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 차]기아차의 레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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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 차]기아차의 레토나
  • 박병하
  • 승인 2017.07.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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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에 합병되기 전의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는 당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모험적인 제품 개발과 기술력을중시하는 성향을 가진 제조사였다. 현대자동차가 ‘상품’으로서의 자동차를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면 기아차는 '기술의 기아'를 기치로 내걸고 기술력과 주행성능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었다. 이시기에 등장했었던 기아의 차들은 자동차 하나하나마다 독특한 개성이 존재했다. 이는 비단 기아차가 직접개발한 승용차 모델들 뿐만 아니라, SUV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아차의 SUV 개발사는1976년 아시아자동차를 합병한 이후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시아자동차는피아트 124 등의 승용차 외에 버스, 트럭 등의 상용차와국군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동차량들을 생산했던 기업으로, IMF 이후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에 합병되면서완전히 흡수되어, 기아차의 대형상용차 및 방산 부문의 일부가 되었다.

아시아자동차는 피아트 124의 생산 이후로, 승용차 시장에 다시금 진입하기 위해 모회사인기아차와 겹치지 않는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했다. 그리고 1983년, 한국기계지상전에서 ‘랜드 마스터 짚’ 컨셉트를 내놓았다. 당사가 생산했던 군용 기동 차량, K-111을 바탕으로 하는 이 차는 아시아자동차가 기아차(당시 기아산업)에 의뢰하여 기획 및 개발했다.

그러나 이 차는 전두환 정권의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로인하여 출시가 지연되는 바람에, 본격적인 생산은 6년이나지난 1989년부터 시작되었고, 1990년에 와서야 비로소양산되었다. 이 차가 바로, ‘록스타(Rocsta)’로, 당대 대한민국 SUV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던 쌍용 코란도에 대적했던 차였다. 그리고 이 록스타의뒤를 이어 태어난 차가 바로 본 기사의 주인공, ‘레토나(Retona)’다.

1998년 등장한 기아 레토나는 본래 아시아자동차에서 생산했던 K-131,일명 ‘군토나’를 민수용으로 전용(轉用)한 차다. 레토나의 바탕이 되는 K-131은 K-111을 대체하기 위한 신형 기동 차량으로, 더욱 커진 차체와 향상된 기동 성능과 편의성을 지녔다. K-131은오늘날에도 국군 일선부대의 공무 관용차량이나 순찰차량, 작전용 기동 차량 등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아차가 1/4톤 트럭과1과 1/4톤 트럭(일명, 닷지차)을 모두 대체하는 새로운 전술 기동 차량인 K-151 소형전술차량의 개발을 완료함에 따라, K-151의 도입및 실전배치와 함께, 점진적으로 퇴역 수순을 밟고 있다.

차명인 레토나는 캐치프레이즈인 ‘자연으로 돌아가다(REturn TO NAture)’를 축약한 이름으로, 군용 기동 차량의 우수한 험로 주파 성능과 선대인 록스타에 비해 향상된 편의성을 내세우며 쌍용 코란도와 제대로된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차였다. 또한, 가격적인 면에서도쌍용 코란도나 현대 갤로퍼 등에 비해 유리했으며, 더 작은 배기량의 엔진을 사용했기에, 연비도 두 차종에 비해 좋은 편이었다.

레토나의 외관은 원본에 해당하는 K-131과 차이가 큰 편이다. 고정된 지붕과 함께, 측면과 후면 창이 유리로 되어 있으며, 군용차량에 필요한 등화관제등도떼냈다. 범퍼 역시, 군용의 철제 범퍼가 아닌, 일반적인 플라스틱 범퍼를 사용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알로이휠과 포장도로용 로드타이어, 조절이 가능한 도어미러를채용함으로써 군용 차량의 느낌을 지워냈다.

레토나는 초대 스포티지의 것을 바탕으로 하는 탄탄한프레임-온-바디 구조에2.0리터 가솔린 엔진을 비롯하여, 초대 스포티지에 사용된 마쯔다 RF-TCI 엔진의 라이센스 생산분을 사용했다. 군용인 K-131은 가솔린 엔진만 사용했으나, 민수용 레토나는 초기에는 가솔린엔진과 디젤 엔진을 모두 사용했다.

레토나는 당시로서는 최신형의 군용 기동 차량을 거의그대로 가져온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주행성능, 그중에서도 험로 주파 능력이 훌륭했다. 레토나는 당시 국내 SUV들중 가장 높은 등판능력을 자랑했고, 짧은 휠베이스와 높은 접근/이탈각을지녀, 우수한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당대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었던 레토나에게도 단점이 없지는 않았다. 레토나는 출시 이래 줄곧 품질 문제에 시달렸는데, 특히 디젤엔진의 내구성에 문제가 있었다. 이 내구성 문제는 선대인 록스타 시절부터 내려왔던 것으로, 고회전에서 실린더 헤드가 버텨내지 못하고 손상되는 현상이 그것이었다. 이는 마쯔다 RF/R2 계열의 디젤엔진들을 실었던 기아차들에서 대부분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디젤 수동변속기 모델의 경우에는 이 문제가더 심각했다. 험로 주파 성능을 위해 기어비를 매우 짧게 설정했기 때문. 레토나 디젤 모델의 수동변속기는 지나치게 짧은 기어비 때문에 제원 상 최고 속도가 고작 130km/h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고속도로에 올라 제한 속도인 100km/h에 맞춰 주행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고회전을 사용하게 되므로, 실린더헤드 파손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어비에 여유가 있었던 아이신(AISIN) 4단 자동변속기를 채용한 자동변속기 모델은 이 문제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편이었다.

2000년 출시된 레토나의 후기형 모델, 레토나 크루저는 전면부의스타일을 크게 바꾼 점이 특징이다. 테일램프의 디자인도 통째로 바꿔,레토나와는 한층 다른 분위기의 외모를 지녔다. 실내의 디자인 역시 대대적으로 변경하면서당대의 감각에 맞는 디자인으로 일신했다. 또한, 가솔린 엔진이함께 출시되었던 레토나와는 달리, 디젤 엔진 1종만 판매되었으며, 2004년, 2세대 스포티지의 등장과 함께 단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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