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릴 자격, 운전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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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달릴 자격, 운전면허
  • 김상혁
  • 승인 2017.10.20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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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2월 21일부로 운전면허 간소화가 폐지되면서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진 운전면허 시험을 치르게 됐다. ‘불면허’라 부르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적잖이 있지만 간소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을 뿐 어려워진 것은 아니다. 단지 간소화로 인해 운전면허 취득이 너무 쉬웠던 것뿐이었다. 

국내에서 ‘운전면허’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시작된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로 알려져 있다. 당시 경성 자동차 운전 양성소에서 면허증 개념의 사설 면허 증서를 발급해줬다. 물론 그 시절에 자동차가 흔했던 것도 아니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도 적었다. 또한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부유한 몇몇 특권층의 재산이었기에 정식적인 ‘자격’ 의미는 크지 않았다.

지난 1961년 도로교통법이 제정된 후에야 현재 운전면허 시스템과 유사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자동차 교습소의 관리자에게 운전 기능 및 구조 등을 교육받고 합격 인정을 받아야 하는 지정 자동차 교습소 제도였다. 자동차 교습소에서 교육을 수료했다는 증명서를 받아야 기능 시험에서 면제될 수 있었고 짧게는 4주, 길게는 10주가량 교습 시간이 운영됐다. 

지정 자동차 교습소 제도는 지속적으로 관련 법률을 재정비해 나갔지만 1976년 폐지하게 된다. 교육 담당기관과 집행기관이 달라 관리상 문제가 있었고 학원 간의 과도한 경쟁, 부정행위 등이 이유였다. 

지정 자동차 교습소 제도가 폐지된 이후 사설 자동차 강습소는 계속 활동해왔고 사설 강습소에 관한 법률 전문개정도 발표되는 등 국민들의 운전면허 관심도 높아져갔다. 변해가는 시대상과 함께 운전면허 관련 법률도 개선되어 가는 과정 중 1990년 자동차 운전전문학원 제도가 도입하게 된다. 또한 이듬해인 1991년 자동차 학원에서 자체 기능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자동차 운전전문학원 제도가 도입된 1990년대의 운전면허 시험은 시험 자체 난이도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면허증 취득 스트레스가 높았다. 지금과 같이 컴퓨터 보급률이 높지도 않았고 전산 활용이 활발한 시기도 아니었던 터라 취득에서 발급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면허증을 최종 발급받은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또한 1997년 도입된 도로주행 시험은 학과 교육 25시간, 기능 20시간, 도로주행 15시간으로 총 60시간을 소요해야만 했다. 물론 도로주행 시험이 도입되면서 속성 면허 취득 공식, 정식 운전 교습소가 아닌 간이 교습소 등 불법 교습소를 양산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여기에 기능 시험 T, S 자 공식이 세간에 떠돌면서 교육의 의미가 유명무실해지기도 했다.

2011년 운전면허 취득에 있어 크나큰 변화가 찾아오는데 바로 ‘운전면허 간소화’다. 그렇지 않아도 불법 교습 양산으로 운전면허 취득이 간편해지던 중 더욱 쉽게 바뀌게 된 것이다. 특히 난이도 및 실격률이 높았던 장내 기능 시험 코스를 2개로 확 줄이게 된다. 현재는 당당히 부활해 면허 취득자들의 애를 먹이는 S자, T자 코스도 이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물론 효율성을 따지며 도로주행 코스를 늘리고 채점 항목을 12개로 확대했지만 가장 무난한 도로 상황에 맞춰져 있다 보니 효율성을 논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운전면허 간소화 이후 기능 시험 합격률은 69%에서 92%까지 뛰어올랐다. 면허 취득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이 손쉬워지면서 2011년 면허 소지자는 약 2,725만 1,000명으로 늘었고 2012년 약 2,826만 3,000명으로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국내 면허 취득이 쉽다고 알려져 중국에서는 단체로 외국면허 취득을 위한 관광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 당시 취득한 운전면허를 ‘물 면허’라 부르는 비아냥이 따라다니게 됐다.

지난 2016년 12월 22일 운전면허 간소화를 대신하는 신규 운전면허시험이 적용됐다. 흔히 말하는 ‘불 면허’다. 기존 730문항이었던 학과 시험은 1,000문항으로 늘렸고 장내 기능 시험은 2개에서 7개 항목으로 늘렸다. 의무 교육 시간 역시 2시간에서 4시간으로 길어졌다. 도로주행시험은 87개에서 57개로 줄었다.

운전면허 간소화 기간과 비교했을 때 학과시험이나 도로주행시험의 합격률 차이는 미미했다.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장내 기능 시험에서는 시행 첫 주 89.6%에서 32.2%로 크게 떨어지며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나 응시자들이 어려워한 부분은 T자 코스였다.

 해외 각국의 운전면허

미국은 국내와 비슷하게 학과 시험과 도로 주행을 시행하고 있는데 도로 주행시험의 경우 자신의 자동차로 시험에 임할 수 있다. 또한 도로 주행 시험에서 헤드라이트, 비상등, 와이퍼 등 자동차 조작에 관한 사항도 포함하고 있다. 미성년자에게는 임시 면허증을 발급해주는데 미성년자 임시 면허는 야간 운전이 불가하며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연령대 동승자 탑승 금지, 면허 소지 성인 동반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동일한 시험 과정을 거치는데 시험 문항이 많아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실기시험을 거친 후 약 1년간 면허 취득 부착물을 달도록 하고 있다. 부착물을 달고 있는 기간 동안 12개 이상의 법규를 위반하며 면허가 취소된다. 

영국은 학과 및 실기 시험 외에 구두 질문으로 응시자를 시험하고 동영상으로 올바른 위험 인지 능력을 판단하는 시험 항목 등을 갖추고 있다. 스웨덴은 위험 훈련이라고 해서 눈길, 얼음 위에서 운전 상황 등 위험 상황을 가정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일본은 자동차 교습소에 등록해 학과 수업 10시간, 기능 코스 주행 15시간을 받은 후 임시면허를 받고 한번 더 교육 진행을 해야 한다. 이마저도 면허증 발급이 아닌 면허시흠 응시 자격일 뿐이다. 중국은 교통 상식과 안전 지식 각각 100문항과 장내기능, 도로 주행 시험을 합격해야 하는데 이론 시험은 100점 기준 90점 이상이어야 하며 장내 기능 및 도로 주행 시험도 80점 이상이어야 한다. 이에 소요되는 개인 학습 시간과 교육시간은 덤이다.

독일은 면허 취득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다. 운전면허 취득에 앞서 자동차 및 교통에 관한 수업을 몇 번에 걸쳐 이수해야 한다. 특히 학과 시험에서 3개 이상 틀리면 바로 불합격 처리된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구두 질문을 통한 시험도 진행하는데 자동차의 구조나 예방 정비 방법 등 시험관에 따라 내용을 달리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도로 주행 시험은 야간 운전, 고속도로 운전을 포함하고 있어 단번에 면허증을 취득하기 쉽지 않다.

작금의 운전면허 시험에 대해 ‘불면허’라 부르며 운전면허 취득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있지만 운전면허증이란 결코 쉽게 발급되어서는 안 되는 자격 증명이다. 도로를 달리고 자동차를 이끄는 가장 기본이자 가장 우선시되는 안전을 담보로 내어주는 것이 ‘운전면허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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