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60 D5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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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S60 D5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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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60은 볼보의 중형 세단이다. 2000년 데뷔해 2010년 2세대로 거듭났다. 10년 만의 진화인 만큼 변화의 폭이 크다. 2세대 S60엔 2008년 XC60에서 선보인 신세대 볼보의 이미지가 그대로 담겨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높은 품질과 탄탄한 주행성능 역시 녹아들었다. 시승차는 S60 D5. 높은 토크를 자랑하는 직렬 5기통 디젤 터보엔진과 ‘안전의 볼보’다운 첨단 안전장비를 품는다. S60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아우디 A4 등과 경쟁한다.


볼보는 각진 디자인을 고집했다. 1974년 등장한 200시리즈부터였다. 모서리에 힘준 차체는 단단한 느낌을 냈다. ‘안전한 자동차’라는 이미지에 힘을 더했다. 실제로 높은 강성을 내기 위한 안전 최우선의 디자인이었다. 특유의 든든한 느낌에 매료된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신뢰 가는 다부진 디자인은 별안간 시대에 뒤쳐지는 둔탁한 디자인으로 폄하됐다. 90년대 접어들며 높은 강성과 화려한 디자인을 동시에 품은 경쟁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안전은 기본인 시대. 볼보의 우직한 매력은 점점 설 곳을 잃어갔다. 안전성만 내세워서는 경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볼보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1998년 1세대 S80이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S80은 매끈하게 다듬은 차체를 뽐냈다. 아울러 볼보 기함 최초로 앞바퀴 굴림 방식을 기본으로 삼았다. 볼보로선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이 변화는 당시 볼보 수석 디자이너였던 피터 호버리가 이끌었다. 

<1세대 S80>

 한편, 1999년 볼보는 포드의 품에 안겼다. 포드는 볼보 외에 재규어와 랜드로버, 에스턴마틴 등의 고급차 회사를 사들여 ‘PAG(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볼보의 디자인 수장, 피터 호버리도 2002년 포드 지시에 따라 PAG로 이적했다. 그는 이후 미국 포드로 옮겨가 MK시리즈로 링컨의 혁신을 주도하기도 했다.

포드가 PAG로 꿈꾸던 야망은 거대했다. 숙적인 GM과 유럽차 회사를 압도하려했다. 하지만 개성이 뚜렷한 회사를 한데 묶는 건 쉽지 않았다. PAG의 일원들은 서로 융합은커녕 각자 맡은 성과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2002년, 세금을 제외한 PAG의 적자는 8억9천400만 달러였다. 2003년까지 포드가 PAG에 쏟아 부은 돈은 170억 달러 이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포드의 상황도 악화됐다. 포드는 덩치 큰 SUV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는데, 유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았기 때문이다.

<좌측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에스턴마틴, 링컨, 재규어, 랜드로버>

 그 결과 포드의 시장 점유율과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포드는 야망을 접었다. 거금 들여 사들인 고급차 회사를 하나씩 내다 팔았다. 2007년엔 에스턴마틴, 2008년엔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처분했다. 볼보는 끝까지 손에 쥐고 버텼다. 하지만 리먼 사태에서 비롯된 오랜 경기침체는 가혹했다. 포드는 결국 볼보마저 중국 Geely 그룹에 양도했다. 2010년 8월 2일이었다. 그렇게 PAG는 회사설립 1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람들은 말한다. PAG는 포드가 벌인 바보짓이었다고. 그만큼 PAG는 포드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볼보는 달랐다. 볼보는 포드의 큰 재산이었다. 포드의 부실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흑자를 내던 회사였다. 탄탄히 다져온 볼보의 기본기도 포드에게 큰 도움이 됐다. 가령, 1998년 S80에 쓰인 볼보의 ‘P2 플렛폼’이 좋은 예다. P2 플렛폼은 데뷔 10년이 넘은 지금도 포드의 새 모델에 쓰인다. 포드는 P2 플렛폼을 약간 손봐 D3, D4 플렛폼을 만들었는데, D3 플렛폼은 2008년 포드 토러스와 2009년 링컨 MKS 등에, D4 플렛폼은 2011년 포드 익스플로러 등에 쓰인다. 포드가 볼보를 놓지 못했던 이유다.

<좌측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C30, S40, XC90, S60>

 아울러 볼보는 쉬지 않고 달렸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전체 라인업의 세대교체를 마무리했다. 1세대 S80에서 선보인 디자인을 모든 모델에 녹여냈다. SUV인 XC90과 해치백인 C30 등, 전에 없던 모델도 만들었다. 장기인 안전장비도 꾸준히 개발했다. 2008년 XC60엔 차가 스스로 멈춰서 사고를 막는 ‘시티 세이프티’를 달았다. 하지만 볼보는 만족하지 않았다. 또 한 번의 도약을 원했다. ‘안전한 차’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안전하되 고급스럽고 잘 달리는 차’로 바꾸고 싶어 했다.

도약을 위해선 피터 호버리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다. 볼보가 모든 모델의 세대교체를 끝낼 무렵, 메르세데스-벤츠 시니어 매니저로 있던 스티브 마틴을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한 이유였다. 스티브 마틴은 1998년 S-클래스(W220)와 2001년 SL-클래스(R230), 마이바흐와 SLR 등 당시 벤츠의 최고주가를 달리던 모델을 그린 스타 디자이너였다.


 스티브 마틴이 볼보에 출근하기 시작한 건 2005년 5월. 이후 볼보는 2006년 C30과 S80, 2007년 XC70 등을 출시했다.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초기 디자인에서 모델 개발까진 평균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스티브 마틴이 주도한 첫 볼보 모델은 2008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해 큰 호평을 받은 중형 SUV, XC60이었다.

“XC60은 트렁크에 붙은 VOLVO(볼보) 엠블럼 외엔 기존 모델과 같은 점이 전혀 없는, 완전 새로운 볼보입니다.” 스티브 마틴의 말이다. 그가 자신하는 만큼 XC60은 새로운 볼보였다. XC60은 전에 없이 날렵하고 탄탄한 느낌을 냈다. 무엇보다 비례와 균형감이 뛰어났다. 볼보는 변화를 알리려는 듯, 엠블럼의 디자인도 바꿨다. 사각형에 담겨있던 아이언 마크를 밖으로 꺼내고 크기를 키웠다. XC60엔 재도약에 대한 볼보의 의지가 물씬 담겨있었다.


2010년 등장한 2세대 S60은 스티브 마틴의 두 번째 작품이다. XC60에서 선보인 새로운 볼보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새로운 엠블럼과 라디에이터 그릴은 물론 그릴과 헤드램프 사이에 세로로 붙은 주간 주행등도 품는다. 그러나 XC60은 중형 SUV인 반면 S60은 스포츠 세단. S60은 보닛을 타고 떨어지는 선 바깥 면을 사선으로 잘라내 날렵한 앞모습을 연출했다.

옆모습과 뒷모습도 마찬가지다. 스포티한 느낌도, 짜임새도 S60쪽이 훨씬 높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잇는 캐릭터 라인은 뒤 펜더에서 완만하게 곡선을 그린다. 때문에 역동성이 한껏 살아있다. 한껏 끌어올린 어깨선과 낮은 지붕선도 탄탄한 느낌을 내는데 한 몫 한다. 납작하게 눌러 세운 트렁크와 ㄱ자 테일램프는 긴장감 넘치는 뒷모습을 만든다. 앞뒤 범퍼 아래쪽에 덧붙인 은색 패널은 SUV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아이템. 거친 느낌은 살리고 둔한 느낌은 쏙 빼는 역할을 한다. 


실내도 XC60에서 선보인 간결한 디자인이다. 쓸데없는 장식은 전부 덜어냈기 때문에 조금 지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무엇보다 고급소재를 적재적소에 사용한 점이 감탄스럽다. 촉촉한 가죽을 덧댄 시트는 눈으로 봐도 말랑거릴 정도며 도어트림과 센터페시아 등 실내 곳곳에 쓰인 금속성 패널은 손닿을 때 마다 뿌듯함을 준다. 가죽 냄새도 꽤 근사해 실내에 들어설 때 마다 코끝이 즐거워진다.

S60은 이렇게 오감을 만족시킨다. ‘센터스택’이라고 부르는 볼보 특유의 센터페시아는 한층 더 얇고 정교해졌다. 각각의 패널도 오차 없이 꽉 맞물렸다. 센터페시아 위쪽의 모니터에선 차에 관한 각종 정보와 한국형 내비게이션 등을 띄운다. 내비게이션은 화면을 직접 건드려 작동한다. 터치감이 매우 정교해 사용이 쉽다. 뒷좌석과 트렁크는 넉넉한 편이다. 성인 4명이 먼 길을 떠나기에 무리 없을 정도다.


시승차는 S60 D5다. D5는 볼보의 고출력 디젤 엔진을 의미한다. 볼보엔 D5 엔진을 바탕으로 출력을 낮춘 D3, D4 등의 엔진이 있다. D5는 직렬 5기통 2.4L 디젤 터보 엔진. 정지 상태에선 디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안팎이 조용하다. 반면 가속 시엔 4기통과는 다른, 5기통 특유의 터프한 소리를 낸다. 5기통 엔진의 장점은 또 있다. 가속과정이 아주 부드럽다. 낮은 회전에서부터 두툼한 토크를 내뿜기 때문이다.

게다가 볼보는 터보차저 두 개로 토크를 한층 더 부풀렸다. 최고출력은 다소 평범한 215마력이지만 최대토크는 막대한 이유다. D5는 무려 44.9㎏․m의 힘을 1500rpm부터 쏟아낸다. 실사용 영역에서 힘이 좋아 운전도 비교적 쉽다. 발목을 살짝 꺾으면 경쾌하게 미끄러지듯 달려나간다. 가속감도 아주 박력 있다. 6단 자동변속기의 다소 더딘 반응이 엔진 힘에 묻혀버릴 정도다.


감각만이 아니라 실제 가속도 빠르다. S60 D5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의 가속을 7.6초 만에 끝낸다. 경쟁자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하지만 45㎏·m에 육박하는 높은 토크는 시승 전의 내겐 의문점이었다. S60 D5는 앞바퀴에 모든 힘을 몰아주는 전륜구동 모델이기 때문이다. S60 D5같은 고성능 전륜구동 모델은 흔치 않다. 특히 최대토크 40㎏․m 이상인 모델은 손에 꼽을 정도다. S60 D5의 최대토크는 국내에 판매중인 전륜구동 모델 중 1, 2위를 다툴 정도로 높다.

고출력 엔진을 단 모델들은 보통 뒷바퀴 또는 네 바퀴 굴림 방식을 사용한다. 조향을 하는 앞바퀴에 큰 힘을 전달하면 타이어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S60 D5의 조종안정성은 괜찮을까?’라는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볼보는 높은 토크를 능숙하게 풀어냈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며 스티어링 휠을 휙휙 꺾어대도 위화감을 찾을 수 없었다. S60 D5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앞머리를 비틀며 뛰쳐나갔다. 고성능 전륜구동 모델의 고질병인 스티어링 휠 무거워지는 현상마저 느낄 수 없었다. 


부드럽되 박력 넘치는 가속은 똑똑한 전자장비에서 비롯된다. 앞바퀴에 걸리는 부담을 다이나믹 스테빌리티 컨트롤(DSTC)과 코너 트랙션 컨트롤(CTC) 등이 나눠 갖기 때문이다. 직진 안전성에서 감탄할 무렵 세련된 몸놀림에 한 번 더 놀랐다. 댐퍼의 수축과 이완 과정은 깃털처럼 사뿐했다. 섀시는 어떤 상황에서도 탄탄하고 묵직하게 버텼다. 바퀴를 타고 올라오는 충격은 온몸으로 분산시켰다. 주행감각이 한마디로 끈끈했다.

볼보는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가 기본으로 다는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한 회사다. 커튼 에어백도 세계최초로 선보였다. 에어백에 대한 다양한 특허도 소유하고 있다. 볼보가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유다. 최근 볼보의 안전철학은 한 단계 진화했다. 탑승자를 사고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넘어 이젠 사고를 예방하는데 집중하는 중이다. 볼보는 말한다.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최고의 안전”이라고. S60 D5엔 이런 볼보의 안전 철학이 모두 담겨있다.


이런 철학에 근거한 대표적인 안전장비로는 ‘시티 세이프티’가 있다. 시티 세이프티는 충돌이 예상되면 스스로 제동하는 장비다. 시티 세이프티의 작동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붙은 레이더와 앞창에 붙은 카메라는 앞 상황을 끊임없이 주시한다. 만약 위험상황을 감지하면 브레이크 패드를 디스크에 밀착시켜 멈출 준비를 하고 알람으로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이 후에도 운전대 및 페달 조작이 없으면 즉각 차를 멈춰 사고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줄인다. 2013년형부터는 작동 한계 속도가 시속 30㎞에서 50㎞로 늘어났다.

볼보는 등급에 관계없이 모든 S60에 시티 세이프티를 기본으로 단다. S60 D5엔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장비가 몇 가지 더 있다. 충돌 경고 및 오토 브레이크(CWAB)는 시티 세이프티와 비슷한 개념의 장비다. 앞차 또는 장애물과의 충돌이 예상되면 알람을 통해 운전자에게 알리고,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차를 직접 멈춘다. 시티 세이프티와 차이점은 운전자의 의지가 반영된다는 것. 앞차와의 거리 설정을 통해 시스템 작동시기를 정할 수 있다. 작동 한계 속도가 없다는 것 역시 시티 세이프티와의 차이점이다. 알람은 스피커와 앞창에 반사되는 램프를 이용한다.


앞창에 붙은 카메라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속도제한 표지판을 인식하고, 차선을 읽고,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살핀다. 계기판에 현재 도로의 제한 속도와 과속 방지 경고를 띄우는 도로 표지 정보(RSI)와 졸음운전 등을 감지해 휴식을 권하는 운전자 경고 제어(DAC),  의도치 않은 차선변경이라 판단하면 주의를 요구하는 차선 이탈 경고(LDW) 등의 안전장비들이 이 카메라의 도움을 받는다.

매우 편리한 안전장비도 있다. 큐 어시스트 기능을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일반적인 크루즈 컨트롤은 설정한 속도만 유지하는 반면 S60 D5의 크루즈 컨트롤은 알아서 앞차를 따라간다. 앞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높여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다. 앞차가 완전히 멈춰 설 땐 차 반대 정도의 간격을 남기고 부드럽게 멈춰 선다. 다시 출발 할 땐 가속페달을 살짝 건드려주면 된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에 대한 대응력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지만, 차선 변경이 적은 자동차 전용도로에선 유용한 장비다. 특히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출퇴근 시간에 아주 쓸 만했다.


S60 D5는 흠잡을 구석이 별로 없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춘 차였다. 든든한 안전장비는 물론, 화려한 외모와 고급스러운 실내, 탄탄한 주행성능 등이 전부 담겨있었다. 특히 실내 품질은 잘 나가는 독일제 경쟁자보다 뛰어났다. S60 D5의 매력은 이처럼 균형 잡힌 상품성에 있었다. S60 D5는 ‘안전하되 고급스럽고 잘 달리는 차’였다.

글 류민 | 사진 이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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