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 푸조 3008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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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 푸조 3008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7.04.2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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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 서울모터쇼에 처음 등장했던 새로운 푸조 3008을 시승했다. 새로운 푸조 3008은 초대 3008과는 격이 달라진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유럽에서 잇단 호평을 받아냈다. 또한, 지난 해 공개 이후부터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수입사인 한불모터스가 공식 출시를 몇 달이나 앞둔 상태에서 사전계약에 돌입한 바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 푸조 3008을 경험하며 어떤 변화가 있는지 직접 알아 본다. 시승한 3008은 1.6리터 디젤 엔진을 실은 GT-Line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4,250만원.

새로운 3008의 디자인은 이전의 3008과는 격이 다르게 변화했다. 푸조가 그동안 내놓아 왔던 일련의 신세대 모델들이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시험`하는 정도였다면, 새로운 3008의 디자인은 보다 과감하게 그러한 디자인 요소를 투입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푸조가 2014년 선보인 이그졸트 컨셉트(Peugeot Exalt Concept)를 그대로 SUV의 형상으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한, 푸조 디자인 랩 등에서 내놓은 각종 디자인 컨셉트를 통해 일관적으로 나타나고 구체화된 `양감(量感)의 강조`가 새로운 3008의 디자인을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새로운 3008의 디자인은 어느 각도에서도 선대와는 격이 다른, 강인한 인상과 입체적이고 세련된 감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잘 드는 칼로 단번에 잘라낸 것처럼 과감하고 선명한 선과 그 사이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며 교묘한 입체감을 자아내는 면,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섬세한 디테일이 3008의 디자인을 완성한다. 

헤드램프는 새로운 308과 2008, 508 페이스리프트 등을 통해 꾸준히 선보여 온 스타일로 만들어져 있다. 헤드램프 끝단에서 A필러 카울포인트까지 이어지는 굵직한 선 역시 인상적이다. 여기에 시승차인 GT-Line 모델에는 상당한 개선을 이룬 푸조의 LED 헤드램프가 내장되어 있다. 508 페이스리프트 등의 헤드램프에서 종종 나타났던 광학 계통의 완성도 부족에 따른 색수차가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광량과 밝기도 개선되었다. 차체 상부는 고광택 블랙 페인팅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여,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연출하는 한 편, 테일램프는 이그졸트 컨셉트카와 같은 기조로 디자인되어, 한층 스타일리시한 뒷모습을 연출한다.

시승차는 GT-Line 모델로, 전용의 외장 사양이 적용된다. 사각형 크롬 포인트를 가미한 전용 격자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안쪽으로 음푹 패인 형상을 하고 있어, 입체감을 높인다. 앞범퍼 하단에는 메탈릭 페인팅이 입혀진 스키드 플레이트가 적용되며, 뒷범퍼에는 매립형의 듀얼 테일파이프로 스포티한 멋을 살렸다. 전방 휀더에 붙어 있는 GT-Line 배지에는 최근 푸조가 선보인 일련의 컨셉트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코퍼 색상으로 악센트를 주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실내는 선대 3008의 운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푸조의 i-cockpit 인테리어 디자인 개념의 도입과 컨셉트카의 실내를 연상케 하는 과감함이 인상적이다. 상하로 나뉘어진 대시보드는 과감한 굴곡과 꽉 차 보이는 양감을 주며, 상/하단 사이를 직물로 마감한 점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실내의 전반적인 조립 및 마감 품질도 크게 향상되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시승차인 GT-Line 모델에는 블랙 컬러의 가죽과 전용의 직물 소재, 그리고 코퍼 색상의 스티칭으로 마무리되어 한층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티어링 휠은 하단 스포크가 없는 2스포크 형태로, 푸조 i-cockpit 인테리어 디자인의 핵심인 헤드업 클러스터에 맞춘 작은 사이즈가 특징이다. 엄지와 검지가 걸리는 부분은 가늘게, 움켜잡는 부분은 굵게 만들어져 있어, 흡사 조이스틱이나 권총손잡이를 연상케 하는 그립감을 제공한다. 핸드브레이크처럼 앞으로 뻗어 있는 전자식 기어 셀렉트 레버는 멋들어진 스타일과 더불어, 나쁘지 않은 조작감을 보여준다. 센터페시아 하단의 음푹 패여 있는 공간은 스마트폰 등을 넣어 두기 좋으며, GT-Line 모델은 이 자리에 무선충전 기능을 제공한다. 그 외에 1개의 USB 포트와 12V 전원 소켓이 존재한다.

푸조 i-cockpit 인테리어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헤드업 클러스터는 하나의 LCD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의 연동은 물론, 필요에 따라 4가지 모드로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다.

푸조 3008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 308 등에 적용되었던 푸조의 초기형 시스템에 비해 개선된 UI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헤드업 클러스터와 연계를 이루며, 전면 한글화가 이루어져 있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몇몇 존재하는 점만 제외하면, 처음 사용하는 운전자에게도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다. 다만, 여전히 굼뜬 터치 반응과 처리 속도는 아쉬운 부분이다. 여기에 오디오 시스템의 품질이 크게 향상된 점도 인상적이다. 기존 국내 수입되는 PSA 계열 모델들은 데논(DENON) 오디오를 사용하는 일부 DS 모델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대 이하의 품질로 실망을 주었었다. 그런데 3008에 새로이 도입한 FOCAL의 오디오 시스템은 기대 이상의 품질을 보여준다.

시승차인 푸조 3008 GT-Line에는 직물과 가죽으로 마감된 전용의 세미버킷 시트가 적용된다. 착석감이 단단한 편이기는 하지만, 몸을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감각이 살아 있으며, 장시간 운전에도 불편하지 않다. 앞좌석에는 각 3단계의 열선 기능과 착좌부 확장 기능을 제공하며, 운전석에는 4방향 전동식 허리받침과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이 적용된다.

뒷좌석의 착석감은 단단하지만 크게 불편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간에 있어서는 선대 3008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전반적으로 승차했을 때의 느낌이 아늑하고 타이트한 편이지만, 탑승자에 따라서는 다소 간의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시각적인 답답함을 해소해줄 수는 있겠으나, 선대 3008의 탁트이고 넉넉한 느낌과는 다르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90리터로, 차급에 비해 넉넉한 용량을 제공한다. 여기에 스키스루 설꼐가 적용된 6:4 분할 접이식 뒷좌석을 접으면 180도에 가까운 평탄한 공간이 형성되며,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670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트렁크 바닥재를 들어 올리면, 임시 스페어타이어와 함께, 추가적인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새로운 푸조 3008은 308은 물론, 후기형 3008과 508 등에 순차적으로 도입된 바 있는 PSA의 1.6리터 블루HDi 엔진과 일본 아이신(AISIN)제 EAT6 자동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이 엔진은 유로 6 규제에 대응하는 엔진으로,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성능을 낸다. 공인연비는 도심 12.7km/l, 고속도로 13.5km/l, 복합 13.1km/l이다. 여기에 PSA의 자랑거리인 3세대 에코 스톱/스타트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새로운 푸조 3008에 올라, 시동을 걸면, 선대에 비해 확실히 정숙해진 느낌을 받는다. 냉간에는 약간의 진동과 울림이 있지만, 열을 충분히 받은 상태에서는 조용하고 진동이 적으며, 회전질감도 수준급이다. 승차감은 탄력이 좋은 느낌이다. 거친 노면에서도 다소 여유가 있어, 불필요하게 차에 탄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 또한 과속방지턱 등의 큰 요철을 통과한 후의 복원력이 좋다. SUV라기보다는 동사의 승용차가 가진 그것에 더 가깝다. 탄탄한 감각과 부드러운 감각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하체 설정을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한층 든든해진 하드웨어 덕분에 운전 내내 불쾌하지 않은 승차감으로 일관한다. 고속주행 중의 안정감도 발군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 1.6리터 엔진이 묵직하면서도 힘 있게 차를 전진시킨다.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앞바퀴로 매끄럽게 전달한다. 속도의 상승은 극적이지 않지만, 딱히 답답한 느낌을 안겨주는 것도 아니다. 차체에 필요충분한 정도의 성능을 내어주고 있으다. 특히 일상적인 주행환경에서는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본격적인 고속 주행에 돌입하면, 엔진의 힘이 꽤나 사그라드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일상적인 속도 대역인 60~80km/h는 물론, 고속도로 제한속도인 100~110km/h 까지는 묵직하고 힘찬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디스플레이의 UI가 붉은 톤의 테마로 변경되고 스로틀 반응이 다소 빨라지기는 하지만, 일반 모드와 큰 차이를 느끼기에는 어렵다.

선대 3008이 기대 이상의 핸들링을 보여주었듯, 새로운 3008도 선대에 부끄럽지 않은 핸들링을 보여준다. 하지만, 두 차가 몸을 놀리는 감각은 꽤나 다르다. 선대 3008이 전반적으로 가볍고 유연한 느낌이었다면, 새로운 3008은 다소 묵직하지만 보다 타이트하고 잘 다져진 느낌에 가깝다. 선대가 살집이 약간 있는 고양이 같은 느낌이었다면, 새로운 3008은 근육이 잘 다져진 암사자 같은 느낌이다.

특히, 작은 스티어링 휠이 주는 특유의 감각과 함께, 전반적으로 일반적인 승용차와 견줄 수 있을 만한 조종성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을 감을 때마다 의외로 빠르게 들어오는 차체의 반응이 이 차가 형태 상으로는 SUV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종종 잊게 해준다. 헤어핀과 같은 저속 코너에서도 롤이 의외로 크지 않으며, 코너 통과 중의 불안감도 적은 편이다. 이는 현재 3008의 바닥을 이루는 EMP2 플랫폼의 저중심 설계에 그 비결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성격은 디자인과 함께, 선대 모델과 성격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여기에 초대 3008때부터 탑재되어 있었던 그립 컨트롤도 변함 없이 탑재되어 있다. 이는 전자식 지형감응장치다. 여기에 가파른 내리막길에 대응할 수 있는 힐 어시스트 디센트(Hill Assist Descent Control) 장치도 갖추고 있다. 이들 장치는 순수한 전륜구동의 한계 영역을 넓혀주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제대로 갖춰진 4륜구동만큼의 주파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상시사륜구동계가 존재하지 않는 푸조 3008에게 큰 도움을 주는 장비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푸조 3008은 변하지 않은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연비다. 공인연비는 공인연비는 도심 12.7km/l, 고속도로 13.5km/l, 복합 13.1km/l로, 그리 인상적인 수치는 아니다. 그렇지만 시승을 하면서 트립컴퓨터를 통해 기록된 연비는 공인연비와는 크게 달랐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정속주행을 하는 경우에는 22.7km/l에 달하는 연비를 기록했다. 도심에서는 PSA의 3세대 스톱/스타트 시스템의 도움으로, 도심에서의 연료 낭비를 줄인다. 출발 후 정지까지의 타이밍이 다소 촘촘해도 충실하게 작동해 주기 때문에 확실히 효과를 볼 수 있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새로운 3008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새로운 3008은 선대에 비해 디자인, 패키징, 편의장비, 심지어는 주행질감과 감성품질에 이르는 모든 면에서 한층 고급스러운 자동차로 변모했다. MPV와 SUV의 요소들이 서로 난잡하게 뒤섞인 혼종에 가까웠던 선대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다. 일관된 기조가 있고 최신 경향에도 부합하는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빚어진 3008은 한층 트렌디하고 세련되고 매력적인 도심형 SUV로 완성되었다. 향상된 하드웨어와 더불어, 진중하면서도 절도 있는 주행 질감과 향상된 승차감도 만족감을 크게 높여주는 요소다. 그러면서도 실내공간과 연비 등, 선대가 지니고 있었던 장점들은 대부분 보존했다. 새로운 3008은 푸조의 올 한 해를 책임져 줄 주역으로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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