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동경'의 눈빛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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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동경'의 눈빛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다
  • 윤현수
  • 승인 2017.11.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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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꿈꾸는 '찌릿'한 세상은 과연 이루어질까? 지난 11월, 테슬라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최초로 공개된 뇌쇄적인 컬러의 로드스터와 트랙터는 쇼를 관람하는 전 세계 자동차 팬들로 하여금 환호성을 내지르게 했으나, 일말의 의구심도 품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테슬라는 현재 기회로 보이는 '위기'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현재 테슬라는 자사의 컴팩트 모델인 '모델 3'의 생산이 예상보다 부진하여 분당 8천 달러 가량의 손실을 입는 상황이다. 특히 2017년 3월까지 모델 3의 생산을 5천 대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으나, 배터리 공장의 생산 라인에 문제가 생기는 등, 내외부적 요인들이 엉켜 목표 생산량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손해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누적되면, 테슬라의 현금 보유 현황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테슬라가 이 같은 손해를 막고,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금번에 공개한 전기차 모델에 대한 예약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 전기 로드스터의 예약 주문을 받는 것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바로 언제 세상에 나올지 기약이 없는 모델에 대한 '투기'와도 같기 때문이다. 향후 2년 내로 출시가 계획되지 않았음에도 2018년 6월까지 20억 달러 (한화 약 2조 1504억)가량의 자금 (추정치) 조달을 위해서 억지로 예약 판매를 실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1천 명의 소비자에게 계약 서명을 얻어냈고, 계약금을 통해 2억 5천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양산은커녕 충전 이슈로 몸살을 앓는 전기 트럭 '세미'마저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세미'의 경우 파이낸셜 타임스(FT)에서 해당 차량의 1회 충전에 4천 가구 분의 전기가 필요할 것이라 예측하며 실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무거운 차체를 감당하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왕창 부풀린 부작용이 의심된다는 것. 테슬라 세미가 활동하는 지역의 전력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세미'의 예약 주문을 받고자 한다. 심지어 글로벌 배송업체인 DHL과 캐나다 배송업체인 '포티고 화물(Fortigo Freight)이 '세미'를 주문하기도 했다. 테슬라 측은 2019년부터 자사의 전기 트랙터를 생산할 것이라 이야기하며 예약을 받는 중이다.

블룸버그가 이야기한 현실성에 덧붙여, 테슬라가 꿈꾸는 이 전기 트랙터는 이론상으로도 크게 장점이 도드라지진 않는다. 가령 그 어마어마한 배터리를 모두 충전한다고 해도 주행거리는 500마일(약 805km)로,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트랙터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막대한 배터리팩 탑재로 인한 무게와 부피로 인해 화물 적재 공간이 디젤 상용차보다 좁아지는 단점도 있다. 결과적으로 효율성 측면에서 전기 상용차는 아직 시기 상조이며, 사용 업체의 이미지 리딩과 같은 상징적인 의미만 남을 뿐이다.

세미에 관심을 보이던 DHL도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조금은 미심쩍어하며 일단 10대만 발주하기로 했고, 미국 주요 도시 10개소에서 실전 테스트를 진행한 후에 본격적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DHL을 비롯한 운송업체들 역시 검증되지 않은 데다 출시 시기도 명확하지 않은 이 전기 트랙터를 대량 주문할 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찬란한 미래를 큰 소리로 이야기하며 많은 이들에게 동경 어린 시선을 받던 테슬라가 이제는 의심이 하나둘 깃든 눈초리를 받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전기차가 도로를 지배하는 시대에서도 과연 '주류'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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