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레이어 스타렉스, 또 다른 영역을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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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레이어 스타렉스, 또 다른 영역을 탐하다
  • 윤현수
  • 승인 2018.01.0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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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승합차’로 여겨지는 현대차 스타렉스가 10년 만에 얼굴을 완전히 바꿨다. 가히 ‘페이스리프트(Facelift)’라는 개념에 걸맞은 변화를 선보인 것이다. 특히 이번 부분변경에서 주목할 점은 디자인 변경뿐만이 아니었다. 스타렉스가 새로운 영역을 탐했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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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출시된 2세대 스타렉스, 정확히 말하면 '그랜드 스타렉스'는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친 초대 스타렉스의 후속 모델로 등장했다. 직속까지는 아니어도 그레이스 후계자로서 승합차 역할과 더불어 영업용 밴이나 나름 고급스러운 리무진까지,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인 초대 모델의 뒤를 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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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다재다능한 면모 때문에 오히려 현대차 측에서도 스타렉스의 포지셔닝에 대해 오락가락했던 것 같다. 그랜저 HG와 YF 쏘나타가 시장을 지배할 때만 해도 스타렉스를 ‘RV’ 카테고리에 집어넣더니, 이번 페이스리프트 직전까지는 또 ‘소형 상용’으로 분류하여 도통 스타렉스는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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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포지셔닝 논란은 스타렉스가 그만큼 멀티플레이어의 기질을 잘 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기다란 박스형 차체는 12명까지 품을 수 있는 널찍한 승차 공간도 갖췄고 그 승차 공간을 적재공간을 탈바꿈하여 훌륭한 영업용 차량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이와 더불어 구급차나 캠핑카, 어린이 버스, 심지어 휠체어 슬로프를 탑재하는 등, 여러 특장차들로 개조되어 멀티플레이어라는 타이틀을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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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현대차는 스타렉스를 ‘MPV(다목적 차량)’으로 재분류했다. 여기저기서 활약하는 그랜드 스타렉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포지셔닝이었다. 논란이 조금 일긴했어도 캐스캐이딩 그릴을 새로 입은 스타렉스는 분위기를 확실히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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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이 팔방미인 스타렉스는 이번 페이스리프트로 다시 한번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기아차 카니발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고급 미니밴 시장에 살짝 발을 들이민 것이다. ‘하이리무진’ 모델이 어느 정도 의전용 차량으로 활약하긴 했어도, 그건 소수를 위한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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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9인승 모델에 ‘그랜드 스타렉스 어반’이라 별도의 이름을 붙였다. 5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채택했고, 익스클루시브 트림엔 기존의 스타렉스와는 완전히 다른 인테리어 구성을 적용했다. 으레 현대차 신형 모델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갖는 ‘플로팅’ 타입의 디스플레이와 그랜저와 동일한 스티어링 휠,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가죽 및 우드 트림 적용 등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최고급 트림에만 별도의 인테리어를 적용한다는 것이 의아하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적용한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카니발 9인승 모델의 시작가격과 유사한 가격대 구성을 지녔다. 카니발 엔트리 모델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을 어느 정도 빼앗아오겠다는 의도를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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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소비자들의 인식에 카니발은 상대적으로 고급한 미니밴인데다, 스타렉스는 워낙 다재다능한 면모 덕에 ‘미니밴’이라는 인식보다는 대형 MPV로 각인된 것에 기인한 모양이다. 정면 대결은 사실상 무리라고 판단하여 엔트리 트림급 모델을 견제하기 위함, 나아가 그룹 차원에서는 카니발의 하위급 미니밴 역할을 도맡아달라는 현대차의 전언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워할 만한 부분은 최첨단 안전장비들의 부재다. 최신예 패밀리룩을 갈아입고 나오긴 했지만 속은 데뷔 10년 차의 노구다. 경차에도 달리고 있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와 같은 ADAS 필수 덕목들을 지니진 못했다. 모델 체인지 주기가 상당히 긴 모델의 비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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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렉스는 2017년 한 해 동안 4만 5천 대를 넘게 팔며 승합차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그러나 이는 예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다. 경쟁상대가 없어 지루한 나날들이 계속되던 와중에 스타렉스는 카니발이 독차지한 또 다른 영역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멀티플레이어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으로 귀결될 것인가? 올해 자동차 시장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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