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레전드를 기린 맥라렌의 새로운 슈퍼카, '세나'
상태바
F1 레전드를 기린 맥라렌의 새로운 슈퍼카, '세나'
  • 윤현수
  • 승인 2017.12.11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뮬러 원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온 실력을 퍼포먼스 로드카에 담으려는 맥라렌 오토모티브가 새로운 식구를 맞이했다. 이름부터 많은 모터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맥라렌의 새 하이퍼카 이름은 ‘세나(Senna)’다.

드라마틱한 활약들을 통해 모터스포츠 세계의 영원한 전설로 자리매김한 아일톤 세나는 1988 시즌부터 1993 시즌까지 맥라렌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전성기, 그리고 맥라렌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리고 맥라렌은 오토모티브 브랜드를 통해서도 아일톤 세나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자사의 새로운 하이퍼카에 F1 레전드의 이름을 붙인 맥라렌의 의지는 굉장히 당차다. 불굴의 의지로 서킷을 지배했던 아일톤 세나와 마찬가지로, 맥라렌은 ‘세나’가 세계의 모든 서킷에서 그와 같은 열정적 면모를 갖추길 바란다.

‘세나’는 맥라렌 오토모티브의 정규 라인업 중, 꼭대기를 장식하는 ‘얼티밋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하이퍼카의 성능을 지닌 순수한 트랙 머신임에도 합법적으로 도로를 달릴 있는 로드카다. 
 
다분히 트랙 머신을 지향하여 빚어진 터라 우리가 흔히 머리 속에 그려오던 매끈한 슈퍼카의 느낌은 조금 덜하다. 그럼에도 최적의 공력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여기저기 과격한 요소들이 들어차 있어 새로운 맥라렌 패밀리룩과 결합된 하이퍼카의 면모에는 위압감이 넘친다.

가령 꽁무니에 달린 거대한 리어윙과 적나라한 리어 디퓨저, 그리고 차체 곳곳에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다지는 에어 아울렛과 스포일러, 그리고 스플리터 등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다분히 기능적 역할을 위해 빚어진 요소들이다.

도어를 열고 들어간 인테리어는 심플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차체와 섀시를 모두 탄소섬유로 빚은 만큼, 아름다운 카본의 체크무늬가 온 실내를 뒤덮었다. 운전대는 스포크에 버튼 하나 없이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듯한 모양새. 림 사이로 가늘게 보이는 계기판은 기어 단수와 엔진 회전계, 속도만 표기했다. 센터페시아에 장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모니터와 각종 컨트롤러, 버튼식 기어 셀렉터까지 심플하기 그지없다.

재미있는 것은 잠들어 있는 엔진을 깨울 때, 고개를 들어 룸미러 쪽을 바라봐야한다는 것이다. 엔진 스타트 / 스톱 버튼과 레이스 모드, 도어 잠금 버튼 등이 룸미러 콘솔 쪽에 마련되어 있는 것이 색다르다. 여담이지만 맥라렌 얼티밋 시리즈의 고유 특색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부분이겠다.

운전석 뒤에 담긴 ‘M840TR’이라 명명된 V8 4리터 엔진은 트윈 터보차저를 이식 받아 최고출력 800마력, 최대토크 81.6kgm의 막강한 파워를 분출한다. 1천마력에 달했던 P1의 후계자라기엔(물론 직속 후계자는 아니다만.) 조금 모자란 성능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았던 P1과는 달리, ‘세나’는 순수하게 실린더 8개의 내연기관 힘만 사용한다.

특히 ‘세나’에서 주목해야 할 건 내연기관의 극한을 끌어올린 출력이 아니라, 사실 ‘몸무게’다. 차체 패널과 섀시를 몽땅 탄소섬유로 빚어 초 경량 구조를 실현한 ‘세나’는 맥라렌이 여지껏 빚었던 로드카 중 가장 강인한 모노코크 차체를 가진다.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는 경량화 설계로 만들어진 ‘세나’의 몸무게는 1,198kg.(공차중량 기준) 800마력을 내는 V8 엔진을 얹고도 고작 1.2톤이 채 안 된다는 거다.
 
이를 통해 세나는 스포츠카, 혹은 슈퍼카의 실질적인 성능 지표 중 하나인 ‘톤 당 마력’이 688마력에 달한다. 참고로 하이퍼카 세계의 천상계 멤버인 코닉세그 아게라의 톤 당 마력 수는 696마력이며,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가 438마력에 불과하다. 

4리터 트윈 터보 엔진의 강력한 힘을 뒷바퀴로 전달하는 건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다. 해당 유닛은 자동 모드를 기본으로 하되, 완전한 수동 모드를 시프트 패들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 심지어 그 변속 패들조차 탄소섬유라는 점에 주목하자. 아울러 맥라렌은 가속 성능 수치를 밝히지 않았으나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은 대략 2.7초 이내로 예상되고 있으며, 최고 시속 역시 720S보다 높은 345km로 예측되고 있다.
 
이 엄청난 포텐셜을 지닌 섀시와 파워트레인에, ‘레이스 액티브 섀시 컨트롤 II(RaceActive Chassis Control II, RCC II)라 명명한 유압식 서스펜션이 서킷 정복자를 꿈꾸는 ‘세나’를 걸출한 트랙 머신으로 만든다. 이 RCC II는 맥라렌의 특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하며, 유압식 댐퍼가 추가되어 최적의 댐핑 컨트롤을 만든다.

결과적으로 맥라렌이 최첨단 경량화 기술 및 내연기관 기술들을 모두 쏟아 부어 완성한 차체와 엔진이 결합된 완성품은 사실상 포장만 되었다면 직선이든, 굽이진 도로든 간에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직선 도로에선 800마력짜리 엔진이 가공할 가속력을 보장할 테고, 서킷이나 트랙에선 1.2톤도 안되는 가벼운 차체가 깃털 같은 몸놀림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맥라렌 트랙22 비즈니스 계획의 세 번째 주자인 ‘세나’는 잉글랜드의 맥라렌 생산 센터에서 수제작으로 빚어지며, 500대만이 판매될 예정이다. 물론 손으로 만들어지는 터라 가격표에 매겨진 숫자는 좀 높다. 75만 유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9억 6500만원이다.

모나코 서킷을 자기 집 앞마당인 양 활보했던 아일톤 세나처럼 ‘세나’는 하이퍼 카 세계에서 왕좌를 거머쥘 수 있을까? P1, 혹은 MP4-12C와 같이 기계적이고 재미없는 이름을 지어왔던 맥라렌이,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가득 담은 레이싱 드라이버의 이름을 차명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진실된 경의의 표현이자, 하이퍼카 세계로의 강인한 의지를 뜻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