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로그 4WD 프리미엄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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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로그 4WD 프리미엄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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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은 로그를 크로스오버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세그먼트 분류상 로그는 컴팩트 SUV에 해당된다. 뼈대는 X-트레일과 함께 쓰는 C 플랫폼. 휠베이스는 2690㎜, 차체 길이는 4660㎜. 로그는 일본엔 듀얼리스, 유럽엔 콰슈콰이란 이란성 쌍둥이를 거느렸다. 스타일과 크기는 조금씩 다르다. 콰슈콰이는 3열 시트를 단 7인승 모델로도 나온다.



로그의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물에서 갓 건져 올린 미역처럼 미끈하게 빚어냈다. 두툼한 근육과 섬세한 디테일 어울린 인피니티와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다. 사람의 얼굴에 빗댈 수 있는 앞모습은 얌전하고 겸손하다. 순진무구한 표정의 얼굴과 ‘장난꾸러기’ ‘악당’이란 뜻의 이름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수입차=개성=희소성’의 가치로 봤을 때 닛산 로그는 적잖이 불리하다. 당최 튀는 맛이 없다. 닛산 본사가 밝힌 세계 시장에서의 타깃은 30대 초반.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의 파격을 꿈꾸는 이를 위한 차”란 모호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데 그 파격이라는 게 국내에선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질 것 같다. 튀지 않는 수입차를 고를 수 있는 용기랄까. 물론 미국에선 난리가 났다. 특히 세련된 스타일에 대한 찬사가 줄을 이었다.



인테리어는 겉모습의 맥을 이었다. 화장기 지운 얼굴마냥 수수하게 다듬었다. 성의 없는 디자인은 아니다. 지루하지 않게 표면에 변주를 줬다. 플라스틱의 촉감은 잘 보이고 손이 자주 닿는 부분은 ‘살짝 물렁’, 그렇지 않은 곳은 ‘아주 딱딱’으로 나눠 차별을 뒀다. 대중차 만들기,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원가절감에 도가 튼 닛산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신통방통한 재주는 수납공간 짜는 데도 아낌없이 발휘됐다. 트렁크엔 삼각형 그물망을 어울린 ‘오거나이저’를 마련했다. 글러브박스는 PDA 등의 모바일 제품을 종류별로 정리 정돈할 수 있도록 칸칸이 나눴다. 두 개의 큼직한 컵홀더는 기본. 콘솔박스 뚜껑 안쪽엔 볼펜과 메모지 꽂이까지 갖췄다. 감성품질은 평범하다. 그러나 활용성 하난 끝내준다.


어느 모로 봐도 로그는 합리적인 차다. 미국에서의 권장소비자가격(MSRP)을 웃도는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국내에선 얘기가 다르다. 시승차는 최고급 모델인 4WD 프리미엄. 3630만 원이다. 세금 더하면 4000만 원에 가깝다. 값어치, 나아가 수입차를 향한 기대치까지 넘는 수준까진 아닌 듯하다. 시승에 나서는 마음이 편치 많은 않았던 이유다.



시동키는 몸에 지니고만 있으면 된다. 스티어링 칼럼의 스위치를 비틀면 엔진이 깬다. 로그 4WD 프리미엄만 주어지는 특권인 인텔리전트 키다. 숨통을 트는 순간 4기통 사운드가 살짝 불거진다. 그러나 이내 조용해진다. 시트 포지션은 꽤 높다. 레그룸은 깊다. 하지만 스티어링이 앞뒤와 위아래로 움직인다. 따라서 쉽게 원하는 운전 자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운전석에서의 시야는 흠잡을 데 없다. 그러나 달리다 보면 사각이 꽤 크다는 걸 깨닫게 된다. 특히 꽁무니 쪽으로 말려 올라간 C필러 때문에 뒷좌석에서의 시야가 답답한 편이다. 플로어는 드라이브 샤프트 때문에 가운데 부분이 약간 솟았다. 그러나 불편 끼칠 정도는 아니다. 공간은 앞뒤 모두 평균 이상 넉넉하다.


계기판은 단순하다. 타코미터와 속도계 사이의 동그란 창에 주유량과 냉각수 온도를 띄운다. 오디오엔 보스 엠블럼이 선명하다. 프리미엄 모델만의 특권이다. 하지만 주행 중 엔진음이 제법 새어 들어온다. 음질을 가닥가닥 음미하기는 여의치 않다. 뒷좌석은 6:4로 나뉜다. 등받이와 머리받침은 한 덩어리다. 그런데 이어 붙인 모양이 어설퍼 영 개운치 않다.



로그의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5L 168마력 엔진(QR25DE)과 X트로닉 CVT 변속기. 토크는 23.4㎏·m.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각 뛰쳐나간다. CVT의 특성상 어떤 회전수에서도 머뭇거림 없이 채찍만 날리면 팍팍 달려 나간다. 대신 급가속 땐 소음이 꽤 스민다. 그러나 워낙 경쾌하게 달려 주니 질끈 눈감아 줄만하다. 로그가 새삼 달라 보인다. 그건 매력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스티어링을 뒤채보니 로그가 우러러 보이기 시작한다. 로그는 스티어링을 비튼 만큼 직수굿하게 궤적을 따랐다. 무게중심이 높으니 언더스티어가 생길까 싶어 스티어링을 살짝 더 감으면 앞머리는 여지없이 중앙선을 파고든다. 부드러운 우회전, 여유로운 좌회전 때조차 로그의 반듯한 균형 감각은 오롯이 도드라졌다. 평형상태를 유지한 시소처럼, 앞뒤 바퀴가 사이좋게 하중을 떠받친 채 기분 좋게 회전한다.



‘올 모드 4×4i’ AWD 시스템의 역할도 컸을 거다. 이 장비는 앞뒤 구동력을 출발할 땐 50:50, 코너링 70:30, 정속주행 땐 100:0으로 알아서 나눈다. 따라서 주행안정장치가 얼씨구나 뛰어드는 순간을 경험하기 어렵다. 어지간한 코너는 타이어의 희미한 울음만 남긴 채 깔끔하게 감아 돈다. 차가 내 의도를 충실히 따라주니 자신감이 쌓여 간다.


전기식 파워스티어링은 노면과 직결감이 뛰어나다. 때문에 종종 자잘한 요철에 휘둘리기도 한다. 스티어링 감각은 부드럽되 듬직한 답력이 있어 섬세한 운전에 어울린다. 또한, 4WD 프리미엄엔 스티어링 휠에 패들 시프트까지 달아 운전재미가 스포츠 세단 못지않다. 안전성도 뛰어나다. 앞좌석 듀얼은 기본이요, 사이드와 커튼 에어백까지 갖췄다.



첫 만남의 순간, 일말의 의심을 품었던 로그의 가치는 심장에 숨을 불어넣고 함께 하는 사이 눈 녹듯 사그라졌다. 로그는 달리고 돌고 서는, 지극히 일상적 경험을 특별한 기억으로 치환하는 재주를 지녔다. 문득 포르투갈에서 만났던 닛산 디자이너의 “일단 몰아보면 닛산의 매력에 눈을 뜰 것”이란 얘기가 떠올랐다. 이런 매력을 우린 보통 ‘운전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글 김기범 | 사진 한국 닛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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