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신형 파사트 2.0 TDI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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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신형 파사트 2.0 TDI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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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 폭스바겐 코리아는 ‘신형 파사트 프리미엄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라는 시승행사를 열었다. 서울에서 남한강까지 약 100㎞ 거리로 이뤄진 시승코스는 신형 파사트의 성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이 자리에서 신형 파사트의 가격도 공개했다. 2.0 TDI 모델은 4050만원, 10월 출시 예정인 2.5 가솔린 모델은 3750만원이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작년 4월에 파사트를 단종하고도 올 상반기 작년대비 12% 판매성장을 이뤘다. 폭스바겐 코리아의 2012년 판매 목표는 작년대비 45% 높은 1만 8천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하반기 판매량이 중요하다. 때문에 신형 파사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파사트는 1973년 데뷔한 폭스바겐의 중형세단이다. 지난 39년간 전 세계에서 1500만대 이상 팔렸다. 한때는 폭스바겐의 기함 역할을 했고 지금은 골프, 비틀 등과 함께 폭스바겐 주력 모델 중 하나로 자리한다. 이번에 등장한 파사트는 7세대. 이전 모델보다 전체 길이가 103㎜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늘어난 길이 대부분은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차축 안쪽에 포함됐다. 따라서 넉넉한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덩치는 커졌지만 폭스바겐 특유의 탄탄한 몸놀림은 그대로다. 신형 파사트는 현대 그랜저, 토요타 캠리 등과 경쟁한다.



신형 파사트는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클라우드 비숍이 완성했다. 클라우드 비숍은 중구난방 흩어진 폭스바겐 디자인을 바로 세운 주인공. 부분변경을 거친 페이튼과 CC 등이 그의 작품이다. 신형 파사트 역시 그의 이전 작품처럼 반듯한 선과 간결한 면이 도드라진다. “덜어낼 것이 없을 때 디자인이 완성됐음을 느낀다.”라는 그의 말처럼 신형 파사트에선 쓸데없는 장식을 찾아 볼 수 없다. 앞모습엔 최근 폭스바겐 모델의 특징이 그대로 녹아있다. 가로로 한데 묶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이 단단한 느낌을 낸다. 반듯하게 자른 창문라인에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잇는 캐릭터라인을 더해 다부진 옆모습을 연출했다. 도어는 판판한 면을 자랑하고 앞뒤 펜더엔 휠 하우스 아치를 따라 선을 그어 탄탄한 주행성능을 강조했다.



위아래 단차를 나눈 트렁크에 안쪽을 뾰족하게 오린 테일램프를 붙여 입체감 있는 뒷모습을 완성했다. 안개등 아랫변에서 시작해 도어 아래쪽을 따라 뒤 범퍼로 이어진 크롬라인은 겉모습에 활기를 불어 넣는 역할을 한다. 사실, 신형 파사트는 단순함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높은 균형감과 비례감이 만든 짜임새 좋은 외모에선 빈틈을 찾을 수 없다. 이목을 잡아끄는 파격은 없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다. 무뚝뚝한 이미지에 담긴 존재감이 매력이다. 클라우드 비숍이 빚은, 최근 폭스바겐 모델의 공통점이다.



이런 특징은 실내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신형 파사트는 좌우대칭 대시보드와 대시보드를 가로 지른 우드패널, 오디오와 공조장치를 묶은 센터페시아 등 지극히 평범한 구성의 실내를 가졌다. 하지만 계기판과 송풍구, 센터페시아 등 각 요소들이 이룬 비율이 좋다. 때문에 오래 써도 질리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느낌을 낸다. 또한 각 패널과 장비의 맞물림 정도가 예사롭지 않다. 아우디 모델에 녹아있는 폭스바겐 그룹의 높은 조립완성도는 최근 폭스바겐 모델에도 전염중이다. 송풍구와 센터페시아, 변속 레버 등의 테두리에 붙인 얇은 알루미늄 패널에서도 아우디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고급소재가 내는 아우디 특유의 촉촉한 질감까지 느낄 순 없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 못지않게 훌륭하다.


아울러 신형 파사트는 꼼꼼하게 한글화를 마친 ‘RNS51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단다. RNS510은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각종 멀티미디어를 지원한다. 이전 모델보다 빨라진 시스템 반응 속도와 세련된 메뉴 디자인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부채질한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양옆을 두툼하게 부풀린 시트는 스포티한 느낌을 낸다.



7세대로 거듭나며 전체길이는 103㎜, 휠 베이스는 94㎜가 늘었다. 늘어난 휠 베이스 만큼 실내 공간 역시 넉넉해졌다. 뒤 좌석 무릎 공간은 무려 75㎜가 늘었다. 트렁크 용량은 529L.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실을 수 있다. 뒤 시트를 접으면 짐 공간은 더욱 실용적으로 변한다. 시승에 나선 모델은 파사트 2.0 TDI. 최고 140마력, 32.6㎏·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터보 엔진과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얹는다. 힘과 연비 좋기로 소문난 골프 2.0 TDI와 같은 구성이다.



골프보다 덩치가 큰 만큼 더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신형 파사트는 골프보다 무려 670㎜ 길지만 무게 차이는 겨우 3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형 파사트의 성능과 연비는 골프 2.0 TDI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가속 감각도 비슷했다. 큰 덩치를 의식 못할 만큼, 신형 파사트는 사뿐한 움직임을 보였다. 신형 파사트 2.0 TDI는 최고속도 시속 190㎞, 0→ 시속 100㎞ 가속시간 9.1초의 성능과 14.6㎞/L의 복합연비를 낸다. 하지만 신형 파사트 2.0 TDI의 가속성능이 경쟁자에 비해 좋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0→ 시속 100㎞ 가속시간 등 제원상의 성능은 평범한 수준이다. 그러나 마력대비 높은 토크를 쏟아내는 디젤엔진과 운전자의 의도를 민첩하게 판단해 처리하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DSG)의 궁합이 좋다. 때문에 추월 등의 재 가속능력이 뛰어나다. 제원상의 수치로는 판단하기 힘든, 실 주행구간에서의 경쾌한 움직임을 자랑한다. 브레이크는 페달을 밟는 만큼 점진적으로 제동성능이 높아져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신형 파사트의 진가는 쭉 뻗은 길이 아닌 굽이진 길에서 빛을 발했다. 단단한 섀시와 탄탄한 하체가 만드는 폭스바겐 고유의 반듯한 핸들링 특성이 신형 파사트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좌우 연속되는 코너에서 신형 파사트는 스티어링 휠 꺾는 만큼 앞머리를 비틀었다. 스티어링 휠을 과격하게 잡아챌 때 살짝 불거지는 언더스티어 현상도 예측 가능한 안전한 수준이었다. 안정적이되 민첩한 몸놀림은 동급 경쟁자에게선 찾기 힘든, 신형 파사트의 최대 장점이다. 신형 파사트는 커튼을 포함한 6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단다. 또한 앞 시트는 후면 충돌 시 안전벨트를 당기고 머리 받침이 앞으로 튀어나와 탑승자 경추 손상을 줄이는 WOKS(경추 보호 시스템)를 갖춘다. 아울러 사고 시 연료와 베터리 전원을 차단하고 도어락 해제와 비상등점멸로 2차 사고를 예방하는 ICRS(인텔리전트 충돌 응답 시스템) 등의 안전장비도 기본으로 단다.



폭스바겐 코리아의 박동훈 사장은 신형 파사트를 소개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첨단 기능과 다양한 옵션, 제원상의 높은 성능 등이 좋은 차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좋은 차는 배우자와 같다. 제원상의 스펙보단 자신의 생활 패턴, 라이프스타일과 맞는 차가 좋은 차다. 폭스바겐은 앞으로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잘 달리고 잘 돌고 안전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차가 될 것이다”



신형 파사트는 박동훈 사장의 말처럼 ‘좋은 배우자’ 같은 차다. 잘 짜인 안팎 구성에 넉넉한 실내를 갖췄다. 부족함 없는 가속성능과 제동성능은 물론, 크기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민첩한 몸놀림까지 품었다. 신형 파사트는 눈에 띄는 강력한 성능이나 파격적인 디자인을 갖추진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모난 곳도 없다. 신형 파사트는 모든 면이 고르게 다져진, 전체 균형이 좋은 중형세단이다. 신형 파사트는 폭스바겐 코리아의 목표 달성에 견인차 역할을 훌륭하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차의 조건이 제원상의 성능이 아니라는 것은 소비자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폭스바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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