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판 시리(Siri), `챗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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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판 시리(Siri), `챗봇`
  • 윤현수
  • 승인 2017.10.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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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본지의 대형 프로젝트 코너 중 하나였던 코나와 스토닉 비교 시승기 작성을 위한 자료가 필요했다. 현대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관련 정보를 뒤적거리는 순간,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차량 소개 페이지에선 선택할 수 없는 기능이었다.

'코나 챗봇과의 대화'라 써진 버튼은 호기심을 유발하게 만드는 모양새였다. 클릭을 하니 별안간 팝업창이 나를 반겼다. 마치 PC버전 카카오톡을 교수님 몰래 쓰는 기분이었다.

순간 한때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행을 탔던 대화형 인공지능 개인 비서, 애플의 Siri나 LG의 Q보이스를 떠올렸다. 수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농담 따먹기는 물론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찾아주는 서비스 프로그램이었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서 보면 2000년대 혜성(?)처럼 나타나 아웃사이더 친구들에게 말동무가 돼주었던 `심심이` 같은 느낌도 어렴풋이 든다.

현대차의 챗봇 (Chatbot) 서비스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아이폰의 개인 비서 이름이 '시리 (Siri)'이듯, 챗봇의 이름은 '앨리스 (Alice)'란다. 혹시나 해서 앨리스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굉장히 친절하게 알려준다. 자기소개에 제법 공을 들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베타 버전이라 대답을 잘 못할 것이란 밑밥도 깔아두었다. 실제로 아직은 일처리가 미숙한 것인지 '코나 사진 좀 보여주라'라는 말에 `쉽게 좀 말씀해주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쉽게 말해달라길래 '사진 보여줘'라고 했더니 뜬금없이 시승기 링크를 알려준다. 알아서 보라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사진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코나의 제원이나  스펙 등을 물어봤다. 먼저 농담조로 `몸무게가 몇이냐`고 물어보니, 진짜 코나의 공차중량을 알려줘서 놀랐다. 흔히 상투적인 표현으로 기자가 차량 중량을 표현할 때 `몸무게`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의미가 제법 통한 모양이다.

또한 '엔진 출력은 몇인가?'라는 표현 대신 위와 같이 '힘은 세냐?'라고 묻자 1.6 터보 엔진의 영상과 더불어 터보차저 엔진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따라서 '차 값이 얼마냐'와 같은 상투적인 표현이나 구어체도 쉽게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끔 말을 이해 못하는 현상이 나오긴 해도, 차량 설명 페이지에서 여기저기 찾는 게 귀찮은 소비자라면 이용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특히 챗봇 '앨리스'는 질문에 따라 유동적으로 이미지나 영상, 360VR 등 멀티미디어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차량 소개를 열성적으로 이어갔다.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더욱 다양한 패턴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성장 가능성을 지녔다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흔히 시리나 Q보이스와 농담 따먹기로 하던 이야기도 꺼냈다. '밥 먹었어?'라는 질문에 자신은 배고플 일이 없다며 당황한 이모티콘을 썼다. 아울러 차 값이 비싸다고 투덜대자 이달의 구매 혜택과 구매 이벤트 이야기를 슬쩍 건네는 센스도 보였다.

코나 챗봇은 사실 인터페이스가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있어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사용하기에 더욱 적합했다. 평소와 같이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듯 챗봇과 대화하면 된다. 사실 현대차의 고루한 브랜드 이미지 때문인지 상상도 못했던 발랄한 아이디어라 의외라는 생각이 컸다.

상대적으로 구매 소비자층의 연령대가 낮다 보니 모바일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하게 느껴질 법 했다. 제법 실용성도 높아 다른 차량들 소개 페이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면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편의성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는 베타버전에 머물고 있으나, 현대차 측은 꾸준히 소비자들의 반응을 학습시킨 정식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제 자동차 좀 안다는 친구에게 시시콜콜 물어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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