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B 200 CDI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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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B 200 CDI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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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는 2011년 발표한 2세대 B-클래스를 ‘컴팩트 스포츠 투어러’라고 부른다. 그들의 주장대로, B-클래스는 소형 해치백과 SUV의 우성 인자를 모두 품은 소형 MPV(다목적 차)다. 차체는 아담하지만 실내는 온 가족이 편히 탈 만큼 넓다. 디젤 엔진과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달아 기동성과 연비도 좋다. 안팎엔 벤츠의 모델답게 높은 완성도가 녹아들어있다

 

 

 

1세대 B-클래스는 2005년 데뷔했다. ‘샌드위치 컨셉’ 섀시에 앞바퀴 굴림 방식을 도입한 A-클래스의 플렛폼을 밑바탕 삼았었다. 2중 바닥 구조에 엔진을 비스듬히 얹는 샌드위치 컨셉 섀시는 여러 장점이 있었다. 정면충돌 시 엔진이 실내공간을 침범하지 않아 대형세단 못지않은 안전성을 자랑했다. 또한 캐빈룸을 앞쪽까지 당길 수 있는 구조라 넓은 실내 공간도 뽐냈다. 아울러 비교적 높은 차체로 인한 쾌적한 시야까지 갖췄었다.하지만 세계적인 흥행은 힘들었다. 2중 바닥 구조로 인한 껑충 띈 모양새 때문이었다. 실내 공간을 위해 앞쪽으로 늘어뜨린 A필러와 뒤쪽으로 몰아낸 뒷바퀴는 원 박스 승합차의 느낌을 냈다. 플라스틱으로 도배한 실내도 문제였다. 내실을 중시하는 유럽에선 인기를 끌었지만 그 외 국가에선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벤츠는 고급차’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My B’라는 이름을 달고 국내 시장의 문도 두드렸지만 성과는 미비했다.

 

 

 

 

벤츠는 결국 고집을 꺾었다. 2011년 발표한 2세대 B-클래스와 2012년 발표한 3세대 A-클래스에는 샌드위치 컨셉 섀시를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A-클래스는 이전 모델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 정도로 크게 변했다. 길이를 무려 450㎜ 이상 늘리고 높이는 160㎜나 낮췄다. 디자인 역시 날렵하게 다듬었다. 이전 A-클래스는 B-클래스보다 432㎜ 짧은, 한 급 아래 모델이었다. 하지만 현행 A-클래스는 B-클래스와 크기 차이가 거의 없다. 이제 A-클래스는 스타일을 중시한 소형 해치백, B-클래스는 실용성을 중시한 소형 MPV 역할을 한다.

 

 

B-클래스 역시 길이를 90㎜ 가량 늘리고 높이를 50㎜ 가량 낮췄다. A-클래스보단 변화의 폭이 좁았다.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춰야 하는 MPV의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 모델보단 확실히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거듭났다. 특히 세 꼭지별 품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과 윗변을 LED로 수놓은 헤드램프, 사다리꼴로 입을 벌린 범퍼 등으로 완성한 앞모습은 이전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당당함을 뽐낸다.

 

 

 

 

옆모습과 뒷모습도 이전에 비하면 환골탈태 수준이다. 벤츠 특유의 매끄러운 창문 라인과 어깨를 따라 그은 캐릭터 라인으로 날렵한 옆모습을 연출했다. 앞 펜더 아래에서 시작해 뒤 문짝에서 치솟은 선 역시 이런 느낌을 부채질한다. 승합차 느낌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안정적인 느낌을 내는 낮은 지붕선과 완만한 각도의 A·D필러 때문이다. 테일램프는 매끈하게 다듬고 뒤 범퍼 아래 머플러 주변을 살짝 말아 올려 스포티한 느낌도 냈다. 실내 변화는 한층 더 극적이다. 구석구석 화려한 곡선이 너울졌다. 자대고 그린 듯 한 이전세대의 딱딱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시승차는 B 200 CDI SP(스포츠 패키지). 대시보드 가운데를 가로지른 메탈릭 패널과 제트 엔진 닮은 다섯 개의 원형 송풍구, 3스포크 스티어링 휠 등으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한껏 냈다. 메탈릭 패널 안쪽엔 벌집 모양의 무늬를 새겨 넣어 입체감을 살렸다. 대시보드 위에 툭 얹은 모니터도 입체감을 살리는데 한 몫 한다.

 

 

 

 

재질 역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는 위급 모델인 C-클래스와 차이가 없다. 도어트림의 팔 닿는 부분엔 가죽을 덧대고 꼼꼼한 바느질까지 더했다. 금속 느낌 내는 재질로 빚은 송풍구의 완성도도 뛰어나다. 패널의 맞물린 정도도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의 모델답다. 최근 불거졌던 벤츠의 실내 품질 이야기는 이제 그만 잊을 때가 된 듯하다. 널찍한 뒷좌석 공간은 그대로 유지했다. 머리 위쪽 공간도, 무릎공간도 모두 넉넉하다. 트렁크 짐 공간 크기는 486L. 시트를 모두 접을 경우 1545L로 늘어난다.

 

 

B-클래스는 국내에 B 200 CDI 한 모델만 수입된다. 엔진은 최고 136마력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1.8L 터보 디젤이다. 연료를 최대 1,800바로 압축해 피에조 인젝터로 연소실에 직접 뿌리는 4세대 커먼레일 시스템과 짝지어진다. 때문에 높은 효율과 성능을 자랑한다. 벤츠가 밝힌 B 200 CDI의 0→ 시속 100㎞ 가속시간은 9.3초, 최고속도는 시속 210㎞, 공인연비는 15.7㎞/L다.

 

 

 

 

높은 효율과 성능에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DCT(Dual Clutch Transmission)’도 한 몫 한다. DCT는 독립된 클러치를 가진 두 개의 변속기가 짝수기어와 홀수기어를 나눠서 담당한다. 가령, 홀수담당 변속기가 5단 기어로 바퀴를 굴릴 때, 짝수담당 변속기는 4단과 6단 기어를 준비하고 있다가 운전자 의도에 맞는 기어를 잽싸게 맞물리는 구조다. 따라서 일반 자동 변속기보다 정확하고 빠른 변속을 할 수 있다.

 

 

시동을 걸어도 디젤엔진 특유의 소리나 진동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정차 시에 시동을 꺼 연료를 아끼는 공회전 방지장치까지 갖춰 발 끝에 스미는 미세한 진동마저 느낄 짬이 없다. 높직한 시트는 SUV 같은 시원한 시야를 제공한다. 가속페달을 건드리자 사뿐사뿐 가벼운 가속을 이어갔다. 수치상의 성능은 아주 평범한 수준. 하지만 30.6㎏·m의 최대토크를 1,600rpm부터 쏟아내는 엔진과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협업이 아주 매끄럽다.

 

 

 

 

때문에 체감성능은 수치 이상이다. 가솔린 엔진과 CVT(무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던 이전모델의 묵직함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특히 가속페달을 꾹 밟아도 변속충격 없이 기어를 착착 갈아타는 일관성이 인상적이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란 사실을 잊을 만큼, 부드러운 변속감각을 뽐냈다. 폭스바겐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DSG)처럼 기어를 팍팍 바꿔 무는 날선 감각은 조금 떨어졌지만 그만큼 모난 곳도 찾을 수 없었다. 한편, 길게 이어지는 가속은 비교적 낮은 회전 한계를 잊을 정도로 끈기 있게 이어갔다. 차체는 작지만 정평 난 벤츠의 고속 안정성도 그대로 품었다. 고속에서 위급 모델 부럽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몸놀림 역시 경쾌했다. 다소 높은 차체로 인해 뒤뚱거림이 있을 법한데, B-클래스는 잦은 차선 변경도 묵묵하게 해치웠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최대 이슈는 친환경·고효율이다. 때문에 소형차 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BMW도 얼마 전 열린 2012 파리 모터쇼에서 B-클래스와 매우 비슷한, ‘액티브 투어러’라는 전륜구동 소형 MPV 컨셉카를 선보였다. 사실 A-클래스와 B-클래스 같은 소형차는 벤츠의 약점이었다. 그래서 벤츠는 이 B-클래스를 시작으로 소형차 라인업 강화에 나선다. B-클래스의 플렛폼을 쓰는 4도어 쿠페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솔직히 나 역시 이전세대 B-클래스에 적잖이 실망을 했었다. 결정적인 단점은 없었지만 ‘벤츠’라는 브랜드에 갖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모델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벤츠 모델을 소유 할 수 있다는 것 외엔 큰 장점이 없었다. 하지만 2세대 B-클래스는 다르다. 화려한 안팎 디자인과 넓고 고급스러운 실내, 똘똘한 동력성능과 높은 효율. 이전 모델은 구매해야 할 당위성을 찾기 힘들었던 반면 현행 모델은 흠 잡을 구석을 찾기 힘들만큼 매력적이다. 심지어 3,75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현행 B-클래스는 벤츠의 소형차 전략의 선봉장 역할을 할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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