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로러`보다 거대한 포드 SUV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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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플로러`보다 거대한 포드 SUV 이야기
  • 윤현수
  • 승인 2017.07.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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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포드의 주력 SUV 익스플로러는 한 달 동안 790명의 소비자 품에 돌아갔다. 이는 포드코리 월간 판매량의 67%를 상회하는 것으로, 이 정도면 가히 브랜드의 운명을 거머쥔 모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우리가 대형 SUV로 취급하는 익스플로러는 사실 본토에선 평범한 체구를 지녔다. 워낙에 거대한 덩치 SUV들이 활개치는 미 대륙에선 그저 평균신장을 지녔을 뿐이다.


`탐험가`라는 뜻을 지닌 익스플로러 (Explorer)는 유사한 이름을 지닌 형들이 있다. `탐험대`를 뜻하는 익스페디션 (Expedition)과 `여행`을 뜻하는 익스커션(Excursion) 형제가 `있었다.` 과거형 어미를 사용한 것은 두 형제 중 이제는 볼 수 없는 모델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익스페디션은 1996년 첫 등장하여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익스플로러의 바로 윗급 SUV다. 현재 시판 중인 3세대 모델의 경우 링컨 네비게이터나 F-150과 플랫폼을 공유했고,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를 겸비한 꽤 터프한 SUV다.


5미터를 상회하는 익스플로러의 상위급 모델이니 체구는 더욱 거대하다. 전장은 5,245mm에 전폭도 2미터를 넘는다. 차체 높이 역시 2미터에 4cm 가량 못 미치는 정도로 어느 부위를 봐도 정말 `거대`하다.

전장 5.2미터를 넘는 BMW 7시리즈 LWB만 봐도 거대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차체 부피가 더욱 큰 SUV의 특성상 시각적으로 상당한 위압감을 전한다. 심장도 무지막지해서, 거대한 보닛 아래에는 5.4리터 V8 엔진을 얹었다. 그리고 2010년대에 들어서며 다운사이징의 여파에 반응하여 3.5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을 더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에는 300개에 달하는 자동차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익스페디션은 작년에 판매량 59,835대를 판매하며 84위를 기록했다. 이런 초대형 SUV가 4만 7천달러에 불과(?)한 사실 덕인지 꽤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참고로 혼다 피트, 크라이슬러 200, 포드 토러스 등 보다 익스페디션이 판매량이 높다. 미국인들의 대형 SUV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수치다.

이러한 익스페디션이 곧 생산을 중단하고 4세대 모델로 탈바꿈한다. 링컨 내비게이터가 신형으로 탈바꿈하며 동일 플랫폼을 사용하는 익스페디션 역시 세대 교체를 이룬 것이다. 2017 시카고 오토쇼에서 모습을 드러낸 익스플로러의 상위급 모델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듯, 익스플로러 디자인을 더욱 과장되게 입었다.


그리고 거대했던 덩치를 더욱 키웠다. 개선을 이룬 `T3` 플랫폼으로 새로 개발된 신형 익스페디션은 전장이 무려 5,347mm다.. 아울러 휠베이스도 3.1미터에 달한다.

`풀사이즈 SUV`라는 세그먼트에 걸맞는 체구를 지닌 신형 익스페디션은 3,5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을 얹고 포드가 새로 개발한 셀렉트시프트 10단 자동변속기를 매칭시켰다.

또한 신형 내비게이터와 마찬가지로 알루미늄 섀시 적용으로 경량화를 이뤘다. 따라서 차체가 커졌음에도 이전보다 차체 중량이 300파운드 (약 136kg) 가량 줄었다. 여기에 독립 서스펜션을 사용하여 하체를 보다 유연하게 다듬었고, 연료효율을 개선시킨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플래그십 SUV인만큼, 다이얼식 변속기를 비롯하여 실내에 고급감을 더하기 위한 장비들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와 더불어, 어느덧 데뷔 20년차를 지난 이 초대형 SUV에도 손위가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익스커션`이 그 주인공이었다.


한 미국의 인터넷 자동차 매체인 `Curbside Classic`은 특집 기사 `미국에게조차 너무 거대한 자동차`의 첫 페이지를 익스커션이 장식했던 바 있다. 해당 기사에서는 `GMC 서버번의 성공에 고무받은 포드의 무리수`라는 뉘앙스로 지나치게 크고 무거운 익스커션을 설명했었다.

포드 익스커션은 1999년 처음 탄생하여 단 한 세대만을 살다가 퇴역한 자동차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쉐보레 서버번과 같이 풀사이즈 SUV보다도 거대한 자동차가 히트를 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포드의 카드였던 것이다.


익스커션은 숫자들만 나열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자동차 역사에서도 큰 획을 그은 자동차다. 전장은 무려 5.7미터를 상회했고 (5,758mm), 3.5미터에 달하는 휠베이스를 지녀 몸무게만 3.2톤을 훌쩍 넘겼던 자동차였다. 참고로 디젤 엔진 모델은 차체 중량이 3,487kg이었다.

이러한 무지막지한 몸뚱아리를 움직이기 위해서인지, 포드는 익스커션에 거대한 심장들만 구비했다. `엔트리` 트림에는 5.4리터 V8 엔진을 탑재했고, 상위급 모델엔 V10 6.8리터 가솔린 엔진 및 V8 6리터 디젤 엔진을 얹었다. 참고로 V8 7.3리터 디젤 엔진도 탑재하여 은근히 풍부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최근에야 미국 시장에서도 기업평균연비제도 충족을 위한 방편으로 디젤 엔진을 사용하긴 하지만, 익스커션이 출시되었을 당시에 디젤 엔진을 사용했다는 것은, 다분히 3.2톤을 상회하는 둔중한 차체를 보다 수월하게 움직이게 하려는 방편이었다. 시대가 시대였던 지라 V10 6.8리터 가솔린 엔진의 토크가 58.7kg.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대표 애니메이션인 `심슨 가족 (The Simpsons)`에선 지나치게 커져가는 미국제 SUV들을 향한 풍자가 있었다. `Canyonero`라는 가상의 차를 만들어 `이렇게 SUV가 커져가다간 전장 11미터에 2차선을 한꺼번에 차지하는 차폭, 그리고 65톤에 달하는 자동차가 만들어질 것이다`라는 가정하에 이를 해학적으로 표현했었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캐녀네로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썼음에도 연비가 리터당 5km에 불과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해도 연비 향상이 티가 나지 않는 초대형 SUV들의 현재를 예측한 걸까?


해당 에피소드 방영 1년 후에 태어난 익스커션은 마치 이러한 패러디에 보답하듯 더욱 커진 덩치로 미국인들에게 경악을 선사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애니메이션에서 사용했던 캐녀네로의 CM송과 영상 뉘앙스를 `포드`사에서 따왔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미국인들의 취향을 저격한 건지, 판매량이 제법 높았다. 2000년도에는 한해 5만대를 넘게 팔았고, 이후에도 2~3만대 수준을 유지했다. 물론 상품성이 떨어지자 판매량도 곤두박질치며 2005년을 끝으로 단종되었다,


만약 익스커션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흥행하여 보다 큰 자동차가 속속들이 등장하게 되었다면, 앞서 언급한 `캐녀네로`가 우리의 현실과 마주했을 지도 모르겠다.

생산 중단과 함께 익스커션은 라인업에서 홀연히 이름을 지웠으나, 포드는 익스페디션에 `EL` (Extended Length) 모델을 더해 익스커션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아울러 신형 익스페디션에는 `익스페디션 MAX`라는 차명으로 익스커션의 명맥을 이어간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익스커션의 혼이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차체가 비대해져 가는 현재에 들어서도 익스커션의 체구를 뛰어넘는 차량은 없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는 광기를 이런 곳에서 표출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참고로 `Excursion`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는 `(길지 않은) 여행` 이다. 포드 익스커션은 그 이름에 걸 맞는 짧고 굵은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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