜건을 택하겠다. 취미용품, 혹은 애완동물일수도 있다. 기자라면 아이를 위한 장난감 등 여러 것들 채워놓고, 필요할 때 바로 꺼내겠다. 왜건에 가장 중요한 것은 트렁크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니까.

글 안민희|사진 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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