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에도 굴하지 않는 철벽, 티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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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에도 굴하지 않는 철벽, 티볼리
  • 윤현수
  • 승인 2017.11.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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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10일에 걸친 `대박 연휴`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겼지만 자동차 업계에는 찬바람만 불게 했다. 지난 10월, 국내 생산 자동차 브랜드의 합산 판매량은 11만 2천729대로, 전월 대비 2만 1천 대가량이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영업일수가 대폭 줄어들며 찾아온 자연스러운 실적 하락이었다.

월간 1만 대 판매를 회복한 그랜저는 다시금 잠시 숨을 골랐고, 쏘나타는 15% 이상의 하락세를 보인 시장의 흐름과는 달리 14.5%의 판매 상승을 보이며 순위를 두 계단이나 올렸다. 쏘렌토는 1만 대 클럽에 합류하자마자 38% 이상의 큰 하락폭을 보이며 주저앉았다.

아울러 올해 가장 소비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소형 SUV 시장도 전반적인 시장의 내림세에 발을 맞췄다. 1위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이는 현대차 코나와 쌍용 티볼리는 각각 29.1%, 27.2%의 판매 하락을 보여 100대가량의 차이만 보이고 10월을 마감했다.

현대차그룹의 적절한 역할 분담으로 기아 스토닉은 목표로 삼았던 3위 자리에 안착했었다. 그러나 잠깐 위기가 찾아왔다. 전월대비 스토닉의 판매량은 43%나 하락했다. 하위권 그룹들과 제법 격차가 컸던 8~9월과는 달리 130대 정도의 차이만 보였다. 연말 가솔린 모델 출시로 격차를 벌려놓아야 할 것이 스토닉의 올해 마지막 과제다.

한편, 상대적으로 판매량 하락폭이 적었던 하위권 모델들은 영업일수를 고려하면 상당히 선방한 수치를 보였다. 하락폭이 제각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석차는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어느덧 데뷔 3년 차를 향해 달리는 티볼리는 데뷔 무대를 가진 직후부터 소형 SUV 시장의 일인자로 군림해왔다. 그런데 시장이 대격변을 이룬 2017년 하반기에 결국 오랫동안 지켜왔던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신차효과와 모기업의 후광을 입은 코나의 시장 1위 등극은 그리 놀라운 사건이 아니었다.

되려 놀라웠던 것은 티볼리의 끈질긴 추격이었다. 1위 자리를 뺏기긴 했지만 꾸준히 적은 격차를 유지하며 코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특히 코나는 신차효과와 공급 안정화가 맞물리며 판매량이 절정에 달한 시기임에도 데뷔 3년 차를 앞둔 티볼리의 저력이 눈부시다.

티볼리는 출시 초기부터 새로운 쌍용 패밀리룩 디자인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여 종전에 브랜드에서 볼 수 없었던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사랑받아왔다. 아울러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장비들을 대거 장착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필두로 시장을 공략했다.

아울러 2016년 9월에 출시한 연식변경 모델에는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며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을 비롯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를 대폭 추가하여 상품성을 크게 향상시킨 바 있다. 당시 동급 경쟁 모델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장비들이라 티볼리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는 기점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긍정적 인식들은 2017년을 지나서도 계속되어 꾸준히 왕좌를 지킬 수 있었다. 물론 경쟁자였던 RSM QM3와 쉐보레 트랙스가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아 생기는 반사이익도 어느 정도 있었다.

실제로 티볼리는 굳이 `에어` 모델을 선택하지 않아도 경쟁 모델 사이에서 가장 넓은 적재공간을 자랑했고, 리클라이닝을 지원하는 2열 시트와 같이 유틸리티 측면에서도 매우 우수한 면모를 보였다. 여기에 4x4 전문 기업이 제공하는 4WD 옵션과 더불어 퍼포먼스 측면에서 아쉬움이 없는 디젤 엔진 등,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 봐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요소들이 많다.

한편, 판매량 지표 측면에서 티볼리가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크게 일조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티볼리 에어`다. 가지치기로 등장한 스트레치드 모델인 티볼리 에어는 소형 SUV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적재공간 측면에서 높은 상품성 향상을 이뤄 월 1000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꾸준히 티볼리 에어를 선택하고 있다.

지표로 따져봐도 티볼리 에어의 활약은 눈에 띌 정도다. 실제 최근 6개월 동안 티볼리 에어는 티볼리 브랜드 전체 판매량 기준 30% 내외의 판매 비율을 보이며 판매량 측면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본지는 9월,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소형 SUV 다섯 차종을 모아놓고 제대로 비교한 것이다. 각자의 장단점이 명확히 드러난 시간이었고, 티볼리 역시 뚜렷한 단점을 보였다. 편의장비를 가득 담은 인테리어에는 인체공학이 부족했고, 두루뭉술하고 일관성 없는 몸놀림도 감점 대상이었다.

그러나 동료 기자들은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형 SUV는?'이란 질문엔 모두 티볼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디젤 엔진 한정에 의도적인 급 나누기로 고급 편의장비를 품지 못하는 스토닉이나 호불호 갈리는 외모를 갖춘 코나와는 달리, 티볼리는 크게 모난 곳이 없다는 것이다. 둥글둥글한 삶이 바로 티볼리가 코나에게 쉽게 굴복하지 않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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