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막내둥이의 화끈한 변신, 'UP! G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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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막내둥이의 화끈한 변신, 'UP! GTI'
  • 윤현수
  • 승인 2018.02.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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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어화둥둥 예뻐하지 않을 수 없는 막내둥이가 GTI 엠블럼을 붙이고 등장했다. 그저 웰메이드 시티카라고만 느꼈던 이 평범한 A세그먼트카의 변신에 반가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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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A세그먼트 모델들의 인기는 제법 높은 편이나, 사실 유럽을 제외한 여타 주요 시장, 그러니까 미국이나 중국과 같이 큰 차를 선호하는 곳에선 배척받는 터라 실제 볼륨 자체는 크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모델 수명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11년에 등장한 ‘UP!’은 어느덧 데뷔 7년 차를 맞이했다. 세계 어디서든 잘 팔리는 C세그먼트 모델이라면 7년이란 세월 동안 모델 체인지도 하고, 부분 변경도 이룰법한 긴 시간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상대적으로 긴 수명주기의 A세그먼트카에 속하는 UP!은 이제서야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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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부분 변경과 함께 '마이크로 포켓 로켓'의 출현을 염원하던 이들의 바람에 드디어 반응했다. 이윽고 탄생을 알린 UP! GTI는 여느 GTI 형제들과 다르지 않게 얄쌍한 그릴에 빨간 줄을 긋고 ‘GTI’ 엠블럼을 자랑스레 붙였다. 범퍼도 우악스럽게 매만져 순하디 순한 UP!의 인상을 뒤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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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시티카치곤 과분한 17인치 알로이 휠을 신기고 브레이크 캘리퍼도 빨갛게 칠했다. 넓적한 테일게이트 밑단에는 그릴과 마찬가지로 빨간 줄도 긋고 머플러 팁도 크롬을 입혔다. 테일파이프를 두 가닥으로 뽑아내는 기교까진 부리지 않았지만 새빨간 바디 컬러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제법 스포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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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속내는 어떨까? 폭스바겐 브랜드의 고성능 그 자체를 상징하는 ‘GTI’ 엠블럼을 붙였으니 기대를 해봄직하다. 놀랍게도 폭스바겐은 UP! GTI에 폴로나 골프 GTI와 동일한 스티어링 휠을 사용했다.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몇 개 빠지는 만큼 스포크 좌우에 붙은 리모컨 버튼들은 몇 개 없긴 하지만 그래도 빨간 실밥 박힌 운전대를 통해 영락없는 GTI 일원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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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모름지기 GTI라면 레드 컬러와 체크무늬 시트가 있어야 한다. 막내둥이 녀석도 GTI랍시고 시트에 체크무늬를 입혔고,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일부에 빨간색 패널을 더해 눈을 심심하지 않게 했다. 사실 좀 과해 보이긴 해도, ‘GTI’ 레터링이 박힌 수동변속기 노브를 보면 그런 생각은 희미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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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폭스바겐 브랜드의 고성능 아이콘이라 볼 수 있는 골프 GTI는 첫 탄생 이후 무려 4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긴 하지만, 그 세월 동안 골프가 몸집을 비대하게 키워온 탓에 초대 모델의 감성을 간직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물론 완성도는 세대가 거듭할수록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으나, 크기를 잔뜩 키운 차체나 한계를 모르고 끌어올린 퍼포먼스 탓에 사실 초대 모델이 가진 ‘오리지널리티’는 몇몇 디테일 밖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기업이 헤리티지 간직하겠다고 제자리에 머무를 순 없는 노릇, 그래서 몰라보게 성장한 골프를 대신해서 UP! GTI가 초대 골프 GTI의 감성과 오리지널리티를 전수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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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차체 크기만 봐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전고나 전장 같은 제원을 둘러봐도,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빚은 키 큰 해치백 스타일이 UP!에 흐릿하게 남아있다. 살짝 껑충하긴 하지만 그게 그 당시 자동차들의 매력이었다. 참고로 UP! 기본형 모델은 골프보다 키가 크다.
 
이런 유사한 점들을 폭스바겐 측에서도 캐치를 한 건지, 1세대 골프 GTI와 접점을 중심으로 UP! GTI 마케팅을 풀어나가고 있다. 브랜드의 유구한 역사와 헤리티지를 이용한 영리한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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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UP! GTI는 짤막한 보닛 아래에 터보차저와 직분사 시스템을 품은 1리터 TSI 엔진을 탑재한다. 최고출력마저 초대 GTI와 유사한 115마력, 물론 기술력 향상의 수혜를 받아 최대토크는 20.4kgm에 달한다. 그리고 복잡하고 비싼 DSG보다 잘 어울리는 6단 수동변속기가 이 깜찍한 1리터 엔진과 궁합을 맞춰 힘을 앞바퀴로 전달한다.
 
키가 좀 크다고 해서 불안해하진 말자. 폭스바겐은 이 꼬마 GTI를 위해 탄탄하게 다진 스포츠 섀시를 준비했다. 하체를 매만지니 전고가 기본 모델보다 15mm 낮아졌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17인치 휠과 타이어 덕에 보다 안정감 있는 몸놀림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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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A세그먼트 미니카임에도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에 8.8초 밖에 걸리지 않고, 최고 시속도 196km까지 뻗는다. 그러나 꽁무니 짧은 해치백들이 장기를 발휘하는 곳은 길게 뻗은 직선도로가 아니다. 공차중량 기준 1,070kg에 짤막한 차체, 그리고 115마력의 터보 엔진이 분명 굽이진 길에서 고성능 스포츠카 못지않은 희열을 안겨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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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고 해서 이 꼬마 GTI가 서킷에서 땀 뻘뻘 흘려가며 랩타임에 집착하는 녀석은 결코 아니다. 넉넉한 파워로 고속도로에서 주눅 들지 않고, 좁디 좁은 유럽 시내의 골목을 재빠르게 빠져나가는 게 실제 임무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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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막론하고 고성능의 대중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결국 이 세계와 무관해 보였던 UP!도 ‘GTI’ 엠블럼을 물려받고 말았다. 고귀하게만 느껴졌던 'GTI'가 너무 흔해지는 것 같아서 싫다고? 난 보기만 해도 웃음이 실실 나오는 이 녀석이 좋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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