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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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엘리스
  • 류민
  • 승인 201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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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는 영국의 소규모 스포츠카 생산 업체다. 1952년, 런던 한구석 마구간에서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며 출발했다. 설립 초기엔 지역 자동차 경주에 참가해 실력을 쌓았고 1960~70년대엔 F1 경주 제조사 우승을 7번 차지하며 명성을 쌓았다. 로터스의 창업자는 구조공학을 공부한 콜린 채프먼. 가벼운 차체와 공기역학을 중시한 그의 자동차는 자동차 경주는 물론 자동차 산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자동차 경주에 뿌리를 둔 독특한 회사 이력만큼 로터스 모델은 뚜렷한 개성을 자랑한다. 현재 로터스가 생산하는 모델은 전부 비교적 작고 가벼운 차체와 엔진을 차체 가운데 얹은 미드십 구조를 가진다. 특히 1996년 등장한 엘리스는 경쟁 모델을 찾기 힘들만큼 작고 가볍다. 현행 엘리스는 2002년 데뷔한 2세대로 2011년 부분변경을 거쳤다.



보통 작은 차체에 강력한 성능을 가진 자동차를 스포츠카라고 부른다. 사실, 장르를 넘나드는 융합이 미덕인 요즘엔 스포츠카를 규정짓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하지만 여전히 정통 스포츠카는 기본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남자의 로망’인 포르쉐 911이 좋은 예다. 911은 세대를 거듭나며 지속적으로 덩치를 키웠다. 특히 지난 세대교체 때는 차체를 대폭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11은 아직 준중형차보다 작다. 작은 차체엔 폭발적인 가속성능과 정교한 몸놀림이 담겨있다. 911이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유다. 엘리스는 911보다 한참 더 작다. 크기 작기로 유명한 모닝, 스파크 등의 경차와 비슷하다. 이들에 비해 길이가 90㎜ 긴 반면 휠베이스는 75~85㎜ 짧다. 게다가 엘리스는 차체 가운데에 엔진을 품는다. 경차보다 짧은 앞뒤 실내 공간의 절반을 엔진이 차지하고 있다. 도어 아래를 따라 차체 앞뒤를 연결하는 로커패널은 일반차보다 높고 넙적하다. 타고 내리기 불편할 정도다. 또한 소형차만한 엘리스의 실내 너비를 경차보다 좁게 만든다.



때문에 엘리스는 성인 두 명이 앉으면 빠듯한 실내를 가졌다. 과장 좀 보태 탑승자 둘의 어깨가 맞닿을 정도다. 로터스는 이 작은 실내에 꼭 필요한 장비만 달았다. 계기판과 오디오, 공조장치와 몇 개의 버튼 등이 실내 구성품의 전부다. 심지어 수납공간은 덮개 없는 글러브 박스가 전부다. 대시보드는 딱딱한 플라스틱이며 아래쪽은 앙상한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운전과 관련된 부분은 확실히 다졌다. 시트는 몸을 꽉 잡아주는 버킷타입. 스티어링 휠은 스포츠 주행에 적합한 직경 작은 3스포크 타입이다. 엘리스 기본형은 최고 136마력, 16㎏·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1.6L 엔진을 단다. 고출력 모델인 엘리스 SC는 직렬 4기통 1.8L 엔진에 수퍼차저를 맞물려 최고 220마력, 21.6㎏·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두 모델 모두 6단 수동이다. 현대 벨로스터의 일반 모델이 최고 140마력, 터보 모델이 최고 204마력의 힘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엘리스의 출력은 스포츠카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하지만 엘리스는 스포츠카다운 가속성능을 뽐낸다. 엘리스 기본형의 0→ 시속 100㎞ 가속시간은 6.5초, 엘리스 SC는 4.6초다. 빠른 가속의 비결은 가벼운 차체. 엘리스의 무게는 기본형 876㎏, SC 870㎏으로 모닝과 스파크보다 가볍다. SC의 마력당 중량비는 3.95㎏. 포르쉐 911의 카레라 모델보다 높다. 기본형 15.9㎞/L, SC 11.7㎞/L의 비교적 높은 연비(영국 기준) 역시 가벼운 차체가 만든 장점이다. 엘리스의 차체는 가볍되 높은 강성을 품었다. 두툼한 로커패널 역시 높은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튼튼한 뼈대는 무게 배분에 유리한 미드십 구조와 정교하게 다듬은 서스펜션과 어우러져 정밀한 핸들링과 날렵한 몸놀림을 만든다.



결국 엘리스의 작은 차체와 비좁은 실내는 경쾌한 주행성능과 운전감각에 대한 로터스의 고집이 빚어낸 결과다. 이런 로터스의 고집은 엘리스의 외모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입을 크게 벌린 앞 범퍼와 넙적한 구멍을 낸 보닛, 꽁지를 바짝 세운 트렁크 리드와 뒤 범퍼 아래쪽에 단 디퓨져 등은 작고 가벼운 차체의 고속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편, 뒤 펜더의 커다란 공기흡입구와 엔진 덮개에 있는 큰 방열 구멍은 엔진의 효율을 높인다. 납작한 차체에 비교적 큰 휠을 품기 위해 거우듬히 부풀린 앞뒤 펜더 역시 탄탄한 달리기 실력을 암시한다. 보닛과 앞뒤 범퍼, 펜더와 도어 등 외부 패널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유리섬유로 만들었다. 엘리스의 겉모습을 보면, 성능을 위한 요소가 먼저 자리 잡고 전체 디자인이 어우러진 느낌이다. 엘리스의 핵심은 첫째도 둘째도 운전재미. 로터스는 엘리스의 겉모습 조차 성능을 위해 다듬었다.


현재 국내에 공급 되는 엘리스는 버튼식 시동 장치와 전동식 창문, 에어콘과 CD 플레이어 등을 기본으로 단다. 해외의 기본형 엘리스에 비해 호화로운 편의장비라 할 수 있다. 안전장비는 운전석·동반석의 두 개 에어백과 ABS가 기본이다. 아울러 코리안 패키지를 선택하면 주행 안전장치인 트랙션 컨트롤도 갖춘다. 세상에 빠른 차는 많다. 폭발적인 가속성능은 없지만, 엘리스는 뛰어난 성능을 가진 ´빠른´ 차다. “엔진 출력을 높이면 직진속력이 빨라진다. 무게를 줄이면 어디서나 빨라진다.” 콜린 채프먼의 말이다. 이런 콜린 채프먼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든 차가 엘리스다. 작고 가벼운 차체를 밑바탕 삼은 엘리스의 경쾌한 가속은 높은 출력 내는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특히 짧은 휠베이스와 미드십 구조, 단단한 섀시로 이뤄진 엘리스의 태생은 엘리스를 빛나게 한다. 태생에서 나오는 민첩하고 경쾌한 움직임은 거대한 엔진과 전자장비로 무장한 덩치 큰 스포츠카가 절대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로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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