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S8 시승기 (아우디 S-모델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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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S8 시승기 (아우디 S-모델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 류민
  • 승인 2012.1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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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아우디 코리아가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S-모델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개최했다. 아우디의 고성능 버전인 S-모델을 직접 느껴보라는 취지에서다. 아우디 코리아는 이 자리에 S4부터 S8까지 총 23대의 S-모델을 동원했다. 또한 서킷 주행, 슬라럼 주행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S-모델은 아우디의 고성능 버전이다. 벤츠의 AMG, BMW M과 맥락을 같이한다. 경쟁자와 마찬가지로 일반 모델을 밑바탕 삼아 만든다. A4의 S-모델은 S4라고 부른다. S는 최고의 성능(Sovereign Performance)을 의미한다. S-모델은 S4부터 S8까지, 그리고 TT를 기본으로 한 TTS 등 총 6종류가 있다.

그런데 아우디엔 고성능 모델이 또 있다. 독일어로 레이싱 스포츠(Renn Sport)를 뜻하는 RS다. 현재 아우디는 RS4와 RS5, 그리고 TT-RS 등 3종류의 RS를 생산한다. 국내에는 RS5만 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RS는 S보다 스포츠 성격이 강한 모델이다. RS가 엔진 출력도 더 높고, 하체도 더 단단하다.


S는 일반 모델과 RS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모델이다. 일반 모델과 S의 차이는 크다. 하지만 S와 RS의 차이는 크지 않다. 특히 ‘제로백’ 등의 눈에 띄는 성능은 비슷하다. S5와 RS5의 경우 0.4초 차이난다. S와 RS의 차이는 일상적인 운전에선 드러나지 않는 영역에 있다. 그래서 S와 RS는 상하 관계가 아닌, 성격이 다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S는 일상생활에서 편히 쓸 수 있는 스포츠 모델, RS는 S보다 조금 더 성능에 치우친 모델이다.

모든 S와 RS는 아우디의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단다. 앞뒤 구동력 배분은 40:60이 기본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15:85~70:30으로 바꾼다. 앞바퀴가 미끄러지면 뒤쪽에, 뒷바퀴가 미끄러지면 앞쪽에 힘을 더 몰아준다. 게다가 뒤쪽 구동축엔 스포츠 디퍼런셜도 갖춘다. 코너를 돌아 나갈 때, 안쪽과 바깥쪽 바퀴에 전달하는 힘을 달리해 조종안정성을 높인다.


아우디 코리아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서킷의 일부 구간을 S7과 S8으로 달려 보는 다이내믹 프로그램, 두 번째는 완만한 각을 이룬 코너에 설치한 슬라롬 코스를 S4, S5, 그리고 S6 중 하나로 달려보는 콰트로 프로그램, 세 번째는 S-모델 중 하나를 선택해 상설 서킷이 아닌,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의 풀코스를 달려 보는 S-모델 서킷 드라이빙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다이내믹에선 S7과 S8을, 콰트로에선 S4를 탔다. S4는 슬라럼 코스에서 반듯한 몸놀림을 자랑했다. 앞머리를 스티어링 휠 꺾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비틀었다. 궤적을 벗어 날 법한 상황에서는 든든하게 버텨냈다. 거동 역시 경쾌했다. S4는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움찔 움찔거리며 제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덕분에 나는 자신 있게 라바콘 사이를 헤집고 다닐 수 있었다. 


S7도 탄탄한 주행성능을 뽐냈다. 사실, A6와 A7은 뼈대와 심장을 나눈 형제다. 따라서 S6와 S7도 쌍둥이나 다름없다. 파워트레인이 같고, 주행성격을 결정짓는 차체 수치 역시 고스란히 겹친다. S7는 이전세대 S6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S7는 내가 의도하는 방향을 따라, 노면을 끈끈하게 붙들고 코너를 돌아나갔다. 이전세대 S6에서 불거졌던 언더 스티어 현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S4, S7과의 짧은 만남은 끝났다. 그러나 S8을 느낄 시간은 비교적 충분했다. S-모델 서킷 드라이빙에선 다이내믹 때 만났던 S8을 다시 탔기 때문이다. S8은 아우디의 기함인 A8을 밑바탕 삼는다. 길이 5137㎜의 거대한 차체를 뽐낸다. A8과 S8의 외모는 비슷하다. 앞뒤 범퍼의 아래쪽 디자인이 조금 다른 정도다. S8의 경우 사이드미러 커버가 알루미늄이다. 그리고 머플러를 양옆에 각각 두 개씩 단다. 



A8과 S8의 차이는 실내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S8은 실내에 우드 대신 카본 패널을 붙인다. 피아노 블랙으로 마감한 패널은 전부 알루미늄 느낌 내는 패널로 바꿔 단다. 격자 패턴의 컴포트 스포츠 시트와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도 갖춘다. 가죽을 꿰맨 실 색깔도 다르다. 좀 더 눈에 띄는 밝은 색이다. 시동 버튼엔 붉은색 띠를 두른다. 고성능 모델 답게 스포티한 느낌이 가득하지만 기함다운 고급스러움은 그대로 유지했다. 

아우디는 S8에 직분사 시스템과 터보차저 두 개를 짝지은 V8 4.0L 엔진을 얹는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S8의 엔진은 벤틀리 컨티넨탈 GT V8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아우디와 벤틀리는 한 지붕 가족이기 때문이다. 둘은 변속기와 구동방식도 같다. 하지만 최고출력은 S8이 조금 더 높다. S8은 최고 520마력을 낸다.


컨티넨탈 GT는 문 두 짝의 쿠페다. 따라서 S8이 한참 더 크다. 길이가 무려 331㎜나 차이난다. 그런데 가속성능은 오히려 덩치 큰 S8이 더 좋다. S8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의 가속을 4.2초 만에 끝낸다. 컨티넨탈 GT V8보다 0.6초나 빠른 수치다. 둘의 출력 차이는 고작 13마력, 가속성능의 차이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사실, S8은 컨티넨탈 GT V8보다 무려 178㎏이나 가볍다. 가속성능의 차이는 무게에 있었다. 아우디는 소재의 달인, S8을 비롯한 모든 A8의 차체를 99% 알루미늄으로 제작한다. 아우디는 이를 ASF(Audi Space Frame)이라고 부른다. ASF는 일반 강철로 만든 차체보다 약 40% 가볍다. A6와 A7의 경우 알루미늄을 약 20% 사용한 알루미늄 하이브리드 차체를 쓴다.


한편, 신형 S8은 역대 A8중 가장 강력한 모델이기도 하다. 비교적 작은 엔진을 품지만, W12 6.3L 엔진을 얹는 A8 6.3 보다 가속성능은 물론 출력까지 높다. V10 5.2L 엔진의 이전 S8보다도 빠르고 강력하다. ‘제로백’의 경우 0.9초나 단축했다. 아울러 연비 또한 이들보다 월등하게 좋다.

신형 S8의 공인연비는 7.7㎞/L다. 이전에 비해 연비까지 높일 수 있었던 건, ‘실린더 온 디멘드’ 기술 덕분이다. 이른바 ‘4기통 모드’라 불리는 기술이다. 이는 엔진 회전 930~ 3500rpm 사이, 기어 3단 이상, 시속 25㎞ 이상 등의 조건이 갖춰졌을 때 엔진 절반에 해당하는 실린더 4개의 작동을 중단하는 기술이다. 이 기능이 작동할 때 생기는 이상 진동과 소음은 ‘액티브 엔진 마운트’와 ‘액티브 노이즈 캔슬러’로 해결했다.


엔진 마운트는 엔진과 차체를 잇는 부품을 뜻한다. S8의 엔진 마운트는 스스로 진동을 발생하는 기능을 갖춘다. 4기통 모드가 작동 할 때 엔진에서 생기는 진동을 상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S8의 엔진 마운트엔 액티브라는 말이 붙는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러 역시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실내에 붙은 4개의 마이크가 이상 소음을 감지하면 스피커를 통해 그 소음을 상쇄할 수 있는 음파를 쏜다. 그 결과 탑승자는 4기통 모드가 작동할 때의 진동과 소음을 느낄 수 없다.   

이처럼 신형 S8은 한층 더 똑똑해지고 강력해졌다. 서킷이란 장소 특성상 4기통 모드를 느껴 볼 순 없었다. 하지만 성능은 확실히 경험했다. S8의 가속성능은 웬만한 스포츠카 보다 뛰어났다. 수치만이 아니다. S8은 실제로 빨랐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거대한 몸집이 믿기지 않을 만큼, 거침없이 튀어 나갔다. 속도계 바늘은 시종일관 솟구쳤다. 눈앞에 다가오는 풍경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S8엔 대형세단의 가치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특히 S8의 정숙성은 최고 수준이었다. 66.3㎏·m의 최대 토크가 네 개의 타이어를 짓이기는 순간에도 S8의 실내는 평온했다. 앞쪽 저 멀리서 V8 엔진의 울음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S8으로 서킷을 달리는 건 다소 섬뜩한 경험이었다. 실내는 고요했고 창밖 풍경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S8은 고속 안정성도 뛰어났다. 빗길에서 시속 200㎞를 넘나들 때도 심리적인 안정감이 상당했다. 그러나 S8으로 서킷을 달리기는 쉽지 않았다.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안팎의 경계가 워낙 뚜렷한 탓에, 감속시점을 번번이 놓쳤다. 코너에서의 한계시점도 놓치기 일쑤였다. 휠 베이스가 3m에 육박하는 차를 마음껏 휘두르기엔 나의 운전 실력이 모자랐다. 그러나 코스를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각종 전자장비와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든든하게 지켜줬기 때문이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아우디 코리아, 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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