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운전을 할 수 없는 국가로 알려졌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17년 9월 26일 왕령으로 여성 운전 허용을 발표했다. 다만 여성 운전에 몇 가지 조건을 걸었는데 먼저 여성 운전자의 나이가 30세 이상일 것, 차량 소유주의 승인이 있을 것, 여성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것이 그 조건이다. 또한 시내에서만 운전이 가능하며 정해진 허용시간에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전 금지는 종교적, 법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폐쇄적이며 남성 위주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형성된 문화였다. 대표적인 예가 사우디 여성은 남성을 후견인으로 두고 승인을 받아야 했던 후견인 제도다. 하지만 여성 운전 허용은 후견인 제도 적용을 받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지속적으로 기습 운전이나 SNS 활동 등으로 개혁 의지를 불러일으켜왔으며 저유가 시기를 극복하고 경제 및 사회적 체질 개선 등 사우디아라비아 내부 상황도 여성 운전 허용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인구는 약 1천만 명이며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도 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도 여성 고용 목표를 약 30%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따라 향후 여성 운전자는 더욱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새로운 시장이 열린 탓이다. 여성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곧바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포드는 트위터를 통해 룸미러에 여성이 비치는 듯한 모습의 사진 한 장과 ‘Welcome To the driver`s seat’라는 문구로 반겼다. 폭스바겐도 트위터에 아랍권 여성을 연상시키는 헤나가 들어간 광고 카피를 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폐쇄적 분위기에서 기습 운전이나 소셜 활동으로 캠페인을 벌인 점을 생각하면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다. 닛산의 경우 ‘2018 GIRL’ 번호판을 광고 카피로 사용하면서 변화된 여성 운전자의 의미를 표출했고 재규어는 여성의 핸드백 속에 향수, 화장품 등과 함께 자동차 키를 포함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기아자동차는 네일 아트에 기아로고와 자동차 등을 그려넣은 사진으로 축하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