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도로를 달리는 비행접시가 나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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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도로를 달리는 비행접시가 나타나다
  • 박병하
  • 승인 2017.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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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자동차들은 남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 남다른 매력은 국경은 물론, 세월까지 뛰어넘으며 전 세계의 자동차 애호가들을 설레게 만든다. 이탈리아는 역사적으로 유럽의 미술사를 써내려 온 전통이 숨쉬고 있다. 또한, 독일과 함께 유럽에서 손꼽히는 제조업 강국의 전통 역시 살아 숨쉬고 있다. 이러한 문화 및 산업 역량을 갖춘 이탈리아에서 매력적인 자동차들이 태어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탈리아의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도, 알파 로메오(Alfa Romeo)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브랜드다. 알파 로메오는 1910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A.L.F.A(Anonima Lombarda Fabbrica Automobili)라는 이름으로 처음 자동차 사업을 시작, 올해로 창립 107주년에 달하는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의 알파 로메오라는 이름은 1915년, 나폴리의 사업가, 니콜라 로메오(Nicola Romeo)가 A.L.F.A를 인수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창립 이후 초~중기의 A.L.F.A, 그리고 알파 로메오는 자동차 경주에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제조사이기도 했다. 페라리의 창업주인 엔초 페라리(Enzo A. Ferrari)가 레이서로서 활동했던 곳이 바로 알파 로메오다. 현재는 FCA 산하에 소속되어 있으며, 독일 BMW 등과 경쟁하는 고급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 낸 수많은 자동차들은 지중해의 열정을 차체 가득 품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 그리고 이탈리아 태생의 머신만이 전해줄 수 있는 독자적인 감성으로, 전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알파 로메오는 그 기나긴 역사만큼, 개성 넘치는 수많은 자동차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알파 로메오의 수많은 개성파들 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유명한 시험용 경주차가 있다. 그 차의 이름은 바로, `디스코 볼란테(Disco Volante)`다.



1952년 등장한 알파 로메오 디스코 볼란테(Alfa Romeo Disco Volante)의 정식 명칭은 `알파 로메오 1900 C52`로, `디스코 볼란테`라는 이름은 별칭으로, 일반에는 이 별칭 쪽이 더 잘 알려져 있다.




디스코 볼란테의 외관 디자인은 디스코 볼란테의 차체는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하나의 타원을 이룬다. 전후 및 측면 시점에서는 차체의 상부와 하부가 마치 두 장의 접시를 포개어 놓은 형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묘한 디자인의 차체를 바퀴를 통해 공중에 살짝 띄워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완성된 디스코 볼란테의 외관은 이탈리아어로 `날으는 접시`라는 이름에 그야말로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이 독특한 외형은 람보르기니의 첫 차인 350GT와 애스턴 마틴 DB5 등을 빚어낸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투어링 수퍼레게라(Touring Superleggera, 이하 투어링)`의 작품이다. 그들이 빚어낸 독특한 외관 디자인은 자동차 경주에서 더욱 나은 공기역학적 특성을 얻기 위한 것이다. 접시의 형상을 이루는 차체 형상은 전면은 물론, 차체 전방위의 공기저항계수(抗力係數, drag coefficient)를 저감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 개성 넘치는 차체는 든든한 튜브 스페이스 프레임이 떠받치고 있었으며, 엔진 등의 내용물은 정식 명칭의 `1900`에서 알 수 있듯이, 알파 로메오의 첫 대량생산 모델이었던 `알파 로메오 1900`의 것을 경량화 시킨 부품들로 채웠다. 엔진을 예로 들자면, 알파 로메오 1900의 2.0리터 직렬 4기통 DOHC 엔진을 사용하지만, 본래의 주철 실린더 블록을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으로 교체하는 식이다.


여기에 정밀하게 제작된 2개의 트윈초크 카뷰레터를 더하여, 2.0리터 엔진으로 158마력/6,500rpm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변속기는 싱크로나이저와 건식 다판 클러치가 적용된 4단 수동변속기를 사용했다. 브레이크는 전후륜에 모두 드럼 브레이크를 사용했으며, 전륜에는 더블 위시본, 후륜에는 고정차축식 서스펜션을 사용했다. 공기역학적 특성 획득을 위한 노력과 경량화의 노력으로 완성된 알파 로메오 디스코 볼란테는 약 220km/h의 최고속도를 기록했다.



이후 알파 로메오 디스코 볼란테는 실험의 연장선으로 쿠페형 모델이 하나 더 제작되었다. 또한, 피앙키 스트레티(Fianchi Stretti)라는 이름으로, 독특한 측면의 돌출부를 모두 제거하고 일반적인 자동차와 같은 개방형 휠 아치를 가진 형태의 모델도 제작되었다.


현재 알파 로메오 디스코 볼란테는 이탈리아 아레세(Arese)에 위치한 알파 로메오 박물관 등에서 볼 수 있다. 이 박물관에 전시된 차의 가치는 현재 적게는 1백만 유로(한화 약 12억 3,489만원)에서 2백만 유로(한화 약 24억 6,978만원)에 달한다.




알파 로메오의 이 실험적인 디자인은 이 차가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해인 1952년 이래, 60여년의 세월이 흐른 2013년, 본래 이 차의 디자인을 맡았었던 투어링의 손에서 다시 태어났다. 알파 로메오 디스코 볼란테 by 투어링(Alfa Romeo Disco Volante by Touring)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이 차는 한정판으로 제작된 알파 로메오의 V8 스포츠카, 8C 콤페티치오네(8C Competizione)를 바탕으로 쿠페와 스파이더를 모두 포함하여 단 8대 한정으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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