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울 틈도 없이 꽉꽉 채운 BMW `S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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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울 틈도 없이 꽉꽉 채운 BMW `SAV`
  • 윤현수
  • 승인 2017.10.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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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1부터 7까지, 어느덧 틈새 없이 빽빽하게 채웠다. 세단이나 쿠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X5를 기점으로 SAV 라인업을 전개한 지 20여 년 만에 BMW는 자사 SUV의 풀 라인업을 완성하기 직전에 이르렀다. 약 20여 년 간 BMW가 꾸려온 `SAV 패밀리`들을 잠시 되돌아봤다.

20세기 끄트머리에 등장했던 초대 X5는 프리미엄 SUV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기 시작한 주인공이다. 단순한 SUV가 아니라 SAV (Sport Activity Vehicle)이라는 개념을 통해 브랜드 특유의 다이내믹함을 강조했었다. 그리고 X5는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SAV 라인업의 핵심 모델 중 하나로, BMW SUV의 이미지를 이끄는 일등 공신으로 자리매김 해오고 있다.

그 하위급 모델로 2003년에 첫 등장한 X3는 점차 시장이 커져가는 SUV, 그리고 크로스오버 세계의 허리가 되는 미드사이즈 SAV다. 특히 프리미엄 SUV 시장의 중심인 미국 시장에서 X5와 함께 BMW의 실적을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3세대 모델이 공개되며 한 발 먼저 신형으로 거듭난 메르세데스 GLC와 아우디 Q5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 상에선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으로 잠시 논란을 빚었으나, 여전히 뒷바퀴를 기반으로 동력을 전하는 역동적인 면모로 기존의 입지를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정규 라인업에 합류가 늦은 X1은 컴팩트 SUV가 주목받기 시작하자 BMW가 2009년에 내놓은 후륜구동 기반의 SUV였다. 전륜구동 기반 일색이었던 컴팩트 SUV 시장에 단연 군계일학의 존재감을 내뿜었다. 특히 1세대 모델은 태생적인 특성으로 인해 짧게 형성된 오버행과 SUV라기보단 키 큰 해치백 같은 크로스오버 바디로 역동적인 맛을 물씬 풍겼던 모델이다.

그러나 탄식을 머금게 만드는 일련의 사건이 일어났다. X1이 간직했던 `거의 유일무이한 후륜구동 기반의 SUV`라는 고유성이 사라진 것이다. BMW 산하의 MINI 브랜드의 신형 플랫폼을 컴팩트 BWM와 공유하게 되면서 X1의 캐릭터가 희미해졌다.

따라서 컨트리맨과 마찬가지로 X1은 전륜구동 기반의 SUV로 거듭났고,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와 함께 브랜드 전통을 깨부순 변절자라는 악의적 타이틀 만이 남는 듯했다.

뿌리는 결국 변했지만 그럼에도 브랜드의 정체성은 여전했다. 수년간 미니를 품으며 전륜구동 플랫폼을 갈고닦아온 BMW는 앞바퀴 굴리는 차량들을 매만지는 솜씨가 절정에 달했다. 차급을 막론한 다이내믹을 지향했던 BMW답게, X1은 앞바퀴를 굴려도 결국 SAV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BMW가 본격적으로 틈새를 파고들기 시작하며 탄생시킨 X6는 짝수 BMW SUV 라인업의 시조였다. 불편함을 동반하긴 하지만 쿠페 특유의 멋들어진 스타일링을 받아들인 X6는 SAC (Sport Activity Coupe)라는 SAV의 하위 개념으로 빚어졌다.

볼륨 모델로 활약을 펼치기엔 실용성이 다소 부족하여 이미지 리딩 모델로 제법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또한 X5보다 스포티한 이미지를 통해 퍼포먼스 SUV로서의 역할도 겸했다. X5 M, X6 M 등 SAV 시리즈 최초의 M 모델로도 등장하여 브랜드 특유의 스포츠 이미지 강화에도 일조했다. 아울러 2014년에 풀체인지를 이룬 2세대 모델은 트라이-터보 디젤 엔진의 M50d 모델의 등장도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후 X3의 스포츠 버전인 X4도 모습을 드러내면서 BMW가 이야기하는 `SAC` 패밀리도 점차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유려한 스타일링과 더불어 브랜드가 오래전부터 강조해오던 `스포티` 이미지에 잘 부합하는 특성들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말, 위장막을 덮어쓴 X2가 밀라노에 등장했다. X1을 쿠페 스타일로 꾸민 짝수형 `SAC` 시리즈의 막내다. X1과 마찬가지로 컴팩트한 크기의 SUV지만 둔부는 치켜 올리고 루프라인은 완만한 경사를 만들어내어 역동적인 맛을 더한 모델이다. 곧 참전을 예정한 X2의 등장으로 BMW의 SAV 라인업, 나아가 SAC 라인업까지 소형 – 중형 – 대형으로 이루어진 구색을 갖췄다.

종전까지 틈새시장에서 활약하며 BMW 플래그십 SUV 역할도 겸했던 X6도 부담을 조금 덜어낼 전망이다. BMW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차세대 플래그십 SAV, X7의 컨셉트 모델을 공개했다. 

수년 전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X7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그려진 것이다. 거대한 크기의 키드니 그릴과 더불어 육중함이 오롯이 느껴지는 차체로 위압감을 전했던 X7은 7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디자인도 어렴풋이 드러냈다.

점차 파이를 키우는 프리미엄 대형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표출하기 위한 오버스러운 인상이지만,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던 모양새였다. 2018년에 양산될 예정인 X7은 메르세데스-벤츠 GLS와 아우디 Q7 등과 경쟁할 전망이다. 특히 X7은 2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8시리즈와 더불어 BMW의 럭셔리 세그먼트 확장 프로젝트의 주역이기도 하다.

 

BMW는 X5 하나로 시작했던 SAV 라인업을 끝끝내 모두 채워냈다. 그리고 어느샌가부터 `X8`도 세상에 등장할 수 있다는 소문들이 속속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SUV 전성시대를 틈타 모델 간 틈을 완벽히 메워내는 데에 성공해놓고도 BMW는 여전히 성이 차지 않은 것일까?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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