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JX35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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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JX35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2.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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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X는 인피니티의 7인승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길이 5m, 무게 2톤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집을 뽐낸다. 엔진은 ‘이 큰 차체에 괜찮을까?’싶은 V6 3.5L다. 이쯤 되면 지루하고 더딘 SUV를 떠올릴 만하다. 하지만 JX는 자극적이다. 형제들에 비해 힘을 조금 뺐을 뿐, 화려하고 화끈한 인피니티의 특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JX와 처음 마주했을 때 나의 반응이었다. 생각보다 큰 JX의 덩치에 놀랐기 때문이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JX를 마주한 이들은 하나같이 “우와”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물론 황당한 사이즈의 인피니티 QX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보단 조금 작다. 하지만 이정도면 어디 가서 크기로 주눅들 일은 없겠다. 이처럼 JX는 몸집이 매우 크다. 길이 5m, 너비 2m에 육박한다. 키는 1.7m를 훌쩍 뛰어 넘는다. 그런데 체감크기는 더 크다. 차체 구석구석에 화려한 곡선이 너울졌지만 앞면과 옆면, 그리고 뒷면이 만나는 네 모퉁이는 날을 바짝 세웠기 때문이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까지 바깥쪽으로 밀어 붙여 차체는 더욱 넙적해 보인다.



이렇게 큰 SUV는 위압감은 넘칠지언정 다소 심심해 보일 수 있다. 널따란 면이 연속되기 때문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좋은 예다. 에스컬레이드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거대하다. 그래서 박력이 넘친다.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각 요소의 디자인과 비율이 아주 단순하다. 따라서 크기에 눈이 익숙해지고 나면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JX는 다르다.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봐도, 멀리서 요리저리 둘러봐도 빈틈을 찾기 힘들다. 각 요소의 비례와 균형, 그리고 전체 디자인이 조화롭기 때문이다. 특히 차체와 휠 하우스의 비례는 스포츠카 못지않다. 20인치 휠이 작아 보일 정도로 휠 하우스가 큼직하다. 멀리서 봤을 때 두툼한 차체 두께와 껑충한 키를 의식하기 힘든 까닭이다.



보닛과 앞 범퍼, 앞 펜더 등에 불거진 근육 덕분에 입체감도 상당하다. 앞모습은 다른 인피니티 모델처럼 날카롭게 자른 헤드램프와 커다란 사다리꼴 라디에이터 그릴이 주도한다. 인피니티의 컨셉카, ‘에센스’에서 파생된 최근 인피니티의 고유 디자인은 이렇게 스케일이 큰 모델에 더욱 잘 어울린다. G나 EX 보단 M과 FX 등의 존재감이 더 큰 이유다. 어깨선을 따라 접은 캐릭터 라인과 뒤쪽을 K자로 파낸 창문 라인은 날렵한 옆모습을 연출한다. 도어 아래쪽에 붙인 크롬 패널은 차체가 얇아 보이는 느낌을 낸다. 위쪽을 반듯하게 누른 테일램프는 흉흉한 분위기의 뒷모습을 만든다. 커다란 덩치에서 오는 위압감과 또렷한 선들이 만든 강렬한 존재감 덕분에 시승 내내 괜스레 어깨를 으쓱거렸다.



실내 역시 다른 인피니티 모델처럼 화려하다. 가운데를 살짝 부풀린 센터페시아와 좌우를 오목하게 따낸 대시보드로 이루어져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인피니티의 높은 품질 역시 그대로다. 실내에 오르면 뿌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시트와 도어 트림 등에 씌운 촉촉한 가죽과 은은한 광택을 내는 우드 패널 등이 매우 고급스럽다. 계기판에 붙은 4.2인치 모니터에선 주행에 관한 각종 정보를 볼 수 있다. 차에 대한 여러 설정도 이 화면을 통해 한다. 센터페시아가 품은 모니터의 크기는 8인치. 공조장치 및 오디오 등에 대한 설정은 이 화면을 통해 한다. 또한 이 모니터는 ‘어라운드 뷰’ 기능을 한다. 어라운드 뷰는 전·후방 카메라보다 한 단계이상 진화한 주차 보조 장비다. 주위 상황을 꼼꼼하게 살피는 네 개의 카메라가 마치 하늘에서 차를 내려다보는듯한 영상을 만들어 준다.



어라운드 뷰 덕분에 JX의 거대한 몸집을 의식 못 할 정도로 주차가 편했다. 좁은 골목길을 들어설 때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는 한국형 내비게이션도 띄운다. 지도도 깔끔하고 실시간 교통정보도 반영해 쓰임새가 좋다. 조작은 화면을 직접 눌러서 한다. 하지만 터치감이 조금 떨어졌다. 멀티미디어는 각종 음원과 영상을 빠짐없이 지원한다. 외부기기는 USB 단자와 블루투스 등을 통해 연결할 수 있다.


오디오는 ‘보스’사의 5.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센터스피커와 10인치 서브우퍼를 포함한 15개의 스피커가 풍부한 음색을 만든다. 날카로운 고음역과 묵직한 저음역의 소리를 확실하게 나눠서 낸다. 오디오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JX의 환경은 음악을 감상하기에 더 없이 좋다. 외부 소음을 꼼꼼히 틀어막은 것과, 광활한 실내가 만든 공간감 덕분이다.



JX는 3열 시트까지 갖춘 7인승이다. 1열에 2명, 2열에 3명, 3열에 2명이 앉을 수 있다. 2열 시트 옆에 붙은 레버를 당기면 방석이 위쪽으로 올라오며 1열 시트 쪽으로 바짝 붙는다. 그래서 3열에 드나들기가 편하다. 바닥이 평평한 것도 장점이다. 시트 레일이 바닥에 숨어 있기 때문에 발에 걸리는 것이 없다. 2열 시트는 앞뒤로 최대 140㎜까지 움직인다. 2열은 물론, 3열 시트도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1, 2열 무릎공간을 조금씩 양보하면 7명이 편히 앉을 수 있다. 센터 콘솔 뒷면엔 2, 3열 공간을 위한 공조장치가 마련돼 있다. 3열 송풍구는 벽 쪽에 붙어 있다. D필러엔 스피커가, 2, 3열 천장엔 파노라마루프가 달려있다. 3열 시트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아니라는 증거다.




7인승 모델은 흔하지만, JX처럼 7명이 편히 탈 수 있는 모델은 흔치 않다. 하지만 승차정원을 다 채우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엔 조금 빠듯하다. 7명이 편히 앉을 경우 짐 공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2열 시트는 6:4, 3열 시트는 5:5로 나눠 접힌다. 따라서 6명이 짐을 넉넉하게 싣고 타기엔 문제없다. 짐 공간 크기는 평소 447L지만 3열을 접을 경우 1,277L로 늘어난다. 4인 1조로 골프를 즐기러 가기엔 더 없이 좋다. 2열까지 모두 접을 경우 2,166L로 늘어난다. 트렁크는 버튼으로 여닫는 전동식이다.


인피니티는 JX에 최고 265마력, 34.3㎏·m의 힘을 내는 V6 3.5L 엔진과 무단변속기를 짝지어 단다. 엔진은 닛산 350Z, 인피니티 G35 등에 달던 VQ다. VQ는 닛산·인피니티의 간판 엔진으로 수많은 엔진 관련 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워즈’에서 매년 한번 선정하는 세계 10대 엔진상은 10년 넘게 연속해서 받았다.



JX의 VQ 엔진은 350Z나 G35에 비해 힘을 일찍 쏟아낸다. 최고출력을 양보하고 얻은 대가다. 20년 넘게 양산차에 도입해온 무단변속기 역시 닛산의 자랑거리다. 이처럼 JX는 검증이 끝난 파워트레인을 달고 있다. 하지만 2톤에 육박하는 육중한 차체엔 조금 버겁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JX의 움직임은 사뿐했다. 가속페달을 툭 치면 앞머리를 움찔거리며 뛰쳐나갔다. 세팅을 달리 한 VQ 엔진은 JX를 경쾌하게 이끌었다.


무단변속기의 반응도 매끄러웠다. ‘인피니티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스포츠에 두고 엔진 회전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갈 땐, 무단변속기란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화끈한 인피니티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웬만한 세단보다 가속성능이 좋았다. 특히 높은 회전에서 뿜어내는 자극적인 엔진 사운드는 디젤 엔진을 단 경쟁자에게선 맛볼 수 없는 JX만의 특별한 매력이었다. 엔진이 울부 짖는 소리가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자꾸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싶었다. 그러나 엔진 회전수를 팡팡 띄우다보면 주유소에 자주 들락거려야 할 것 같은 압박감도 들었다.



몸놀림도 수준급이었다. 만만치 않은 몸집 때문에 거동이 컸지만 움직임은 매우 솔직했다. JX는 감속을 하고, 또 스티어링 휠을 꺾는 과정에서 항상 예상한 만큼 자세를 뒤틀었다. 때문에 JX가 가진 리듬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JX는, 이런 장르의 차는 으레 뒤뚱거리기만 한다는 나의 선입견을 보기 좋게 허물었다.



JX는 예상을 벗어난 차였다. 7인승 크로스오버의 실용성에 인피니티 고유 특성이 잘 녹아든 모델이었다. 겉모습엔 존재감이 넘쳤고 실내는 화려했다. 인피니티다운 자극적인 엔진 사운드와 비교적 호쾌한 가속성능도 큰 매력이었다. 반듯한 몸놀림은 덤이었다. 장르 특성상 늘어지는 구석이 있을 법한데, JX에서는 그런 단점을 찾기 힘들었다. JX는 내게 7인승 모델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차였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이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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