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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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고스트
  • 류민
  • 승인 2012.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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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롤스로이스. 저가형 롤스로이스.롤스로이스 고스트의 별명이다.위급 팬텀보다 크기가 작고 가격이 싼 까닭에 붙여졌다.확실히 고스트는 팬텀에 비해 아담하고 저렴하다.팬텀과의 길이차이는 무려 500㎜.보통 두 체급 차이에 해당되는 길이다.가격 차이는 약 2억4,100만 원~ 2억8,000만 원.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 대형세단을 사고도 남는 돈이다.



하지만 고스트는 베이비라고 불리기엔 만만찮은 체격을 가졌다.비교적 짧은 차체를 가진 숏 휠베이스 모델도 길이가 5399㎜나 된다.고급 대형세단의 대명사인 벤츠 S-클래스보다도 100㎜이상 길다.저가형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고스트의 가격은 숏 휠베이스 3억 9,900만 원,롱 휠베이스 4억 7,000만 원이다.고스트에 붙은 오명은 위급 팬텀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팬텀은 뚜렷한 존재감을 뽐내며 경쟁자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하지만 팬텀의 숏 휠베이스와 롱 휠베이스 모델은 서로 크기와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다양한 크기와 가격대에 포진한 경쟁자를 모두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그래서 롤스로이스는 팬텀 고유의 느낌을 유지하되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낮춘 모델을 기획했다.고스트의 탄생배경이다.고스트는 벤틀리의 최상위 모델 뮬산과 다임러의 마이바흐 57등을 상대하기 위해 태어났다.



고스트는 BMW F01 7시리즈의 플렛폼을 사용한다.따라서 섀시와 서스팬션 구조, V12엔진(N74)과 8단 자동변속기(ZF)등이 7시리즈와 같다.앞 유리에 주행정보를 띄우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각종 멀티미디어를 지원하는 통합컨트롤러(iDrive)등도 BMW에서 가져왔다.차선이탈감지 기능과 차체자세유지 장치(ARS)등의 주행안전장치 역시 BMW에서 보던 것이다. 하지만 BMW의 부품과 기술을 그대로 도입하진 않았다.고스트에 맞게 세심한 조율을 거쳤다.엔진의 경우 배기량을 키워 출력을 올렸고 차체자세유지 장치도 고스트에 어울리게 프로그램을 다시 짰다. BMW그룹은 고스트와 7시리즈가 약 20%의 부품을 공유한다고 밝혔다.비교적 낮은 가격표를 달 수 있었던 비결이다.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의 특성을 고려하면,핵심 부품과 기술의 공유가 흠 잡을 거린 아니다.롤스로이스는 직접 운전하는 성격의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또한,고스트의 안팎에선 7시리즈와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고스트엔 롤스로이스 고유의 디자인이 너울져 있다.신전을 형상화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환희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롤스로이스의 고유 엠블럼,직사각형 헤드램프 등으로 완성한 무덤덤한 앞모습이 팬텀과 판박이다. C필러의 두께가 조금 얇을 뿐,옆모습도 팬텀과 크게 다르지 않다.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어깨선과 앞 펜더 끝자락에서 시작해 도어 아래쪽을 따라 그은 캐릭터 라인 등을 팬텀에서 가져왔다.앞에서 뒤쪽으로 젖혀 여는 코치도어방식의 뒤 도어도 팬텀과 같다.비교적 아담한 크기의 테일램프, C필러를 타고 내려온 라인에 맞춰 솟아 오른 트렁크도 그대로다.특히 사면에 녹아 있는 고유의 균형과 비율이 고스트를 롤스로이스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실내 역시 팬텀이 완성한 롤스로이스 고유의 느낌을 유지했다.하지만 우드패널의 면적을 줄이고 모니터의 크기를 키우는 등의 변화를 통해 젊은 감각을 강조했다.대시보드 아래쪽과 매끈하게 연결한 센터콘솔과 한층 부드럽게 다듬은 도어트림 등도 현대적인 느낌을 낸다.출력 게이지를 품은 계기판과 스티어링 컬럼에 붙은 변속레버,클래식한 디자인의 3스포크 스티어링 휠 등은 그대로다. 롤스로이스는 고스트에 최고 563마력, 79.6㎏·m의 힘을 내는 V12 6.6L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단다.무게 2,360㎏의 숏 휠베이스 모델의 0→ 시속 100㎞ 가속시간은 4.7초,무게 2,420㎏의 롱 휠베이스 모델은 4.9초다.최고속도와 공인연비는 두 모델 모두 시속 250㎞(제한)와 5.5㎞/L다.



고스트는 팬텀과 같은 공장에서 차체를 칠하고 광택을 낸다.도색은 부식방지를 위한 인산염 전기 코팅과 프라이머 도색,차체 코팅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른 도색 면을 위해 샌딩과 광택은 숙련된 작업공의 손으로 진행한다.도색과 광택 작업엔 한 대당 일주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고스트 실내에 쓰인 가죽은 목장에서 방목한 수소로부터 얻는다.표면에 흠이 적기 때문이다.흠이 있는 경우 레이저 커터 숙련공이 조심스럽게 지운다.고스트의 실내엔 최소 8종류의 가죽을 사용하는데, 일관된 색상을 유지하기 위해 같은 시간에 염색한 가죽을 사용한다.가죽은 드럼 다이 공정을 거쳐서 색이 가죽에 잘 스며들도록 한다.좌석과 패널에 가죽을 씌울 때는 전통 기법을 사용하는 솜씨 좋은 장인이 나선다.



우드패널에 쓰이는 나무는 목재 전문가가 선별한다.얇은 교차점을 가진 나무를 찾는 것이 목재 전문가의 업무다.차 한 대분의 우드패널은 한 그루의 나무로 만든다.나무결과 색상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이렇게 얻은 나무는 숙련공이 직접 제분 및 샌딩을 한다.그리고 5겹의 도색과 코팅 작업에 들어간다. 고스트는 전 좌석 독립 공조 장치와 마사지 시트,뒷좌석용 9.2인치 모니터 등 셀 수 없이 많은 편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하지만 롤스로이스는 더 특별한 것을 찾는 고객을 위해 ‘Bespoke’라는 특별 주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기본적으로 차체는 16가지,실내 가죽은 12가지의 색상으로 꾸밀 수 있다.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색상과 재질이라면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편의장비도 입맛대로 구성할 수 있다.사운드 시스템을 통째로 바꿀 수도 있고 뒷좌석 센터콘솔에 냉장고를 하나 더 달 수도 있다.



롤스로이스는 현재 BMW그룹의 우산 아래 있다. 고스트와 7시리즈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이유다. BMW그룹과 롤스로이스는 최고급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고스트를 개발했다. 고스트는 팬텀이 쌓은 새로운 롤스로이스의 이미지와 BMW의 높은 기술력을 모두 품었다. 롤스로이스의 전통과 깊은 역사, 장인정신 역시 고스란히 담겨있다. ‘Bespoke’ 주문 프로그램은 고스트를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든다. 고스트는 BMW 7시리즈와 롤스로이스 팬텀의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자격이 충분하다. 나아가, BMW그룹 야심달성의 선봉장 역할도 훌륭하게 해내리라 생각한다.


글 류민 기자 |사진 롤스로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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