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도쿄 모터쇼에서 르노는 자사의 모터스포츠 디비전, 르노스포트의 탄생 40주년을 기념하며 부스를 자신들의 스포츠 모델로만 꾸며냈다. 또한 한 켠에는 자사의 F1 레이싱 머신을 자랑스레 전시하고 블랙 바탕에 옐로 컬러 포인트를 활용한 부스 연출로 일말의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물론 이번 2017 도쿄모터쇼 르노 부스의 주인공은 미디어 컨퍼런스를 통해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메간 R.S’다. 자사의 신형 C세그먼트 해치백에 르노스포트의 기술력을 모조리 쏟아 넣은 핫해치계의 전설이다. 이외에도 부스에는 ‘루테시아 R,S’라 이름을 바꾼 클리오 R.S도 당당히 포즈를 취했고, 메간의 준고성능 모델인 메간 ‘GT’도 부스를 지켰다.
그럼에도 눈에 가장 밟히는 모델은 르노 패밀리의 막내, `트윙고`였다. 똘망똘망한 눈망울에 스마트와 공유한 플랫폼 덕에 지닌 독특한 RR 레이아웃이 사랑스러운 자동차였다. 심지어 부스의 컨셉을 살린 GT 모델이었다.
트윙고 GT는 유럽에서 팔리는 트윙고의 최고 등급 모델이자 스포츠 모델로, 110마력 사양의 898cc 터보 엔진에 르노스포트의 손길을 거친 하체까지 지닌 말 그대로 초미니 ‘펀카’였다. 한국에는 전혀 들여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한국 땅을 밟길 학수고대하다 도쿄에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트윙고는 모니터 너머로만 마주했던 나름대로 `현실적인 드림카` 였으나 실제로 만나니 매력은 더욱 짙어졌다. 톡톡 튀는 오렌지 컬러에 GT 전용으로 데칼을 입히고 예쁘장한 투톤 휠을 신어 고성능 모델이라기보단 패션카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특히 꽁무니에는 뒷차축 쪽에 담긴 엔진 열을 빼내기 위한 에어아울렛과 나름 매콤함을 담았음을 알리는 GT 엠블럼도 달았다. 테일 파이프까지 듀얼 타입으로 뽑아내어 깜찍함 속에 스포티함까지 가미했다.
실내 역시 외관의 재기 발랄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구성을 보인다. 오렌지 포인트 컬러를 에어 벤트와 플로어 매트, 기어 박스 패널과 시트에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심심함을 한껏 덜어냈다. 도어 패널이나 시트에는 오렌지 색상 스티치로 마감한 흔적도 재밌는 부분.
밑동을 살짝 잘라낸 D컷 타입의 스티어링 휠은 컴팩트한 차체와 어울리는 자그마한 크기에, 모양새도 적당히 멋들어진다. A세그먼트카 주제에 헤드레스트 일체형 세미 버킷시트를 갖췄다. 무난한 모양새의 수동변속기와 함께 실내를 보고 있자니 운전 욕구가 치밀어 오른다.
모터쇼 장내를 질주할 순 없으니 순순히 운전석에서 내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봤다. 실내 공간에 신경을 많이 쓰긴 했지만 3.6미터의 경차급 크기는 넉넉한 2열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창문도 전동식으로 상하 작동을 하는 게 아니고, 경첩을 조작해 살짝 열어젖히는 것만 가능했다. 트렁크 입구가 높긴 했지만 공간은 차량 크기를 생각하면 그럭저럭이었다.
트윙고의 핵심은 바로 RR (뒤 엔진 뒷바퀴 굴림) 구조로, 엔진 공간을 꽁무니 쪽에 할애하고 실내 공간을 최대로 넓힌 것이다. 순전히 911의 역동적인 몸놀림을 동경해서 채택한 구조는 아니라는 거다. 그럼에도 실제로 뿌리를 공유하는 트윙고와 스마트는 다이내믹한 운전 감성으로 유럽 전문 매체들에서 호평을 자아낸 전적이 있다.
보닛 아래, 아니 꽁무니에 담긴 0.9리터 터보 엔진은 110마력의 최고출력과 17.3kgm의 최대토크를 내뿜는다. 여기에 5단 수동변속기가 합을 맞춰 최고 시속은 181km에 달한다.
여기에 르노는 트윙고 최상위 모델을 위해 스포츠 섀시를 적용했다. 별도로 세팅한 ESP와 가변 기어비 스티어링, 여기에 감쇄력을 향상시켜 서스펜션까지 합세하여 나름 매콤한 움직임을 만든다.
트윙고는 길이는 3,590mm에 높이는 1,550mm로 A세그먼트 급의 매우 작은 자동차다. 그러나 차체 너비가 1,640mm로 경차 기준을 5cm 정도 초과해버려 한국에 들어온다 해도 경차 취급은 받지 못한다. 풍부한 혜택이 물 건너간다는 소리다. 트윙고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 3세대 스마트도 같은 처지다.
그럼에도 유럽 내에선 가장 작은 크기의 A세그먼트 미니카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자동차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자동차다. 특히 트윙고 GT는 최고급 모델임에도 사실 편의장비 측면에서 한국 경차들보다 부족한 측면이 엿보였다. 그럼에도 자동차로 느낄 수 있는 ‘재미’라는 측면에선 적어도 두 수는 앞섰다. 차 만들기 철학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감성적 갭’은 존재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