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 다른 분야] 푸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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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름, 다른 분야] 푸조 편
  • 박병하
  • 승인 2017.06.21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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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를 만드는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존재한다. 이들 제조사들 중에는 `자동차만` 만드는 제조사들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동차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공업은 기본적으로 중공업의 가장 큰 대분류 중 하나이며, 여기서 파생된 기술들은 다른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래서 규모가 큰 기업들 중에서는 자동차 제작을 본업으로 하되, 이를 활용한 기타 육상용 중장비나 엔진, 혹은 대형 기업인 경우, 상당수가 방위산업에도 손을 대고 있으며, 그 역도 존재한다. 또한, 자동차와는 별다른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 분야에 손을 대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들 모두가 같은 울타리 안에 있기만 한 경우도 있으나, 지금은 이름만 같을 뿐, 현재는 분사되어 각각 제 갈 길을 걷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자동차 제조사로 알려진 기업들이 벌이는 `다른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본지에서는 자동차 회사들이 벌이는 `다른` 사업 분야에 대해 연속으로 다룬다. 본 기사에서 다룰 기업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푸조(Peugeot)`다.



자동차 기업으로 유명한 푸조의 역사는 프랑스 제1제국 시절이었던 18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의 사업가이자, 푸조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에르 푸조(Jean-Pierre Peugeot, 1734~1814)에게는 장 피에르 푸조 2세(Jean-Pierre II, 1768~1852)와 장 프레데릭 푸조(Jean-Frédéric Peugeot, 1770~1822)라는 이름의 두 아들이 있었다. 그리고 푸조 가(家)의 두 아들이 철강 주조 공장이자 제조소인 `푸조 형제들(Peugeot Frères)`을 세웠다.


1810년에 세워진 푸조 형제들은 현재의 부르고뉴-프랑슈-콩테(Bourgogne-Franche-Comté)의 에리몽쿠르(Hérimoncourt)에 자리하고 있었던 본가의 낡은 제분 공장을 개조하여 설립되었다. 푸조 형제들은 철강 주조는 물론, 이를 이용한 용수철 등의 부자재, 톱을 비롯한 도구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술력의 축적과 함께 후대로 갈수록 생산 품목은 한층 넓어져 커피 그라인더, 크리놀린(Crinoline, 19세기 여성의 치마를 부풀리기 위해 사용하는 버팀대), 심지어는 재봉틀까지 생산했다. 1850년부터는 그 유명한 `사자 엠블럼`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882년, 아르망 푸조(Armand Peugeot)에 의해, 자전거의 대량 생산에 성공하면서 푸조 가의 철강 공장은 `바퀴 달린 탈 것`의 영역까지 손을 뻗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르망 푸조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했고, 결국 1886년, 플래시 보일러식 증기기관을 장착한 3륜자동차인 `푸조 1호 차(Peugeot type 1)`를 내놓는다. 이 차는 푸조가 내놓은 최초의 자동차로,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는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푸조의 역사가 시작을 알렸다. 이 차는 엔진에 해당하는 증기기관을 제공한 레옹 세르폴레(Léon Serpollet)의 이름을 따서 `세르폴레 푸조(Serpollet Peugeot)`라고도 불린다.


지금까지 푸조의 초기 역사를 서술한 이유는, 후술할 푸조의 또 다른 모습과 사업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푸조 형제들로부터 시작한 이래, 이 가족 기업은 지금도 각종 공구와 생활용품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푸조의 자동차 부문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자전거와 이륜자동차 등을 생산하고 있다. 철강 제조소인 `푸조 형제들` 이후로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나는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프랑스의 대표 기업, 푸조가 하는 `자동차 외의 사업`들, 그리고 푸조의 이름을 걸고 오늘날까지 가업을 잇고 있는 이들을 만나 본다.



푸조의 이륜차 사업은 1882년에 시작한 자전거 사업에서 비롯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푸조의 이륜차 사업부는 `푸조 스쿠터(Peugeot Scooters)`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저배기량부터 대배기량을 아우르는 라인업을 갖추고, 우수한 실용성으로 유럽 지역에서의 인기가 좋다. 현재 푸조 스쿠터는 50~125cc급 스쿠터와 모패드(원동기장치자전거), 대형의 맥시 스쿠터는 물론, 3륜 오토바이(`트라이크(Trike)`라고도 한다)까지 제작하고 있다.




푸조의 스쿠터는 푸조스쿠터코리아를 통해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모델은 `장고(Django)`, `비바시티(Vivacity)`,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등이다. 장고는 1950년대에 출시한 스쿠터, `S 55`를 오마주한 클래식한 디자인이 특징적인 모델이다. 사양에 따라 스포츠(Sports), 에바지옹(Evasion), 알뤼르(Allure), 해리티지(Heritage) 등의 세부 모델로 나뉜다. 비바시티는 도심형 스쿠터로, 전면 개폐식 프론트 페어링을 비롯하여, 뛰어난 실용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모델이다. 메트로폴리스는 3륜 오토바이로, 안정적인 주행성능과 승차감을 특징으로 하는 모델이다.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푸조를 있게 한 장본인, 아르망 푸조가 처음 시작했던 자전거 사업도 건재하다. 일상용 자전거와 아동용 자전거는 물론, 경기용 로드바이크와 오프로드 바이크, 하이브리드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를 생산 중이다.




탈 것이 아닌 푸조들 중에서 유명한 것은 통후추를 갈아 넣는 용도로 사용하는 페퍼밀을 비롯한 주방용품과 커피 그라인더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푸조-사뵈(Peugeot Saveurs)가 제작하는 푸조 페퍼밀은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만들어지며, 손으로 작동하는 것 외에도 전동기로 작동하는 제품도 존재한다. 그 외에도 소금, 건조 칠리고추, 육두구를 분쇄하는 제품도 생산하고 있으며, 모듈식 멀티 페퍼밀도 생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와인 오프너를 비롯하여, 디켄터, 스토퍼, 심지어는 와인 잔에 이르는 각종 와인용 용품들도 생산하고 있다. 1840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커피 그라인더도 여전히 생산 중이며, 두 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예스러운 멋을 간직한 커피밀 역시 생산 중이다.




푸조 형제들 시절부터 만들어 왔던 톱 등의 각종 공구들도 푸조 오티야쥬(Peugeot Outillage)가 생산 중이다. 푸조 오티야쥬는 각종 수공구를 비롯하여, 톱과 선반, 대패, 모탕 등의 목공용 기계 및 작업대는 물론, 그라인더, 샤프너, 드릴, 바이스 등의 금속 작업용 기계까지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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