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 차] 르노삼성의 초대 S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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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 차] 르노삼성의 초대 SM5
  • 윤현수
  • 승인 2017.06.1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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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SM6가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랜 기간 터줏대감으로서 중형 세단 시장을 진두지휘 해왔던 쏘나타마저 오금이 저릴 정도로 시장의 격변을 이뤄내고 있다. SM6는 화려한 디자인에 풍부한 편의장비 구성을 통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런데 르노삼성이 중형차 시장에서 이와 같은 부흥을 이뤄낸 것이 처음은 아니다. 르노삼성의 첫 부흥기는 다름아닌 전신이었던 삼성자동차의 첫 승용차, 초대 SM5 시절이었다. 1995년 설립된 삼성자동차는 승용차 시장에 신규 진입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생기업에게 있어 자동차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은 없었다. 그렇기에 여느 자동차 제조사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타 제조사의 모델을 들여오게 되었다. `SM5`는 사명과 차급을 대변하는 숫자를 덧붙여 만든 차명으로, 코드네임 `KPQ`이라 불리며 닛산의 2세대 세피로,(4세대 맥시마)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주행성능과 내구성이 뛰어났던 닛산제 중형세단을 기반으로 했으니 제품만큼은 자신 있었다. 플랫폼은 물론 파워트레인도 닛산 부품을 그대로 사용했다. 대신 삼성차만의 미적감각을 통해 램프를 비롯한 전 후면부 디자인을 바꿔 색다른 이미지를 구현했다. 또한 단일 모델로 시작을 알린 만큼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중형 시장과 준대형 시장을 모두 아우르고자 했다.

이를 테면 4기통 1.8 ~ 2리터 엔진 모델은 쏘나타를 전담 마크하도록 했고, V6 2~2.5리터 모델은 포텐샤와 그랜저와 같은 상위급 모델을 견제하도록 구성했다. 특히 `SM520V`와 ,`SM525V`에 장착된 V6 엔진은 워즈 선정 세계 10대 엔진 상을 줄기차게 수상한 닛산의 자랑, `VQ` 시리즈이다. 해당 엔진의 경우 뛰어난 성능은 물론 내구성마저 훌륭하여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아울러 당시 흔하게 사용하지 않았던 백금 점화플러그와 타이밍체인을 사용하여 내구성을 크게 높였다. 특히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타이밍벨트의 경우 내구성에 문제가 많아 당시 소비자들은 타이밍 체인을 사용한 것에 크게 호응했다.

 

특히 초대 SM5와 불가분의한 단어는 바로 `내구성`인데, 위의 VQ 엔진을 제외하더라도 내구성 측면에서 이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가령 차체에는 아연도금 강판 비율을 대폭 높였고, 도장에 사용한 도료 역시 에폭시 수지를 사용하여 부식에 강하도록 구성하였다. 이러한 높은 내구성과 품질은 실제 오너들로부터 긍정적인 입소문을 퍼지게 하며 초대 SM5의 인기와 명성을 더욱 드높였다. 또한 2년 4만km 보증이 일반적이었던 당시에 3년 6만km의 파격적인 보증을 통해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알리기도 했다.

또한 내구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할 수 밖에 없는 택시기사들 역시 SM5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내구성에 관한 자신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지면광고도 게재했었다. 여기에 단정하면서 깔끔한 내외관 디자인 덕에 소비자들은 SM5를 부담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또한 `V` 레터링을 단 차량에는 당시 고급차의 상징이었던 후드 오너먼트를 세워 6기통 모델의 자부심을 표출했다.

 

이러한 내구성을 비롯한 차량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며 더욱 빛을 발하자 판매량 성적 역시 큰 기복 없이 꾸준히 호조를 보였다. 그런데 SM5 출시 직전에 발발한 외환위기는 삼성자동차를 법정관리로 내몰리게 만들었다. 결국 2000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하게 되며, SM5는 르노삼성자동차 소속으로 다시금 거듭났다. 모기업이 바뀌는 아픔을 겪었으나 2002년 7월에는 누적 판매량 20만대를 돌파하며 기염을 토했다. 2001년 8월에는 `르노삼성자동차` 브랜드 출범 1주년을 기념하여 SM5 `에디시옹 스페시알(Edition Speciale)`을 출시했다. 스웨이드 시트를 비롯해 고출력 프리미엄 오디오와 CD 체인저, 핸즈프리 등이 적용된 8400대 한정 모델이었다.

 

2003년 9월에는 쇠퇴기로 접어든 모델 수명주기를 보완하기 위해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램프 디자인을 변경하고 상위급 모델에는 크롬 가나쉬를 더해 고급감을 살렸다. 르노삼성 측은 당시 `26`가지 변화를 주요 테마로 삼아 텔레매틱스와 EBD-ABS, 앞좌석 안전벨트 프리텐셔너, 사이드 에어백 등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를 강화하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에는 SM530L이라 명명된 스트레치드 리무진 가지치기 모델도 있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판매되지 않았고, 삼성그룹 고위급 임원들에게 제공된 바 있으며 생산량 역시 10대 이하로 추산되고 있다.

많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준 차량인 것인지, 한 중고차 사이트가 2011년도에 시행했던 `재생산된다면 다시 사고 싶은 단종모델` 설문조사에서 1세대 SM5가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초대 SM5는 그렇게 2005년 은퇴할 때까지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현역에서 물러났다. 후계자인 2세대 SM5 역시 세피로와 같은 닛산제 세단, 티아나를 베이스로 하여 명성을 이어갔다. 현재 3세대 SM5는 르노 라구나를 베이스로 개발된 모델로, SM6 출시 이후 르노삼성의 주력 모델 타이틀을 빼앗긴 상태다. 대신 SM6가 초대 SM5가 보여주었던 드높은 명성을 다시금 재현하고 있는 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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