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A가 GM에게 '오펠 인수 비용' 돌려달라 소리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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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A가 GM에게 '오펠 인수 비용' 돌려달라 소리치는 이유
  • 윤현수
  • 승인 2017.12.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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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를 꼽자면 단연 PSA가 오펠을 삼킨 사건일 것이다. 올해 초부터 PSA는 오펠 및 복스홀 브랜드의 인수를 진행해왔고, 올 8월에 최종 인수를 완료했다. 그리고 PSA는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와 오펠 브랜드의 가세로 유럽 시장의 '패자(霸者)'로 거듭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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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A로의 합병 이전에도 오펠은 나름대로 GM의 유럽 시장 공략의 선두주자였던 데다, 위상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추세였기는 해도 꾸준한 주력 모델들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이렇게 유럽의 맹주로 활약해온 오펠을 품은 PSA는 당연스레 시너지 효과를 통해 승승장구를 이어갈 것 같았다. 시쳇말로 '꽃길'만 걸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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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PSA는 오펠을 거둬들인 것을 조금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PSA가 '입양'하기 이전의 주인인 GM에게 인수 비용을 일부분 반환해달라며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 반환 요구의 이유는 다름 아닌 오펠의 노후한 엔진이다. 현행 오펠 모델들이 탑재한 엔진들이 비효율적인 것은 물론 EU가 제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PSA 관계자는 오펠의 엔진 만듦새 수준이 경쟁 업체들보다 5년 이상 뒤처졌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추가 개발 비용이나 배출 기준 위반 과징금 등, 천문학적인 추가 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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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A는 이 낡아빠진 엔진들이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이 당연히 GM의 책임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손해 비용을 감안하여 인수 비용의 절반가량을 반환해달라고 GM에게 요구했다. PSA가 원하는 반환 액수는 8억 유로 (한화 약 1조 301억)로, GM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 들이지 않는다면 소송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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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히 명성이 높은 PSA 그룹의 엔진을 사용하면 되겠거니 싶겠으나, 엔진을 다른 브랜드 차량에 심는다는 것은 결코 휴대폰 배터리 갈아 끼우듯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PSA는 현재 모델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오펠 및 복스홀 차량들을 개편할 계획이다. 모델들 전부를 2024년까지 자사의 아키텍처와 엔진을 활용해 PSA 체질로 개선하려는 것이다. 펼쳐놓은 계획에 시간이 제법 남은 시점에서 발생한 트러블은 PSA를 골치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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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럽 연합(이하 EU)은 2021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현재 1km당 130g에서 95g까지 대폭 강화한다. 위반 시 초과 1g당 95유로의 벌금이 판매대수만큼 부과되어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야 한다. 특히 오펠은 PSA에 인수되기 이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EU가 설정한 기준치보다 10g이나 미달된 상황이다. 여기에 판매 볼륨이 제법 되는 양산차 브랜드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벌금을 낼 위기에 처한 것이다.

유럽의 맹주를 넘어 패자로 자리매김하려던 PSA는 별안간 예상치도 못했던 부분에서 제동이 걸렸다. 우선 소유권을 넘겨받기 이전에 기술 개발을 게을리했던 GM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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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펠과 복스홀을 품으며 장밋빛 미래를 꿈꿔온 PSA는 새로운 시대에 발을 내딛기도 전부터 걱정거리에 휩싸였다. 사실 PSA는 오펠을 인수하기 이전에도 독일 정부와도 마찰을 빚으며 애를 먹었던 전력이 있다. 힘든 산을 넘나 했더니, 또 하나의 산이 남은 셈이다. 이는 패자로 발돋움하려는 이의 전화위복이 될 것인가, 아니면 기업 인수합병의 실패 사례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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