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하이브리드의 정신적 지주,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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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하이브리드의 정신적 지주, '인사이트'
  • 윤현수
  • 승인 2017.12.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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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타이틀은 토요타가 지녔을 거라 여길 것이다. 그러나 최초로 하이브리드 개념을 들고 나왔던 자동차는 프리우스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프리우스보다 반 년이나 먼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혼다 '인사이트'가 그 주인공이다.

탄생 이후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사 그 자체로 자리매김하며 승승장구의 길을 걸어온 프리우스와는 달리, 인사이트는 굉장히 다사다난한 삶을 이어왔다. 1997년 도쿄 모터쇼에서 공개된 J-VX 컨셉트를 기반으로 제작된 초대 인사이트는 3도어 해치백 형태에 공기저항 최적화를 위해 뒷바퀴를 절반가량 가려버린 모습이 인상적인 자동차였다.

초대 인사이트는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려 유연한 패스트백 스타일로 빚어졌다. 이로 인해 실제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공기저항 계수가 0.25Cd에 불과했고,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차체 덕에 공차중량도 900kg이 채 되지 않아 IMA(Integrated Motor Assist)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함께 상당히 높은 연비를 자랑했었다. 당시 미국 측정 기준 29.7km/l으로, 연비가 70mpg를 넘는 최초의 차량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다만 연비 끌어올리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외형이 일반 승용차들 대비 이질감이 컸다. 3도어 타입 바디 탓에 실용성도 높지 않았다. 따라서 조금 더 대중적인 레이아웃과 (5도어 해치백), 이질감 덜한 생김새로 프리우스가 1세대 하이브리드카 대결에서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초대 인사이트는 프리우스와 함께 하이브리드카 만들기의 교과서와 같은 요소들을 다수 챙겨많은 제조사들의 귀감이 되었다. 다소 생소한 개념 탓에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1세대 인사이트는 2세대 프리우스가 한창 돌풍을 일으킬 당시인 2006년까지 판매가 되다 기약 없이 단종되었다.

이후 2008년 파리모터쇼에서 2세대 모델을 예견하는 인사이트 컨셉트 모델이 공개되었다. 현시점에서바라보면 양산형 모델과 판박이였다. 헤드램프와 알로이 휠, 도어 캐치 등을 인위적으로 쇼카 스타일로 꾸민 것이 눈에 띈다.
 
이듬해 양산형 모델이 출시되었다. 2006년 초대 인사이트가 단종된 지 3년 만의 컴백이었다. 인사이트의 명맥은 잠시 끊겼으나 혼다의 IMA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지속적인 진보를 거듭했고, 4미터가 채 되지 않던 선대 모델에 비해 차체도 4.3미터까지 훌쩍 자랐다.

아울러 5도어 레이아웃으로 2열 시트와 실용성을 듬뿍 첨가한 덕에 이전보다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이를테면, 2세대 인사이트는 시판 첫해 일본에서만 9만 3천 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고, 그 해 인사이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13만 대나 팔렸다. 초대 모델의 무력한 실패와 경쟁 모델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도 불구하고 제법 분발한 것이었다.
 
당시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모델 가짓수는 상당히 적지만, 스트롱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시장을 지배하다시피 한 프리우스와 정면 대결하기엔 인사이트 측이 네임 밸류 측면에서 모자란 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혼다는 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아이덴티티인 양 이어왔고, 프리우스보다 가격대도 낮게 책정하여 경쟁력을 발휘했다. 운전의 재미를 아는 브랜드답게 프리우스보다 핸들링도 날렵하게 다졌다.

2세대 인사이트는 2014년까지 판매를 이어오긴 했으나 높은 완성도를 통해 ‘완성형 하이브리드’라는 평을 받았던 3세대 프리우스의 등장 탓에 상품성이 나날이 하락했다. 자연스레 판매량 역시 꾸준히 줄어들었다. 주요 시장인 미국을 보면 데뷔 시즌과 그 다음 해엔 각각 2만 대를 넘게 파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기 시작하며 결국 2014년에 단종을 맞이했다.
 
인사이트는 또다시 언제 깰지 모르는 동면에 들어간 셈이었다. 후속 모델에 대한 기약도 없었다. 마치 초대 인사이트가 무덤에 들어가던 그 시절과 같았다. 

그러나 인사이트는 다시 한번 일어섰다. 혼다가 2주 앞으로 다가온 2018 디트로이트 모터쇼 (이하 NAIAS)에서 2014년 단종되었던 자사의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인사이트’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여타 신형 혼다 패밀리들과 다를 바 없는 얼굴, 양산 모델다운 디테일을 지녀 사실상 양산 모델 공개의 초읽기로 보인다.

다만 두 번이나 겪어온 단종의 아픔으로,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3세대로 이어오며 점점 대중적인 외형으로 변해오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공기의 흐름을 최적화 시키기 위해 물방울 모양의 바디가 멋들어진 패스트백 세단으로 변모한 걸 볼 수 있다.
 
마치 쉐보레 볼트(VOLT)가 2세대 모델로 탈바꿈하며 이뤄낸 디자인 변화와 테마가 유사하다. 효율에 초점을 맞춰 생김새도 심미성보단 기능을 따라갔던 1,2세대 인사이트들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길이를 양껏 늘려 물론 멋까지 잡으려 한 흔적이 팍팍 드러난다. 모델 고유의 색깔을 점점 선명하게 표현하는 프리우스와는 정 반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파워트레인도 기존의 IMA와는 상이해졌다. 두 개의 모터로 구성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018년 출시될 혼다의 새로운 전동화 모델들에 적용될 예정으로, 3세대 인사이트는 한층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파워트레인으로 4세대 프리우스를 정조준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혼다가 주요 시장으로 삼는 북미 시장은 저유가 기조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며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 성장이 둔화되어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새로운 인사이트 투입 시기와 데뷔 무대가 사실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도 있겠다.

시장의 분위기가 어찌 되었건, 4년 만의 컴백 무대는 2018 NAIAS가 되었다. 한 해 자동차 업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인 만큼 굵직한 임팩트를 남기는 것이 혼다의 사명이다. 두 차례의 단종을 겪으며 혼다의 간판 하이브리드 타이틀은 다른 모델에게 넘겨준지 오래이긴 하지만, 모든 혼다 하이브리드카의 정신은 인사이트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인사이트는 하이브리드카 최초로 일본 열도를 점령했던 차이기도 하다. 몰라보게 잘생겨진 외모와 한껏 끌어올린 파워트레인 경쟁력으로 현재 일본 자동차 판매량 차트를 장악한 프리우스 형제의 뒤통수를 칠 절호의 기회다. 인사이트의 역사는 다시 한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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