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추락하는 크루즈, 속 끓는 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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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추락하는 크루즈, 속 끓는 한국GM
  • 윤현수
  • 승인 2017.10.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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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자동차 시장은 이른바 '역대급 연휴'를 앞두고 제조사들의 총력전이 펼쳐졌다. 영업일수가 대폭 빠져버리는 10월의 실적 악화를 대비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세그먼트를 막론한 모델들에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동원했다.

한편, 8월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는 시기였던지라 시장은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 그럼에도 여름은 자동차 시장에 있어 전통적인 비수기였다. 전반적인 실적 하락은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따라서 휴가철이 끝나 영업일수를 꽉꽉 채운 9월은 실적 회복이 불 보듯 뻔했다. 실제로 9월 국산차 시장은 명확한 오름세를 보였다. 르노삼성은 판매량 상승을 이룬 브랜드들 중 가장 낮은 5.2%의 상승폭을 보였고, 기아차와 쌍용차는 각각 17%, 14,7%의 판매 증가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의 전반적인 활황세와는 달리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한국 GM은 판매량 감소라는 아 쉬운 결과를 보였다. 주력 모델들이 판매량 회복을 이루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뼈아팠다. 가령 SM6와 함께 세그먼트 최강자 쏘나타를 지속적으로 위협했던 말리부는 전월대비 11.5%의 하락폭을 보이며 시장 1위 쏘나타와 4천 200대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가장 치명적인 실책은 바로 라인업의 허리를 맡는 '크루즈'의 부진 탈출 실패였다. 최근 컴팩트 세단들은 소형 SUV들의 득세로 조금은 버거워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소형 SUV 시장이 여물지 못했던 3년 전엔 4개 제조사가 만든 컴팩트 세단의 총 시장 점유율은 14%에 달했었다. 그러나 2년 전인 2015년 9월에는 11.4%로 줄고, 작년엔 7.8%까지 폭락했다.

코나와 스토닉이 합류한 현시점에선 다행스럽게도 7.8%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수요가 현대차 아반떼로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여타 제조사들은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특히 쉐보레 크루즈는 올해 데뷔 무대를 가진 신형 모델이다. 여전히 모델 수명주기가 싱싱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9월 판매대수는 417대에 불과하여 아반떼와 6천 6백대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이는 풀체인지 직전엔 1년 전보다도 낮은 판매량이다. 오랜 세월 절치부심 끝에 새롭게 단장한 것치곤 지나치게 초라한 데뷔 시즌으로 2017년을 마무리할 것이 유력해졌다.

노후화로 인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평가되는 SM3보다도 낮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가히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크루즈는 자신의 홈그라운드라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선 이와 상반된 면모를 보였다.

9월, 미국에선 1만 5천 명을 상회하는 수많은 소비자들이 쉐보레 크루즈를 선택했다. 300개 차종이 팔리는 미국 시장에서 24번째로 높은 성적이었다. 미국 컴팩트 세단 시장에서 전통의 강호 역할을 해온 일본 3사 트리오에 이은 카테고리 4위의 성적이기도 하다. 심지어 한국 시장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도 크루즈보다 한 계단 낮은 순위를 보였다.

크루즈는 미국에서 2017년 9월까지 월평균 16,631대를 판매했다. 북미에서도 서브컴팩트 SUV들의 등장 탓에 크루즈의 판매량이 점차 줄고 있긴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폭락과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2017년은 신형 모델이 등장한 시즌이다. 크루즈는 카테고리 왕좌에 있는 아반떼를 견제해야 하는 임무를 전혀 완수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서브 컴팩트 SUV들의 등장으로 인한 컴팩트 세단들의 판매량 하락은 시장을 불문하고 자연스레 이뤄지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유사한 가격대 구성과 더불어 SUV와 크로스오버의 선호도가 높아지며 생긴 해프닝이다.

일본제 컴팩트 세단 트리오가 시장을 잡고 있는 미국에서도 나름대로 선방 중인 크루즈가 풀체인지를 이루고도 한국 시장에서 아반떼는 커녕 SM3에도 밀리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보다 더 치열하다면 치열한 컴팩트 세단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를 유지해온다는 것은 상품성에는 큰 하자가 없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신형 모델이 선대 모델보다 개선되고 성능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기준에서 높은 상품성의 향상을 낳았다고 해서 그것이 꼭 차급의 상향까지 이뤄내는 것은 아니다. 한국GM은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고, 신형 크루즈는 폭 넓은 가격 인상까지 용인될 정도로 한국 소비자들 입맛에 들어맞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신차효과는 진작 막을 내렸고, 모델 변경 시기는 아직 한참이 남았다. 주력 모델로서 카테고리에서 활개를 쳐야 할 크루즈는 이렇게 한국GM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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