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강력한 폴로를 위한 디딤돌, 6세대 폴로 G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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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강력한 폴로를 위한 디딤돌, 6세대 폴로 GTI
  • 윤현수
  • 승인 2017.12.2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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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유럽의 패자로 군림해온 폭스바겐의 최고 효자는 다름 아닌 골프다. 유럽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는 B 세그먼트 해치백이지만 골프는 그 유구한 역사로 일궈낸 드높은 모델 네임밸류로 폭스바겐 유럽 판매량 중 28.8%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브랜드 내 영향력이 거대하다. (2016년 기준)

그렇다면 골프를 잇는 두 번째 수훈감은 누굴까? 폴로다. 매해 유럽에서만 50만 대 정도 팔아 치우는 골프 때문에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지만 한 해 폭스바겐 유럽 판매량의 18%를 점유하는 명백한 ‘효자’다. 특히 폴로는 2016년에 세대 변경을 눈앞에 두고도 최대 경쟁자인 클리오를 제치는 저력을 발휘했었다.

어느덧 6세대. 8년 만에 허물을 벗은 폴로는 완성도와 생산단가 측면에서 높게 평가되는 폭스바겐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두고 빚어졌다. 그리고 폭스바겐의 최신예 스타일을 물려 입었으면서도 폴로만의 색깔이 담긴 디테일들로 매력을 표했다. 가령 물결치는 듯한 LED 램프라던가, 선과 면의 경계를 오묘하게 구분한 사이드 캐릭터 라인 등이 그것이다.

해치백의 성지에서 태어나는 녀석인 만큼, 6세대 모델 공개와 동시에 폭스바겐 스포츠의 상징 ‘GTI’ 엠블럼을 붙인 고성능 모델도 베일을 벗겼다. B 세그먼트 포켓 로켓들과 자웅을 겨룰 폴로 GTI는 이전보다 심장 사이즈를 키우고 출력도 높여 상향 평준화된 시장 기준에 조금 더 다가갔다.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는 말은 선대 폴로 GTI가 사실상 경쟁 모델들에 비해 성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최대 경쟁 모델 중 하나인 오펠 코르사 OPC 모델은 1.6리터 터보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205마력을 냈으며, 프랑스산 사자 208 GTi도 1.6리터 엔진으로 208마력을 냈기 때문이다.

다만 폴로는 라이벌들이 엔진을 쥐어짜서 출력을 높이는 것과는 달리, 배기량을 키워 조금 더 여유롭게 출력을 뽑아내기로 했다. 종전보다 배기량을 0.2리터 높인 2리터 TSI 엔진은 최고출력이 고작 8마력 상승한200마력을 내뿜는다. 최대토크는 32.6kgm으로 선대와 동일하다. 아울러 7단 DSG 변속기가 합을 맞췄던 선대 모델과는 달리 6단 DSG 변속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배기량이 커진 것에 비해 출력 향상 폭은 예상보다 적다. 물론 브랜드의 상징인 골프 GTI와의 격차를 위해 일부러 출력을 크게 높이지 않은 것이다. (골프 GTI – 230ps) 그럼에도 폴로 GTI가 골프 GTI와 같은 배기량의 엔진을 탑재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폴로가 골프의 턱밑까지 쫓아온 셈이다.

가속 능력을 판단하는 잣대인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은 6.7초. 선대 모델의 후기형 모델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으레 신형 모델이라면 연비도 좋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배기량도 늘고 변속기 단수도 줄어들어서인지 유럽 기준 연비는 리터당 16.9km/l로 0.9km가 줄었다. 최고 시속이 1km 높아진 건 다행으로 여겨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 (237km/h)
 
사실 성능만 보면 신형 답지 않은 것이 맞다. 그러나 굳이 8마력 올리겠다고 2리터 엔진을 쓴 이유는 다름 아닌 ‘더욱 강력한’ 폴로를 위해서다. 300마력에 달하는 골프 R 정도는 결코 아닐지라도 250마력 정도의 폴로 R 탄생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출력 향상에 따른 잠재력이 높은 2리터 엔진을 채용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편, 고성능 자동차 세계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겉모습도 한층 스포츠 모델다워졌다. 물론 키 큰 해치백 특유의 정겨운 모습이 사라졌다는 데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신형 폴로 GTI는 낮고 넓어진 차체로 골프 GTI에 버금가는 안정적인 스탠스를 자아냈다.

거기에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속으로 스며든 레드 컬러 라인. 허니컴 타입의 에어 인테이크 디테일과 빨간 브레이크 캘리퍼, 그리고 이곳저곳을 수놓는 GTI 엠블럼은 포켓 로켓 매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요소들이다.

실내도 여느 GTI답게 꾸몄다. 시트는 체크무늬를 집어넣어 멋을 부렸고, 운전대는 밑동을 잘라내어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시트나 스티어링 휠, 부츠 타입 기어 노브 등에 있는 실밥들을 모조리 빨간색으로 교체하여 남심을 자극하고자 했다. 

물론 내외관 장식 요소들 말고도 GTI만의 역동성을 더해주기 위한 XDS 디퍼렌셜 락과 GTI 전용 스포츠 섀시, 액티브 댐퍼 등도 포함되어 한층 날렵한 몸놀림을 만든다.

새롭게 탈바꿈한 폴로 GTI는 영락없는 GTI였다. 골프 GTI와 동시대에 같은 배기량을 쓴 것도 처음이고, 1.3톤 언저리의 가벼운 차체에 200마력도 사실 과분하다. 그러나, 팬들로 하여금 벌써부터 더욱 강력한 폴로를 기대하게 만들고자 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이번 폴로 GTI는 이대로도 충분히 훌륭하다. 그러나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한, 그러니까 더 강력한 폴로를 완성시키기 위한 디딤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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