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지배력 거세진 내수시장...하위 3사의 탈출구는?
상태바
현대기아차 지배력 거세진 내수시장...하위 3사의 탈출구는?
  • 윤현수
  • 승인 2018.02.09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7일, 메리 바라 GM 회장이 한국지엠의 상황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종전에 재기되던 철수설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랐다. 그러나 한국지엠 측은 철수는 없을 거라 단정 지으며, 구조조정을 비롯한 내부 개편을 통해 위기를 타파할 것이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01.jpg

그간 한국지엠의 실적이 좋았다면 이런 소식이 들릴 일은 없었을 거다. 그러나 최근 판매량 차트만 들여보더라도 이 기업의 성적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지난 1월, 국내 5개사의 판매량은 전월대비 15% 이상이 줄었다. 대수로만 따져도 2만 대 정도가 빠진 것이라 하락세가 상당히 뚜렷한 시기였다. 물론 전월이 연말 특수를 통해 실적 향상을 이뤘던 때라 상대적으로 실적 하락이 눈에 띌 수 밖에 없긴 했다.
 
그러나 이런 전반적인 내림세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는 데에 핵심이 있다. 전월을 기준으로 현대차는 3.6%, 기아차는 15.9%의 하락을 보인 것에 반해, 나머지 업체들은 무려 30% 내외의 하락폭을 보였기 때문.

02.jpg

특히 한국지엠의 경우 연말 파격 프로모션으로 주력 모델들의 판매량을 끌어올렸던 바가 있어 하락폭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볼륨 시장으로 여겨지는 컴팩트 세단 시장에서 조연의 역할마저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크루즈의 절망적인 실적이나, 말리부의 44%를 상회하는 판매 하락 폭 등은 한국지엠 입장에서 매우 뼈아픈 실책이었다. 특히 말리부의 1월 판매량은 1년 전에 비하면 절반 이하의 성적이었다.

5900_4230_159.jpg

반면 현대차는 주력 모델들의 판매량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며, 심지어 시장 톱클래스 성적을 보여주는 그랜저는 되려 전월보다 5.7%가 상승하는 면모를 보였다. 지난달 시장의 흐름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였다. 파업을 벗어난 코나의 실적 상승이나, 신차 효과를 받은 스타렉스의 성적도 판매 하락폭 최소화에 크게 일조했다.

03.jpg

이와 더불어 쌍용차는 전월 대비 27.9%의 큰 하락폭을 보이긴 했어도, 새로운 조커 카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향후 실적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지난 달 출시를 통해 폭넓은 연령대의 소비자들에게 호응 받은 렉스턴 스포츠가 그 주인공이다.
 
새로운 주역의 출현으로 쌍용차는 하위 3사 중 가장 낮은 판매 하락폭을 기록했고, 이제는 한국지엠 마저 넘어서기 직전에 이르렀다. 쌍용차는 1월, 점유율 6.8%를 기록하여 국내 5개사 중 4위를 기록했다. 3위인 한국지엠과 불과 0.2 포인트 차이였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내수시장 지배력이 거세졌다는 것은 그리 좋지 못한 소식이다. 국내 5개사가 형성하는 국산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산 점유율은 1월 기준 80.5%로 1월에 팔린 자동차들 다섯 대 중 네 대가 현대기아차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쌍용차는 판매 하락폭을 최소화하긴 했어도 점유율 자체는 1.2포인트나 줄었다.

04.jpg

이후, 하위 3사에게 더욱 절망적인 소식은 그들에게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여줄 만한 신차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대차 그룹은 대형차 시장에 기아 K9의 풀체인지 모델을 투입하고, 볼륨이 큰 준중형 세단 시장과 중형 SUV 시장에 각각 K3와 싼타페의 차세대 모델을 출시한다. 아울러 대부분 모델들의 전반적인 수명 주기가 성장기에 가까운 싱싱한 제품들이라 상품성 하락의 큰 걱정도 없다.

05.jpg

한국지엠은 볼륨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정한 중형 SUV 시장에 조만간 '에퀴녹스'를 투입한다. 그러나 사전 계약 하루 만에 소위 '대박'을 친 신형 싼타페의 등장으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야심 차게 시장에 등장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으며 단숨에 파격 프로모션에 들어간 크루즈의 전례가 있어 한국지엠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06.jpg

그렇다면 르노삼성은 어떤가? 르노삼성은 전월대비 35.7% 하락으로 가장 좋지 못한 실적을 보였고, 시장 점유율마저 5.7%를 기록하여 최하위에 올랐다. 화려한 르노 스타일링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6 넘버링' 시리즈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볼륨이 크게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트랙스와 함께 국내 소형 SUV 시장의 포문을 연 QM3의 부진도 뼈아프다.

07.jpg

그러나 그 앞날이 더욱 어둡다는 것이 르노삼성으로 하여금 절망적인 심정을 드러내게 한다. B세그먼트급 해치백인 클리오가 올해 출격을 예정하고 있으나, 해치백 시장이 지나치게 위축된 한국 시장의 특성을 생각하면 '킬러 타이틀'의 역할은 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제조사가 신차로 먹고 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신차가 볼륨 모델 포지션이 아니라면, 사실상 '밥줄'의 역할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킬러 타이틀이 턱없이 부족한 하위 3사의 고심은 깊어져만 간다. 내수 시장의 터줏대감은 점점 힘을 키우고 있고, 수입차 시장 역시 꾸준히 영향력을 높여오고 있는 와중에, 그 사이에 낀 이들은 적어도 올해를 희망적으로 꾸려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