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세계의 진주들] GM의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담당했던 `폰티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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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 세계의 진주들] GM의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담당했던 `폰티액`
  • 윤현수
  • 승인 2017.05.1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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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Build Excitement``. 1980년대, 폰티액은 미국 자동차 시장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흥분을 만든다`, 다분히 열정적인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폰티액은 GM (제네럴 모터스) 산하에 `있었던` 미국의 자동차 브랜드다. 어딘가에서 이름을 들어본 기억도 있을 터이고, 어렴풋이 헐리우드 영화에서 폰티액 차량을 본 기억도 날 것이다.

폰티액은 비교적 젊은 소비자 층을 겨냥하여 포지셔닝했던 브랜드로, 이러한 점에서는 얼마 전 폰티액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폐지 수순을 겪은 토요타의 `싸이언(Scion)`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만 폰티액은 1920년대에 탄생을 이뤘던 당시에는 현재와 달리 준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했었다.

그러나 종전의 GM 산하에 있던 올즈모빌이나 뷰익과 같은 준 럭셔리 브랜드들과 포지셔닝이 겹치게 되어, GM 그룹 내의 스포티하고 젊은 이미지를 도맡게 되었다. 그리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60년대 ~ 80년대에는 템페스트, GTO 등과 같은 차량들로 `아메리칸 머슬`의 매력을 물씬 풍겼다.

아마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폰티액은 `파이어버드`일 것이다. 추억의 미국 드라마, `전격 Z 작전` (원제 – Knight Rider)에서 등장한 `키트`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자동차다. 당시 손목시계에 대고 `키트`를 부르며 주인공의 파트너로서 활약했던 검은색 파이어버드는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매끈한 스타일링 덕에 키트를 동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또 하나, 영화 스타로 활약했던 폰티액을 찾아본다면 솔스티스가 떠오른다. 솔스티스는 한국에서 `G2X` 이름으로 판매된 새턴 스카이와 플랫폼을 공유했던 후륜 구동 스포츠카였다.

폰티액 고유의 그릴 디자인에 개성 넘치는 바디 스타일로 마치 쇼카다운 면모를 보였다. 뛰어난 바디 스타일링 덕에 영화 `트랜스포머` 1편에 `재즈`라는 자유분방한 캐릭터로 등장해 그 매력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스포티하고 젊은 이미지를 잘 전달했던 이러한 모델들 이외에도, GM 산하 대중차에 폰티액 엠블럼만 달아 판매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규모의 경제와 그룹 내 효율성 증대를 위해 흔히 말하는 `뱃지 엔지니어링`을 통한 전략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1980년대 득세하는 일본 브랜드에 신속하고 올바른 대응에 실패했다는 데에도 지속적인 하락세의 원인이 있다.

이렇다보니, 니치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던 것과는 달리 여타 대중차 브랜드와 별 다를 바 없는 라인업 구성으로 변모해갔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이상 폰티액을 특별한 브랜드로 여기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GM 그룹 내에서 폰티액의 위상도 점차 하락하며 GM 입장에서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해왔다.

이는 당시 폰티액과 명을 같이 했던 허머나 새턴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나름의 독자 영역을 구축하며 인지도와 판매량을 꾸준히 끌어올린 GMC나, 뷰익 등과는 달리 취급된 것이다.

참고로 GM의 월드카 역할을 했던 `젠트라`(아베오)는 폰티액 브랜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았으나, 판매 볼륨 키우기라는 명목 하에 폰티액 엠블럼을 달았었다. 해당 차량은 G3라는 이름으로 최하위급 모델 역할을 맡았다.

이외에도 `못생긴 자동차` 컨테스트의 오랜 단골 손님인 아즈텍도 폰티액 제품이었고, 한국에서 `베리타스`라 명명되었던 대형 FR 세단도 폰티액 `G8`을 기반으로 제작된 자동차였다. G8은 홀덴 코모도어와 동일한 FR 플랫폼으로 제작된 모델로, 뛰어난 가격대비 성능을 통해 북미 시장의 매니아들에게 사랑받았던 차다.

그러나 결국 GM은 미국 사업부를 캐딜락과 쉐보레, 뷰익, GMC, 4개 브랜드로 축소 및 개편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정부의 구제 금융으로 힘겹게 연명하던 당시의 GM은 자연스럽게 위에 언급했던 폰티액과 두 브랜드를 내치게 되었다.


폰티액은 브랜드 폐지 직전에 20만대 가량의 판매고를 올렸다. 사실상 마지막 불꽃을 태웠던 1984년에 85만대를 판매했음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시장 전체 판매량 대비 절망적인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전성기 시절, GM에게 있어 주력 브랜드, 그 이상의 가치를 전했었던 폰티액은 더 이상 그 찬란한 시기를 구가하던 브랜드가 아니었다.

GM의 경영난은 결국 이대로 떠나보내기 안타까운 여러 브랜드들을 무덤으로 보냈다. 북미 시장에서 전성기를 구가해왔던 폰티액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며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더욱이, 사실상 북미에서만 통하던 브랜드였던 지라, 폰티액을 탐내는 자도 없었다. 현실은 안타까웠으나, 당시 정황을 살펴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적자생존의 법칙이었다.

폰티액은 어느덧 자극 하나 없는 평범한 브랜드로 전전하다 생을 마감했다. 흥분을 만들어낸다는 그들의 오래된 슬로건도 머릿 속에서 지워버린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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