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파제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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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파제로 시승기
  • 안민희
  • 승인 2012.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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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경주를 통해서 기술력을 알리는 것은 예부터 널리 사용되던 자동차 마케팅 전략이었다. 부가티, 벤틀리 등의 최고급 명차도 트랙을 누비며 명성을 쌓았다. 사실 극한의 상황에서 버티는 내구성, 남들보다 앞서는 주행 성능을 알리기에는 자동차 경주만 한 것이 없다.



미쓰비시는 파제로를 내세워 다카르 랠리로 향했다. 다카르 랠리는 프랑스 파리부터 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인 다카르까지 달리는 경기다. 해가 바뀌며 출발지와 도착지가 조금씩 바뀌었으나,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것은 여전하다. 다카르 랠리의 가장 큰 난관은 여름 낮 평균 47.8도의 높은 온도와 예측을 할 수 없는 지형을 가진 사하라 사막을 통과하는 것. 1979년 시작된 이래 40여 명이 경기 중 사망했다. 그래서 다카르 랠리는 ‘죽음의 랠리’라고도 불린다. 다카르 랠리에서 파제로는 큰 성공을 거뒀다. 1985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총 12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 연속 우승 기록은 쉽게 깨지지 않을 위업이다.



파제로는 상당히 덩치가 크다. 길이가 4900mm, 너비가 1875mm, 높이가 1900mm다. 길이에 비해 너비가 좁은 것은 일본차들의 특징. 높이가 1900mm니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큰 키를 자랑한다. 게다가 직선 위주의 디자인과 맞물려 마초 감각이 물씬하다. 전면의 반을 채우는 HID 헤드램프와 그 사이를 잇는 거대한 그릴, 커다란 안개등과 사이드 미러 등 파제로에 쓰인 외장 부품들은 모두 큼직하고 각진 모습이다. 대신 군더더기가 없다. 앞뒤의 범퍼가드와, 옆면의 사이드 스텝, 뒷문에 달린 타이어가 오프로드 분위기를 더한다.



차체에 올라 탈 땐, 자연스레 손잡이에 손이 간다. 차체가 높기 때문이다. A필러에 자리한 손잡이는 작지만 B필러 손잡이의 경우 상당히 큰 편이다. 실내엔 특별한 장식은 없다. 단정하게 디자인했고 몇몇 곳에 가죽을 덮어 마무리했다. 장식이라고 해야 알루미늄과 우드 그레인 마감 정도다. 대시보드는 곧추섰다. 대시보드 가운데 둥글린 센터페시아는 3단 구조다. 맨 위에는 정보창을 달아 시계, 달력, 연비 등의 정보를 띄운다. 그 아래 두툼하게 자리한 것은 ‘락포드(Rockford)’사의 어쿠스틱 오디오다. 트렁크 쪽에 자리한 우퍼를 포함해 총 12개의 스피커를 달았다. 오디오 아래에는 두 개의 로터리 스위치로 온도와 풍량을 조절하는 공조장치를 단다. 센터 터널과 맞닿는 자리에는 앞좌석 열선 스위치와 수납장을 달았다. 수납장의 위치는 살짝 애매하지만 문을 닫아 가릴 수 있으니 나름 유용하다.



뒷좌석은 운전석보다 높게 달렸다. 그래서 벨트라인이 상당히 아래에 있다. 창문너머 경치를 시원히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시내에선 다른 차들의 시선이 겸연쩍다. 뒷좌석은 6:4로 나뉘어 접혀 평평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접어 올려 짐 공간을 늘릴 수도 있다. 앞좌석 또한 풀 플랫 기능이 있어 뒷좌석과 함께 눕히면 평평한 침대가 된다. 엔진은 직렬 4기통 3.2L 디젤 엔진이다. 최고출력 200마력은 3800rpm에서, 최대토크 45kg·m는 2000rpm에서 낸다. 변속기는 자동 5단이다. 변속레버 옆에는 후륜과 사륜 구동을 오가는 레버가 자리한다. 미쓰비시는 이를 ‘시프트 온 더 플라이(Shift on the fly)’ 프로그램이라 부른다. 저속 기어를 제외하면 시속 100km 이하로 달리면서 변환이 가능하단 의미다.



단순히 전륜과 사륜을 오가는 것이 아니다. 파제로는 총 4가지 구동모드를 제공한다. ‘슈퍼 셀렉트 4WD-2’라 부르는 이 시스템은 미쓰비시가 다카르 랠리에서 사용하는 사륜 구동 시스템 그대로다. 구동 모드는 2H, 4H, 4HLc, 4LLc로 나뉜다. H는 고속(High) L은 저속(Low), Lc는 센터 디퍼렌셜 잠금(Lock Center) 의 머리글자다. 2H 모드는 뒷바퀴만 굴린다. 뒷바퀴만 굴리기 때문에 구동 손실이 적다. 그래서 연비도 높다. 일반적인 주행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4H 모드는 네 바퀴를 전부 굴린다. 상황에 따라 앞뒤 구동력을 33:67~50:50으로 배분한다.


4HLc 모드는 네 바퀴를 모두 굴리며 센터 디퍼렌셜을 잠근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높은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단계로 네 바퀴에 똑같이 힘을 보낸다. 어느 쪽 바퀴가 미끄러지던 나머지 바퀴들은 계속 회전하며 최적의 접지력을 찾는다. 4LLC 모드는 험로 탈출용이다. 저속 기어와 맞물려 견인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대신 저속 기어라 최대 시속 75km를 넘겨선 안 된다.



안전 장비로는 앞좌석 듀얼, 사이드, 커튼 에어백을 단다. 주행 안정장치는 ASTC(Active Stability, Traction Control)를 갖춘다.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막아주는 장치다. 오버스티어의 경우 바깥쪽 앞 브레이크를, 언더스티어의 경우엔 안쪽 뒷 브레이크를 작동한다. 파제로는 엉망으로 망가진 국도를 달릴 때 침착함을 유지하며 노면 충격을 다스렸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약점이 드러났다. 디젤 특유의 진동과 풍절음이 심하게 맴돌았다.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다독여도 좋은 연비를 내긴 힘들었다. 2H와 4H의 연비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글 모토야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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