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CTS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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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S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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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데뷔한 CTS는 캐딜락 변신의 신호탄이 됐던 주인공이다. 2007년 선보인 2세대 CTS 역시 ‘충격’과 ‘희열’의 결정체였다. SF 영화 속 소품처럼 미래 감각 물씬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CTS 이후 캐딜락은 ‘아트 앤 사이언스’ 테마로 빚은 신차를 속속 선보였다. STS가 좋은 예다. 언뜻 봐선 둘을 헷갈리기 쉽다.



그러나 조금만 가까이 다가서면 차이가 오롯이 드러난다. 각 요소 간 간격이 한층 촘촘하다. 비율은 아무래도 구성이 농밀한 CTS가 앞선다. STS는 쓸데없는 장식을 자제한 탓에 다소 헛헛한 느낌이었다. 반면 CTS는 에누리 없이 꽉 짜인 분위기. 오버행과 휠베이스, 차체와 그린하우스의 비율에서 ‘과잉’과 ‘결핍’ ‘치우침’을 찾기 어렵다.



겉모습도 놀랍지만 인테리어에 비할 바는 아니다. “2세대로 거듭나며 감성품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는 GM의 주장엔 과장이 없다. 1세대 CTS의 감성품질 또한 혁신적이었다. 캐딜락이 신앙처럼 추종해온 ‘겉은 크롬, 안은 우드’의 쉬운 길을 마다하고, 플라스틱을 대거 쓰되 독특한 디자인과 구성, 글씨체로 고급스러우면서도 미래적인 느낌을 잘 살렸다.



하지만 이전 캐딜락의 푸근한 분위기에 익숙한 이라면 새 스타일을 종용받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을 거다. 또한, 나뭇결무늬라곤 스티어링 휠 일부와 도어 트림 손잡이에서만 찾을 수 있다. 때문에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테다. 반면 이번 2세대 CTS의 실내에선 당시의 지나친 파격에 대한 반성과 고찰을 엿볼 수 있다. 우선 고급 가구에 주로 쓴다는 샤펠리 원목을 적절히 넣어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여백엔 알루미늄 패널을 덮어 생기를 불어넣었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안쪽엔 플라스틱 패널 위에 특유의 무늬를 선연히 새긴 인조가죽을 덧씌웠다. 게다가 능청스럽게 스티치까지 가지런히 박았다. 최고급 세단의 가죽 인테리어를 감쪽같이 재현했다.



센터페시아 위쪽엔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마련했다. 스위치를 누르면 팝업 방식으로 우아하게 솟았다가 감쪽같이 꺼져든다. 한글 내비게이션과 위성 DMB가 기본이다. 아이팟 및 USB 연결 단자, 음악을 다운로드 받거나 라디오를 녹음하기 위한 40기가바이트 하드 디스크, 10개의 스피커를 곁들인 보스 5.1채널 서라운드 시스템도 갖췄다. 각 좌석엔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GM의 ‘얇은 시트(Thin Seat)’ 기술이 스며들었다. 얼핏 보기에 굉장히 얇다. 그런데 몸을 얹으면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쿠션을 적당히 확보했다. 어깨와 허벅지도 남김없이 잘 떠받친다. 앞좌석엔 통풍 및 열선이 기본. 앞좌석은 물론이요, 뒷좌석 공간도 꽤 넉넉해졌다. 독일 브랜드 엔트리급 세단보다 넉넉한 느낌이다.


천장은 전체 면적의 70% 이상을 유리로 덮었다. 스위치의 촉감이나 각 패널 간 단차는 역대 캐딜락 가운데 최고 수준. 미국차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지워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긴 일러 보인다. 감촉과 구성은 정상급이지만 도어 트림이나 계기판 주위의 패널을 누르면 ‘삐거덕’거리는 잡음이 나는 등 여전히 개선의 여지는 남아있다.



CTS의 엔진은 V6 3.6L VVT 304마력. 미국차 브랜드 중 최초로 직분사(DI, direct injection) 기술을 녹여 넣었다. 따라서 휘발유를 미리 공기와 섞지 않고, 35~120바의 거센 압력으로 실린더에 직접 뿜는다. 여기에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 ‘VVT’를 어울렸다. STS 3.6의 엔진과 같은데, CTS의 마력과 토크가 살짝 높다. 변속기는 하이드라매틱 자동 6단. 엔진은 회전이 매끄럽다. 드로틀을 활짝 열면 레드존이 시작되는 6900rpm까지 단숨에 치솟는다. 고회전 때 사운드는 쇳소리가 도드라진다. 감성 자극할 무언가가 부족하다. 아울러 STS도 그랬듯, 가벼운 가속 때 노킹이 느껴진다. 연료품질에 민감한 직분사 엔진인 까닭이다. 고급 무연휘발유를 써야 제 성능과 내구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가속은 저돌적이다. 같은 엔진의 STS도 아쉽지 않았는데, 하물며 더 가벼운 CTS니 당연한 결과다. CTS의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6.3초. STS 3.6보다 0.5초 이상 빠르다. 하지만 엔진의 응답성이 굼떠 수치만큼 민첩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 페달의 유격이 커서 처음 1㎝ 정도의 움직임은 무시한다. 또한, 깊이 밟아도 잠깐 뜸을 들였다 튀어나간다. CTS는 출시 전 위장막 뒤집어 쓴 채 머나먼 이국땅,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수없이 달렸다. 핸들링 세팅을 위해서였다.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방식 서스펜션엔 350psi의 압력으로 가스를 채운 빌스타인제 댐퍼를 어울렸다. CTS를 타보면 민첩한 몸놀림과 매끄러운 승차감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던 캐딜락의 의도가 고스란히 와 닿는다.



갑작스럽게 스티어링 휠을 잡아채도 앞머리는 자로 잰 듯 겨냥하는 지점으로 날카롭게 빨려들어 간다. 꽁무니는 운전석 뒤에 당겨 붙인 듯 빠릿빠릿하게 따라 붙는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조차 승차감은 튀는 느낌이 없이 매끈하다. 또한, 스티어링은 접지력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다. CTS는 이젠 은퇴한 백전노장, 밥 러츠의 작품이었다. BMW 출신으로, 캐딜락의 개혁을 공격적으로 이끈 주인공이었다. 그의 꿈은 원대했다. 16기통 컨셉트카로 황금기의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는 한편, 캐딜락에 일본차의 꼼꼼한 조립품질과 유럽차의 하체를 담고자 했다. 그는 현업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CTS에 고스란히 남았다.


글 김기범│사진 캐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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