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버린 PSA의 선택, 그리고 올바른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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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버린 PSA의 선택, 그리고 올바른 집중
  • 윤현수
  • 승인 2017.07.0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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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표 자동차 브랜드인 푸조, 그리고 시트로엥을 아우르는 `PSA 그룹(PSA Groupe, 이하 PSA)`는 유럽 색깔이 뚜렷했던 자동차들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슬슬 중국의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PSA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둥펑자동차와의 합자법인인 `둥펑 PSA` 브랜드를 통해 출시한 `301` 이라던가, 408과 같은 중국 시장만을 위한 변종들이 존재하는 것도 시대의 흐름으로 인한 재미있는 결과다. 아울러 `크로스오버` 혹은 `SUV`라는 단어가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앞서 언급한 모델들과 같이 새로운 차종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PSA는 유럽 시장에서 주로 활동하던 브랜드였던 지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SUV의 열풍에 다소 둔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2010년대에 들어서야 SUV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데, 이미 푸조가 내놓고 있던 차종들은 해치백 및 왜건, MPV가 주력이었다. 형제 브랜드인 시트로엥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푸조의 RV 라인업을 대변하는 네 자릿수 모델들을 살펴보자. 현재는 완연한 SUV의 모습들을 갖췄으나, 사실 2000년대에 처음 출시되었던 네 자릿수 푸조들을 살펴보면 몽땅 일반적인 MPV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편한 승차 환경과 높은 실용성을 지녀 유럽 특색이 짙은 차종들이었다.

가령, 최근에 신형으로 돌아온 3008의 선대 모델을 보자. 초대 3008은 남성미 짙은 2세대 모델과는 달리 MPV와 SUV 사이에 있는 어중간한 모양새였다. 물론 반대로 `크로스오버`라는 개념에 있어서는 굉장히 충실했던 차종이기도 하다. 또한 3008의 세련되고 강인한 디자인 테마를 고스란히 입은 2세대 5008 역시 본래에는 실용성을 그득히 담은 중형 MPV로 포지셔닝했다.

이와 같은 배경 탓에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합작`이었다. 완전 신차종을 개발하기엔 모델 주기를 감안하면 리스크가 컸다. 따라서 PSA는 미쓰비시 아웃랜더를 베이스로 하여 각 브랜드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만 살포시 얹어놓은 `4007과 `C4 에어크로스`라는 모델을 만들었다. 대부분 유럽에서 생산되는 PSA 차량들과는 달리 일본에서 제조되어 유럽으로 넘어온 독특한 케이스다.

그러나 순수혈통이 아니었던 두 형제는 시장에서 환대 받지 못했다. 본판인 아웃랜더가 그다지 잘 만든 차는 아니었기 때문인지, 판매량 자체도 높지 않았다. 후속 모델인 4008과 2세대 C4 에어크로스도 미쓰비시 RVR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시행착오를 겪은 PSA는 이후 작심하고 SUV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훌륭한 레시피로 담아낸 SUV들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푸조가 2013년에 내놓은 2008은 제대로 된 SUV 컨셉트를 품었다. 특히 당시 현재와 같은 B세그먼트 SUV의 열풍이 있기 이전에 탄생한 모델이었음에도 순수혈통 푸조 SUV는 아기자기한 내외관 디자인과 특유의 발랄한 몸놀림으로 여러 국가에서 사랑 받았다. 아울러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도 자주 판매량 상위권에 오른 인기 모델이었다.

이후 자신감을 얻은 푸조는 네 자릿수 모델들의 풀체인지 시기에 맞춰 해당 제품들을 모조리 SUV로 탈바꿈시키는 데에 이르렀다. 차세대 3008과 5008은 선대 모델들과의 접점을 찾아볼 수 없는 당당하고 터프한 모양새로 빚어지며 푸조 SUV 가문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아울러 SUV 만들기에 소극적이던 시트로엥도 최근 무서운 기세로 자사의 라인업에 SUV들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던 C4 에어크로스가 홀로 SUV 대란에 맞섰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었다.

시트로엥은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공개한 칵투스 에어플로우 (Cactus Airflow 2L) 컨셉트와 `에어크로스(Aircross)` 컨셉트를 기반으로 빚어진 새로운 SUV 가족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전위적이면서 심미성까지 갖춘 시트로엥의 시그니처 디자인에 `에어 범프`라는 혁신적 요소를 가미한 `C4 칵투스`의 등장은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순수혈통 시트로엥 SUV임을 감안하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자아냈다.

B세그먼트 SUV들 사이에서도 다소 작은 크기를 지녔지만 벤치시트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성과 기발한 재치들이 스며든 여러 요소들 덕에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차량이다.

아울러 `오토 상하이 2017`에서 최초로 공개한 C세그먼트 SUV인 2세대 `C5 에어크로스`는 상하이에서 최초로 공개했을 만큼 중국 시장도 염두를 한 모델이다. 특히 기반이 된 `에어크로스` 컨셉트 모델의 철학을 모조리 답습했다. 여기에 하위급 모델인 `C3 에어크로스`의 신형 모델까지 차례로 공개하며 SUV 라인업을 대폭 강화했다. 브랜드 특성상 중대형급 모델이 없는 건 다소 아쉽지만, 이미 B-C 세그먼트 SUV만으로도 볼륨 챙기기는 충분해 보인다.

PSA 산하에 있는 푸조와 시트로엥 브랜드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한 지붕 가족이다. 그러나 각 브랜드가 설정한 컨셉트에 따라 명확히 이원화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가령 푸조에는 종전과는 다른 `슬릭 &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여했다. 이러한 특성은 새로운 3008과 5008의 내외관 디자인에서 매우 잘 드러나고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차원이 다르다`라는 표현은 이 두 모델의 세대변경이 가장 잘 어울렸다. 특히 새로운 i-콕핏 컨셉트가 적용된 인테리어의 심미성은 쇼카가 부럽지 않다.

반면 시트로엥은 전위적이고 팬시한 느낌이 짙다.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는 덜하지만, 톡톡 튀는 내외관 스타일링과 기발한 디테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놀라움과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SUV`라는 단어의 위력을 실감하게 할 정도로 체급을 불문한 SUV 시장의 성장세는 매섭다. 오랜 고집을 버린 PSA의 결단은 언젠가 필요한 과제였다. 그리고 그들은 매우 바람직한 선택지를 골랐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SUV 세계에 늦게 발 들인 PSA의 저력이 새삼 무서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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