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빨리 다가오는 내연기관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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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빨리 다가오는 내연기관의 종말
  • 윤현수
  • 승인 2017.08.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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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로 크랭크를 힘차게 돌리던 내연기관들은 생각보다 가파른 내리막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사용 연료가 휘발유든, 경유든 간에 내연기관을 사용한 자동차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데도 전문가들은 향후 20년 후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씨가 마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일단 내연기관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유럽이다. 이미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완전히 중지할 계획을 펼쳤다. 그러나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의 큰 영향력을 이유로 기간 내에 전기차가 완전히 도로를 지배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다. 그리고 프랑스 환경에너지 당국은 이 계획이 비현실적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연기관 퇴출은 녹색경제 실현을 위해선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프랑스와 사이가 좋지 만은 않은 영국이 이번만큼은 프랑스와 입을 모았다. 영국은 내연기관이 내뿜는 가스들이 연간 27억 파운드 어치의 생산성 손실을 유발한다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2040년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영국은 2020년부터 일찍이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사전 작업을 시작한다. EU 대기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내연기관차가 도심을 돌아다닐 경우 `Pollution Tax` (공해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또한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노후차를 보유한 시민에게 폐차 지원금을 지급하며, 전반적인 교통 시스템도 개선하여 2040년 계획을 현실화하고자 한다.


 이는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들이 도로의 빈 자리를 메워줄 것이란 가정하에 이루어진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친환경 자동차의중심이라 볼 수 있는 전기차의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은 여전히 억제가 쉽지 않다. 그리고 쓸만한 성능을 지니려면 주행거리도 제법 길어야 되기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과 미국과 같은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판매 비중은 한자릿수를 넘지 못한다. 더군다나 강경 대응을 보이는 유럽에서조차 1% 남짓한 전기차 판매 비중은 녹색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유럽 국가들의 의욕을 꺾는 현실적인 수치다.


 그럼에도 오히려 내연기관의 종말을 더욱 빠른 시점으로 예상하는 곳도 있다. 네덜란드의 종합 금융기관인 `ING`는 배터리 가격의 점진적인 하락과 생산량 증가로 인한 규모의 경제 실현,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들이 전기차 보급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기업은 2035년에 유럽에서 판매되는 신차 전부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ING는 현재 전기차 대중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충전 인프라 부족, 주행거리 불안 (Range Anxiety), 높은 단가와 같은 원인들이 기술 발전, 그리고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주행거리의 경우 대부분 160~240km에 불과하지만, 대략 10년 이후엔 640km 이상의 성능을 지니며, 배터리도 동 부피 대비 용량이 늘며 배터리 탑재 효율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ING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아시아 및 미국 업체들만큼 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지적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내연기관 퇴출을 목표로 하는 EU 국가들과의 생각과 다소 어긋난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전기차 보급의 핵이라 볼 수 있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w Energy Finance, 이하 BNEP)가 예측한 데이터에 따르면, 배터리 가격의 점진적인 하락으로 2025년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 가격표를 지닌다. 현재 배터리는 전기차 단가 상승에 있어 최소 48%, 최대55%에 달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며 2030년에는 배터리 가격이 현재보다 77% 하락한다는 것이 BNEP의 입장이다.


 위의 표를 보면 현재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보다 65% 가량 저렴하지만, 2025년에는 시판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나며, 2030년에는 오히려 전기차가 15% 저렴해진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가혹한 연비 규정을 통과하기 위해 막대한 개발비가 투자되어야 하고, 그 개발비가 자연 스레 차량 가격에 반영이 됨에 따라 가격 상승을 동반한다.


아울러 프랑스 완성차 업체인 르노 역시 `전기차의 총 소유 비용 (Total Ownership Cost, TOC)이 2020년 즈음에 내연기관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전기차의 경쟁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석유의 가채연수는 40년 이상 남았다.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활보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환경이라는 키워드가 발목을 붙잡으며 도로에서의 퇴출을 부추긴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이 부족한 인프라와 높은 가격 때문에 외면했던 전기차도 `쓸 만해질 것`이라 외친다.


`예측`, 그리고 `전망`이 모두 맞아떨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 금융기관, 경제 전문지가 입을 모아 예상보다 빠르게 내연기관의 종말과 전기차가 도로를 점령하는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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