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칼슘과 친환경 제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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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칼슘과 친환경 제설제
  • 모토야
  • 승인 201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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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잔뜩 내리는 겨울이다. 도로에 흠뻑 눈이 쌓이고 곳곳마다 눈치우기에 열중이다. 때때로 도로에 하얀 알갱이들이 보인다. 다른 곳은 눈이 얼어 뭉쳐있어도 하얀 알갱이가 널려있는 곳은 바짝 말라있다. 이 하얀 알갱이가 제설제로 쓰이는 염화칼슘이다.



염화칼슘은 칼슘과 염소의 화합물이다. 벨기에의 화학자 어네스트 솔베이(Ernest Solvay)가 1864년 공장을 세워 대량생산에 성공한 이후 널리 쓰고 있다. 공업 분야에선 공기나 가스 등의 건조에 주로 쓰인다. 하지만 우리에겐 제설제로 더욱 익숙하다.

염화칼슘은 물에 맞닿으면 칼슘과 염소로 나뉘는데 이 때 열을 낸다. 이 열로 눈을 녹인다. 게다가 조해성도 높다. 조해성은 고체가 수분을 흡수해 녹는 것을 일컫는다. 염화칼슘은 1g이 물 14g을 흡수할 정도로 조해성 높은데다, 염화칼슘이 녹은 물은 영하 54,9도가 되어야 다시 언다. 이쯤하면 최적의 제설제다.

하지만 염화칼슘도 문제가 있다. 성분중 하나인 염소는 금속을 쉽게 부속시킨다. 금속뿐만이 아닌 콘크리트도 부식시킬 정도다. 게다가 환경문제도 있다. 토양문제와 수질문제다. 토양을 산성화시켜 가로수가 말라죽기도 하며, 물에 섞이면 하천의 염소와 칼슘 농도를 높여 미생물의 활동을 저해한다.

때문에 OECD(경제협력기구)는 염화칼슘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염화칼슘의 대체품인 친환경 제설제의 사용을 늘리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조달청은 올해 제설용 염화칼슘과 소금의 구매물량을 대폭 줄였다. 올해 제설용 염화칼슘 계약 물량은 3만t으로 전년 대비 38% 정도다. 또한 내년부터는 환경부의 인증을 받은 국산 친환경 제설제만 구매‧공급하기로 했다.


<고속도로변 스트로브잣나무가 염화칼슘에 의해 변색·고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친환경 제설제는 어떻게 다른가. 다양한 국내 기업이 환경부에서 인증한 친환경 제설제를 생산하고 있다.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특수 공정을 이용해 독성을 최대한 줄이거나 대체 물질을 이용한다. 이 중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한 친환경 제설제의 사례를 살펴봤다. 음식물 쓰레기를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시키면 유기산이 발생한다. 이 유기산을 칼슘 혹은 마그네슘과 결합시키면 조해성을 갖는다. 그러나 염소를 사용한 염화칼슘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성이 약해 부식 등의 부작용이 적다. 더불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니 환경 문제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문제가 있다. 염화칼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제설 성능과 고가인 가격이다. 현재 제설제로 쓰는 염화칼슘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1kg 기준으로 중국산 염화칼슘은 200원 초반이다. 국산 친환경 제설제는 액상형이 최저 300원 초반, 분말은 최저 400원 초반에서 500원대를 넘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아직 쉽게 친환경 제설제를 구매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염화칼슘의 사용을 줄일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 받고 있지만, 적설량이 들쑥날쑥한 경우 예측구매가 어려워진다. 실례로 예상보다 심한 폭설에 비축분을 거의 소모한 지자체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 차이가 두 배에 가까운 친환경 제설제를 구매하긴 어렵다. 결국 값싼 염화칼슘을 찾을 수밖에 없다.


<경부선 달래내 구간의 제설작업>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친환경 제설제의 사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 염화칼슘의 사용기한은 2년이다. 친환경 제설제의 사용기한은 5년이다. 더불어 폐기 시에도 큰 차이가 있다. 염화칼슘의 경우 폐기처리 비용 또한 크다. 매립지에 묻는다고 해도 토양 산성화 등 문제가 크다. 친환경 제설제의 경우 환경오염 유발이 없어 폐기처리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더불어 친환경 제설제는 국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빠른 공급 및 가격 안정에 있어 유리하다. 경기도의 한 지방자치 단체는 지난 10월 중국산 염화칼슘을 t당 18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단가에 사들였다. 하지만 12월 말 가격은 수직 상승해 t당 31만 원이 넘는 단가로 구해야만 했다. 집중적인 폭설과 한파 때문에 수요가 넘치면서 공급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다. 당장 염화칼슘의 사용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염화칼슘 사용을 줄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나서야한다. 

이를 위해 도로도 발전하고 있다. 도로교통연구원은 현재 ‘인공지능 도로’를 개발하고 있다. 날씨정보 시스템을 이용해 눈이 오기 전부터 제설작업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도로에 기상관측장비와 결빙감지 센서를 단다. 눈이 오거나 노면이 어는 시점을 예측,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눈이 오기 전 도로에 설치한 분사 장치로 제설액을 미리 뿌린다. 눈이 오더라도 바로 녹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스마트 하이웨이 사업의 조감도>

더불어 도로에 열선을 장치해 눈을 녹이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지하는 상대적으로 열이 많다. 부동액을 지하에 흘려보내 온도를 데운 후 다시 가열해 도로 밑에 설치한 열선으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보일러로 방바닥을 데우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또한 태양열 집광판을 이용해 에너지를 모아 사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글 안민희|사진 국토해양부, 산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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