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바운스, 바운스 로우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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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바운스, 바운스 로우라이더
  • 김상혁
  • 승인 2018.01.08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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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기가 넘어가는 자동차 역사는 다양한 문화를 파생시켜왔다. 본질에 충실한 이동 수단으로써의 승차 문화, 탈것을 넘어 달리는 즐거움의 드라이빙 문화, 속도를 즐기는 레이스, 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드레스업 튜닝 등 다양하다.

대중에게 생소한 자동차 문화 중 하나가 로우라이더다. 로우라이더라는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차체의 지상고를 낮추고 유압 동력을 이용해 리듬 타듯 높낮이를 조정하는 자동차 튜닝 문화다. 로우라이더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1940년대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의 ‘로우 앤 슬로우’ 라틴 문화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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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라이더는 유압 동력을 이용해 차체의 높낮이를 조절한다고 했는데 처음부터 그런 방식을 취한 것은 아니었다. 1940년대 로우라이더 문화가 생성될 시기는 기술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많았던 시기다. 기술적인 지식이나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에 자체적인 튜닝이 흥했고 그에 따른 문제점도 많았다. 당연히 로우라이더 문화도 무식한 과정을 거쳤다.

가장 단순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은 벽돌이나 모래주머니 등을 매달아 무게를 올리는 방법이었다. 이는 당연히 차체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고 동력 성능도 떨어진다. 오늘날 최대한 차체의 무게를 줄이며 경량화에 힘쓰고 연비를 중시하는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미국은 연료값이 저렴했기 때문에 연비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차대가 휘어버리거나 운동성으로 인한 승차감 등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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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이 굳이 그런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를 고수했던 이유는 일종의 저항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사회의 주류였던 백인 문화, 자동차 인식에서도 속도와 성능을 지향하는 성향에 반하는 문화를 형성함으로써 비주류의 애환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휠 림 상단부분보다 낮게 부품을 위치시킬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압, 에어 서스펜션이 보급되며 법안은 무용지물이 됐다. 예컨대 1955년 출시한 시트로엥 DS는 하이드로 뉴매틱 서스펜션을 적용해 자체적으로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로우라이더들은 유압이나 에어 서스펜션의 댐퍼를 개조함으로써 휠 림 상단부분과 상관없이 리듬을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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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인 규제에서 벗어난 로우라이더 문화는 마찬가지로 비주류에 속해있던 흑인들에게 전파됐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기존 로우라이더 문화와 흑인문화, 미국 자동차 문화가 한데 맞물리면서 자동차는 위아래로 리듬을 타고 외관 디자인은 화려하고 눈에 띄게 꾸며졌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과시욕이 크게 적용된 것이다. 처음부터 로우 앤 슬로우를 모토로, 다른 이들의 눈에 띄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본연의 취지는 유지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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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이르른 로우라이더 문화는 당당히 자동차 문화의 한 주류로 인정받고 있다. 해외 아티스트들은 로우라이더를 타고 뮤직비디오나 티저 영상을 찍기도 하고 영화에서도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며 시선을 끌고 있다. 또한 시카고에서는 매년 로우라이더 페스티벌을 열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텍사스, LA 등에서도 로우 라이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남미에서도 로우라이더 문화가 번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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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경우 튜닝에 대한 안 좋은 인식과 규제 등으로 로우라이더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인제 바퀴 축제에서 쉐보레 임팔라를 개조한 로우라이더 차량이 간략하게 모습을 보였고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로우라이더 차량을 타는 모습이 방영된 정도다. 자동차 튜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종로 한복판에 리듬 타고 있는 로우라이더를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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