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람보르기니 V12 엔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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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람보르기니 V12 엔진 편
  • 박병하
  • 승인 2017.06.1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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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자동차의 엔진들 중 네 번째 이야기는 탄생 이후 개량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반세기에 달하는 람보르기니 슈퍼카의 역사와 함께했던 람보르기니 V12엔진에 대한 이야기다.

람보르기니의 반세기를 함께하다 - 람보르기니 V12

람보르기니 V12엔진의 역사는 자동차 기업 아우토모빌리 람보르기니(Automobili Lamborghini)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페라리출신의 엔진 설계자였던 지오토 비자리니(Giotto Bizzarrini, 1926~)가 처음 설계한이 엔진은 람보르기니가 그들의 첫 양산차인 350GT의 테스트 베드가 되어 주었던 시제차량인 350GTV에 먼저 탑재되면서 반세기에 달하는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비자리니가 처음 설계한 람보르기니의 V12엔진은 3.5리터(3,465cc)의 배기량에 60도의 뱅크각을 갖는 엔진으로,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과 DOHC방식을 적용한, 당시로서는 선진적인 설계의 엔진이었다. 350GTV에 실렸던 람보르기니의 첫 V12 엔진은 무려 11,000rpm에서 400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고회전사양의 엔진이었다.

하지만 이 엔진은 경주용 사양으로 제작된 엔진으로, 일반도로용 로드카에는적합하지 않았다. 따라서 페루치오 람보르기니(FerruccioLamborghini, 1916~1993)는 이 엔진을 양산형 GT카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속특성과 정숙성, 그리고 내구성 등을 확보하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후일 미우라의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한 엔지니어 장 파올로 달라라(GianPaolo Dallara)와 테스트 드라이버 밥 월러스(Bob Wallace)에게 이 엔진의성능 조정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초기 비자리니의 엔진에 탑재되어 있었던 드라이섬프 윤활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고가 소재 및 장비, 경주용 수직형 카뷰레터 등이 제거되었고, 압축비는 11.0:1에서 9.4:1로 하향 조정되었으며, 캠 역시 조정되었다. 350GT에 탑재될 엔진은 최종적으로 284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도록 설정되었다. 람보르기니는 나중에 이 엔진출력을 324마력까지 올려, 350GT의 고성능 버전인 350GT 벨로체(Veloce)에 탑재하기도 했다. 그리고 배기량을 3.9리터(3,929cc)로늘려, 350GT의 후속 모델이자 람보르기니의 두 번째 양산차인 400GT에서도사용했다. 400GT의 3.9리터 V12 엔진은 32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이후 이 엔진은 이슬레로(Islero), 자라마(Jarama), 에스파다(Espada) 등, 람보르기니의 다른 GT에도 사용되었다.

400GT에 사용되었던 람보르기니 V12엔진은 1966년 등장한 람보르기니의 세 번째 양산차이자,람보르기니의 첫 슈퍼카인 미우라에도 사용된다. 미우라의3.9리터 V12 엔진은 400GT에 비해 30마력 높은 350마력의 최고출력을 뿜어냈다. 강력한 성능의 엔진은 단 6.7초 만에 미우라를 정지상태에서 100km/h의 속력으로 내몰았고 최고 275km/h까지 밀어 붙이는원동력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페라리의 도전을 받게 되면서꾸준히 성능을 향상시켜, 미우라 S에서는 370마력, 미우라 SV(SuperVeloce)에 이르러서는 385마력까지 출력이 상승한다.

미우라의 심장으로 사용된 3.9리터V12엔진은 1974년 등장한 람보르기니의 두 번째 슈퍼카이자, 오늘날 슈퍼카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는 걸작, 쿤타치(Countach)에도 채용되었다. 정확히는 쿤타치의 초기 양산형 모델에해당하는 LP400에 사용되었다. 375마력의 최고출력과36.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였다.

람보르기니 쿤타치는 엔진을 세로로 배치하기 시작한 첫번째 람보르기니다. 이에따라, 엔진에도 큰 변화가 요구되었으며, 세로배치를 채용함에따라, 배기량도 더 키울 수 있었다. 당초 쿤타치의 포로토타입은배기량을 5.0리터(4,971cc)까지 확대한, 새로운 엔진을 사용했었으나 당시 람보르기니의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하여 새로운 사양의 엔진을 양산할 여력이 부족했다. 따라서 출시 초기인 74년에는 미우라의 엔진을 약간 손 본 3.9리터 엔진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5리터급의 신세대 엔진을사용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8년이나 지난 1982년부터였다.

하지만 미우라 때부터 시작된 페라리와의 속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3.9V12 엔진은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며 1984년 페라리 288GTO의 등장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을 지켜냈다. 82년등장한 쿤타치 LP500 S부터 비로소 4.8리터로 배기량을확대한 사양의 신세대 V12 엔진을 쓰기 시작했다. 최고출력은375마력, 42.6kg.m이었다.

그리고 1985년에 등장한 LP500콰트로발볼레(QuattroValvole)에 이르면 배기량은 5.2리터(5,167cc)까지 확대된다. 콰트로발볼레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사양의 엔진은 실린더 1기 당 4개의 밸브를 사용했다. 또한, 카뷰레터의 위치를 측면에서 상부로 옮기면서 흡배기 효율을 높였다. 그러나그 특유의 디자인 때문에 가뜩이나 후방 시야가 좋지 못했던 쿤타치는 이로 인해 차내에서 후방을 전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후방 시야가 나빠졌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설계 변경은 큰 효과를 거두어, 대대적인 성능 향상을달성했다. 쿤타치 LP500 QV의 V12 엔진은 455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50.1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뿜어냈다. 이에 따라 1984년 페라리 288GTO에 빼았겼던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을탈환하는 데 성공했고, 86년 등장한 포르쉐 959보다 높은출력을 자랑했다. 이 시절의 람보르기니의 V12 엔진은 그야말로당대 최강의 성능을 자랑했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쿤타치 LP500QV의 엔진은 람보르기니가 미군의 군용 기동차량으로 납품하기 위해 개발했던 람보르기니 최초의 SUV모델, LM002에도 사용되었다.

람보르기니 V12 엔진은 1990년, 쿤타치의 뒤를 이은 람보르기니 슈퍼카, ‘디아블로(Diablo)’에 이르러 또 한 번의 변화를 맞는다. 배기량을 5.7리터(5,707cc)로 키우는 한 편, 카뷰레터를 버리고 전자식 연료분사 시스템을 탑재하여 효율을 크게 개선,492마력의 최고출력과 59.1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뿜어냈다. 강력한 엔진과 미드십 후륜구동계를 갖추고 태어난 초기 디아블로는 4.5초에불과한 0-100km/h 가속 성능과 325km/h에 달하는최고속도를 자랑했다.

초기 디아블로의 V12 엔진은 상술한 기본형을 포함하여 총 네 가지사양이 존재한다. 1994년 람보르기니 30주년 기념모델, 디아블로 SE30에 탑재된 530마력사양, SE30 Jota(요타)에 탑재된 603마력 사양, 그리고 고성능 모델 SV에 탑재된 517마력 사양이 그것이다. 기본형의 492마력 사양은 초기 디아블로와 상시사륜구동을 탑재한디아블로 VT 및 디아블로 VT 로드스터에 사용되었다.

람보르기니가 아우디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은 1998년, 디아블로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 작업과함께, 엔진 역시 변화를 맞았다. 후기형 디아블로에는 기존 5.7리터 배기량의 엔진을 536마력으로 성능을 개선한 유닛과 함께, 99년에는 배기량을 6.0리터(5,992cc)로늘린 엔진을 추가했다. 람보르기니 V12 엔진의 배기량이6리터 대에 접어든 것은 이 때부터다. 6.0리터까지 배기량이늘어난 람보르기니 V12 엔진은 두 가지의 다른 사양으로 만들어졌다.하나는 가장 강력한 디아블로인 디아블로 GT에 탑재되었던583마력 사양과 최후기형 모델인 VT 6.0에 탑재된558마력 사양이 있다.

람보르기니의 20세기 마지막 슈퍼카였던 디아블로는 21세기에 이르러, 세대교체를 맞았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신형 람보르기니 슈퍼카의 이름은 무르시엘라고. 아우디산하에서 개발된 첫 모델이기도 하다. 이 차의 심장은 디아블로의6.0리터 엔진을 또 다시 업그레이드한 엔진이었다. 배기량을 더 늘리는 한 편, 윤활 방식을 드라이섬프 방식으로 교체했다. 이 외에도 전자식 스로틀과마그네슘 흡기 매니폴드를 채용했으며, 캠의 가동은 타이밍 체인을 사용했다.

이 엔진 역시, 초기형과 후기형의 사양이 다르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생산된 6.2리터(6,192cc) 사양과 그 이후에 생산된 6.5리터(6,496cc) 사양이 존재했다. 초기 무르시엘라고의 6.2리터V12 엔진은 580마력의 최고출력과 66.1kg.m에달하는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한층 강력한 엔진을 탑재하게 된 무르시엘라고는 디아블로에 비해 차체가 커지고중량도 더욱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0-100km/h 가속을 3.8초에끝내고, 337km/h의 톱 스피드를 자랑했다.

20여년 전의 쿤타치와 같은 ‘LP’모델명 부여가 부활한 무르시엘라고의 후기형 모델에서는 배기량을 6.5리터로 키우고, 모델에 따라 서로 다른 사양으로 성능을 조정한 엔진들을 사용했다. 무르시엘라고LP640-4의 엔진은 최고출력 640마력/8,000rpm, 최대토크 67.3kg.m/6,000rpm의 성능을냈고, 무르시엘라고 LP650-4의 엔진은 이름 그대로 10마력 높은 65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이 때의 엔진은 무르시엘라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레벤톤(Revenón) 등과 같은 특별 모델에도 약간의 개수를 거쳐 사용되었다.


그리고 최강의 무르시엘라고였던 무르시엘라고 LP670-4 수퍼벨로체(SuperVeloce)의 엔진이 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670마력/8,000rpm, 최대토크 67.3kg.m/6,500rpm의 성능을 뿜어냈다. 무르시엘라고 수퍼벨로체에사용된 람보르기니 V12 엔진은 1963년 지오토 비자리니의손에서 태어난 엔진의 마지막 후손이자, 그로부터 이어진 48년에달하는 장대한 여정의 종지부를 찍은 엔진이다. 람보르기니 V12 엔진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이 엔진은 무르시엘라고 LP670-4 수퍼벨로체를 단 3.2초만에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내몰 수 있었고, 337~342km/h에 달하는 최고속도를 자랑했다.

아우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의 창업과 함께 태어난 순수 이탈리아 혈통의 람보르기니 V12엔진은 무르시엘라고를 끝으로 기나긴 역사를 마무리했다. 오늘날에는 완전히 새로운 설계 사상과디자인으로 태어난 람보르기니의 신세대 슈퍼카, 아벤타도르(Aventador)에실린 완전 신형의 L539 엔진이 람보르기니 V12의 명맥을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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