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GS350 F-스포트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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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GS350 F-스포트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2.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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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의 중형세단 GS가 4세대로 거듭났다. 신형 GS는 렉서스의 새 출발이라는 막대한 임무를 짊어졌다. 감당할 짐의 무게에 질세라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날을 세운 주행감각을 뽑아 들었다. 운전자를 단단하게 둘러싸는 실내로 긴장감도 조성했다. GS는 스포츠세단이 갖춰야 할 조건을 비장하게 챙겨들고 다시 한 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2008년 가을, 리먼 사태에서 비롯된 미국 경기 침체는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에서 승승장구하던 토요타·렉서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1년 뒤, 토요타 캠리의 급발진 사고까지 터졌다. 대규모 리콜을 감행했다. 제품 신뢰도는 하락했고 판매량은 더 감소했다. 토요타·렉서스는 타격이 컸다. 미국시장 의존도가 컸고 잘 나가던 시절이라 몸집을 부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1년 봄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그 해 여름엔 태국 홍수로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생산차질이 지속됐다. 엔고도 수출의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올해, 토요타·렉서스는 재기에 도전하고 있다. 토요타는 신형 캠리, 렉서스는 신형 GS를 앞세워 공세를 펼치고 있다. 렉서스는 “렉서스의 재도약을 이끌어 낼 모델”이라고 설명할 만큼 GS에 걸고 있는 기대가 크다. 

 



시승차는 GS 350 F-스포트다. 잔뜩 찌푸린 인상이 압권이다. ‘스핀들 그릴’이라 부르는 꿀단지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L자로 들어오는 주간 주행등으로 심각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범퍼 양 끝에서 입을 쩍 벌린 공기 흡입구(사실 막혀 있다!)도 이런 느낌을 부채질한다.

무시무시한 앞모습과는 달리 옆모습엔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벨트라인을 한껏 끌어올려 두툼한 면을 뽐내는 정도다. 숨을 잔뜩 들이켠 듯한 자세다. 19인치 휠이 작아 보일 정도다. 창문라인은 당겨진 활시위 같아 지붕이 낮아 보이는 효과를 낸다.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쪽엔 브레이크의 냉각을 위한 구멍이 있고 테일램프 바깥쪽 표면엔 돌기가 나있다. 트렁크 리드엔 스포일러, 뒤 범퍼 하단엔 디퓨져를 달았다. 모두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 성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이전 GS를 미끈한 차체에 부드러운 터치로 완성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쟁자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던 ‘존재감’만큼은 확실하게 강조했다.




패들 시프트를 갖춘 두툼한 스티어링 휠과 가죽 부츠를 씌운 변속 레버, 높고 넓은 센터콘솔이 스포츠세단 느낌을 풀풀 풍긴다. 몸을 단단히 감싸 안는 운전석 시트는 무려 18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등받이가 바짝 세워지지 않고 시트고가 조금 높다.

대시보드 중앙에 단 모니터와 아날로그시계, 센터콘솔과 도어트림 패널을 따라 은은히 들어오는 조명이 화려한 이미지를 주도한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엔 가죽을 아낌없이 씌웠고 시트를 비롯해 구석구석 촘촘한 바느질까지 더했다. 머리 위 공간과 뒷좌석 무릎 공간을 넓혀 여유도 챙겼다. 트렁크엔 골프백과 보스턴백을 각각 4개씩 실을 수 있다.

 



렉서스는 GS 350 F-스포트에 최고출력 310마력, 최대토크 38.2㎏·m의 힘을 내는 V6 3.5L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려 단다. 0→시속 100㎞ 가속시간은 5.7초, 최고속도는 228㎞, 복합연비 9.5㎞/L를 낸다. 이전 모델의 엔진을 조금 개량했을 뿐이라 별 차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성능을 가졌다.

이전 모델과 가속성능은 비슷할지언정 달리는 맛은 조금 다르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예상외의 거친 소리를 내며 달려 나간다. 소리의 근원지는 ‘사운드 크리에이터’와 ‘사운드 머플러’. 특히 저회전에서 꽤 묵직한 소리를 낸다. 엔진 흡기계와 머플러에 손을 대 의도적으로 소리를 만들었다니, 정숙성을 강조하던 렉서스가 맞나싶다.

소리는 거칠지만 매끄러운 회전감각은 유지했다. 그러나 회전이 올라 갈수록 힘이 쳐지는 특성까지 그대로다. 브레이크는 페달을 밟는 만큼 속도를 줄인다. 믿을 수 있는 제동성능을 가졌다.

 



주행 성격의 변화는 동력 성능이 아닌 ‘거동’에 있다. 일단 고속 안정성이 좋아졌다. 이전 모델보다 좀 더 단단한 뼈대에 탱탱하게 힘을 준 관절을 짜 맞췄기 때문이다. ‘AVS´(Adaptive Variables Suspension)라는 가변제어 서스펜션이 큰 움직임도 부드럽고 빠르게 다잡는다. 굽이진 길에서 스티어링 휠을 휙휙 잡아채도 바퀴는 끈끈하게 바닥에 붙어 있다.

‘DRS’(Dynamic Rear Steering)라 부르는 사륜조향장치도 달았다. 스티어링 휠을 꺾으면 앞머리를 따라 온몸이 안쪽으로 파고든다. 앞바퀴만 비트는 게 아니라 뒷바퀴도 살짝 비틀기 때문이다. 게다가 ‘VGRS’(Variable Gear Ratio Steering), 가변비율 스티어링까지 달아 파고드는 느낌이 더 강하다. 하지만 전자장비로 주행감각을 완성한 탓인지 묵직한 감각은 떨어진다.

에코, 노멀, 스포트, 스포트 로 나뉜 주행모드도 있다. 단계에 따라 차의 움직임이 변하는 장치다. 후자로 갈수록 변속시점을 늦춰 엔진의 화를 돋운다. 스티어링 휠과 하체 반응 또한 다소 예민해진다.

 



렉서스가 GS를 발표하며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자신한 이유와 독일 프리미엄 세단을 경쟁자로 지목한 이유가 조금은 납득이 간다. GS는 분명 즐겁게 탈 수 있는 세단이다. 경쟁자들의 장점을 고루 담아냈다. 하지만 칼을 빼들어 정면 승부를 택한 것 치고 GS만의 특별한 필살기가 없다. 존재감 넘치는 외모와 탄탄한 주행성능은 납득할 만한 수준이지만 녹아든 기술은 다 2~3년 전 등장한 경쟁자들에게서 본 것들이다.

렉서스가 GS의 경쟁자로 독일 프리미엄 세단을 지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 세대를 발표할 때도 그랬다. 하지만 그땐 스포츠세단을 표방하되 특유의 포근한 감각을 잔뜩 담아냈다. 다소 무를지언정 쾌적하고 매끄러운 주행감각도 자랑했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렉서스만의 매력이 넘쳤다. 반면 신형 GS에선 렉서스만의 개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S의 상품성은 훌륭하다. GS 350 F-스포트의 가격은 7.730만원. 존재감이 확실하고 운전 재미도 괜찮다. 동급 경쟁자로 이런 재미를 느끼려면 한참을 더 지불해야 한다. 한국형 내비게이션,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댑티드 헤드램프, 10개의 에어백과 각종 자세제어 장치 등 경쟁자가 가진 대부분의 편의·안전장비 역시 빠짐없이 갖췄다.

운전 재미를 조금 버리면 매력은 더 커진다. AVS, DRS, VGRS가 빠져 주행 감각이 다소 무디지만 같은 엔진을 쓰는 GS 350은 무려 1,000만원도 더 싼, 6,580만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글 류민|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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