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다양한 교통수단] 필리핀의 지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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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다양한 교통수단] 필리핀의 지프니
  • 승인 2017.06.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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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도로를 엿보면 화려하고 커다란 자동차가 도로를 누비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앞 모습은 특유의 7슬롯 그릴에 동그란 눈을 가진 영락없는 지프의 모습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모습은 보닛 트럭을 활용한 버스인, 일명 `버럭(버스 트럭)`의 일종으로 보이기도 한다.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이 자동차들은 통칭 `지프니(Jeepney)`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지프니의 탄생 비화는 제 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중 미군은 서부전선에서도, 태평양전선에서도 4륜구동 지프들을 두루 사용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미군은 주둔지인 필리핀에서 철수하게 되었고, 미군이 사용했던 지프들도 본토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필리핀 주둔 미군이 사용했던 수많은 지프들은 노후된 차량이 많았기에, 이 지프들을 현지에 버리고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버려진 지프들은 필리핀 현지인들의 손으로 적당히 수리 및 재생해서 운행하기 시작한 것이 지프니의 시발점이다. `지프니`의 탄생은 바로 `종전`과 함께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지프니의 배경은 한국전쟁 직후 미군이 버리고 간 지프들의 부품을 주워 모아 만든 것으로 시작한 국제차량제작의 `시-바 ㄹ`과 매우 닮아 있다.


필리핀 현지인들은 미군이 남긴 지프를 버스, 혹은 택시 등의 용도로 운영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이 이 혁신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조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개조 중 대표적인 것은 차체를 늘리는 것이다. 정확히는 휠베이스를 늘리는 형태로, 스트레치드 리무진을 제작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그 공정은 보다 조악하다.



이렇게 지프를 보다 확장하는 개조를 가하여 보다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지프니들은 원래 칠해져 있었던 칙칙한 국방색도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휘황찬란한 색깔과 장식들로 치장하여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다. 본래 소형 군용차량인 지프를 개조하여 만든 터라 보통 미니 버스만한 크기를 지녔으나, 50명 이상도 탈 수 있는 대형 지프니도 있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지프니도 진화를 이룬 것이다.


초창기의 지프니들은 전쟁의 잔해들을 새롭게 탈바꿈시킨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아예 독립적인 생산 공장을 통해 지프니를 직접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색상 역시 여러 가지로 구성하여 다양성도 추구하고 있다.



지프니는 필리핀 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용객이 많고, 요금도 저렴한 편이다. 이용 요금은 7페소, 한화로 2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보통의 시내버스와는 달리 정류장이 따로 없다. 따라서 승하차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높은 접근성과 더불어 이용의 자유로움이 필리핀 서민들이 지프니를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지프니는 필리핀 교통 문화의 상징과도 같이 다뤄진다.


필리핀의 독특한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지프니.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먼저, 노후한 내연기관 등으로 인해 대기오염과 소음공해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첫 번째 문제점이다. 두 번째는 탑승 공간의 구조가 굉장히 단순하고 개방적이기 때문에, 차량에 충돌이 일어나면 탑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다. 또한, 정류장의 부재 때문에 무임승차를 일삼는 사람들도 생겨나는 데다, 탑승객의 금품을 노린 소매치기들도 출몰하는 등, 차량 외적인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미흡한 안전 규제와 환경 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게 된다면, 지프니는 허울만 좋은 교통수단이 아닌, 진정한 필리핀 국민들의 대표 교통수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지프는 필리핀에서 전쟁 도구 역할을 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 서민들의 발이 되주고 있다. 어딘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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