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시승기
상태바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2.12.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티구안은 골프를 밑바탕 삼는 폭스바겐의 컴팩트 SUV다. 200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해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작년에 부분변경을 거쳤다. 부분변경 모델로 거듭난 티구안은 한층 더 단정한 외모를 뽐낸다. 겉모습만 바뀐 것은 아니다. 실내를 꼼꼼하게 개선해 편의성을 높이고 엔진 효율도 끌어올렸다.


최근 폭스바겐의 디자인은 크게 변했다. 곧은 직선을 바탕으로 더욱 반듯해졌다. 이 변화는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클라우드 비숍이 주도했다. 그는 2007년 부임 후 각양각색의 모양새로 따로 놀던 폭스바겐을 한데 묶기 시작했다. 신 모델은 물론, 부분변경 모델에도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일관되게 담았다. 그 결과 폭스바겐은 새로운 패밀리 룩을 갖게 됐다.

폭스바겐의 새 패밀리 룩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반듯한 존재감’이다. 부분변경 티구안에서도 이런 느낌이 물씬 난다. 부분변경인 만큼, 변화는 앞모습과 뒷모습에 집중됐다. 존재감은 앞모습에서 부각된다. 일단, 눈매가 더욱 또렷해졌다. 둥글게 늘어뜨렸던 헤드램프의 아랫변을 판판하게 다듬었기 때문이다. 램프 안쪽엔 LED를 촘촘히 수놓았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바꿨다. 위아래 폭을 줄이고 헤드램프에 맞게 다듬었다. 반면 범퍼의 공기흡입구는 키웠다. 그래서 이전보다 더 날렵한 느낌을 낸다. 뒷모습은 한결 차분해졌다. 밑면을 싹둑 자르고 L자로 불빛 밝히는 테일램프 덕분이다. 이전 티구안은 부드럽고 푸근한 인상을 자랑했다. 하지만 부분변경을 거치며 세련미가 깃든, 반듯한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얼핏 실내엔 큰 변화 없어 보인다. 높은 완성도의 이전 레이아웃과 차분하고 수수한 느낌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꽤 많은 것이 변했다. 대부분 편의성을 높이는 것들이라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변속레버 앞엔 시동 걸고 끄는 버튼이 생겼다. 이전엔 열쇠를 꽂고 비틀어야 했다.


시동 버튼 자리에 있던 각종 버튼은 센터페시아 아래쪽으로 옮겼다. 보기도, 쓰기도 이전보다 좋다. 스티어링 휠은 한층 더 고급스러워졌다. 휠에 붙은 리모컨은 이전보다 많은 기능을 한다. 둔탁한 디자인의 변속레버는 골프 GTI처럼 스포티해졌다. 도어트림엔 얇은 패널을 덧대 멋을 부렸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RNS-510이다. 사실, 이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폭스바겐 본사가 만든 것이 아니었다. 폭스바겐 코리아가 국내 업체와 손잡고 개발한 것이었다. 디자인과 기능은 훌륭했다. 그러나 묘하게 이질적인 느낌을 냈다. 폭스바겐 순정품에 못 미치는 완성도가 문제였다. 화면에 띄우는 메뉴 디자인도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부분변경 티구안에선 그런 문제를 찾아 볼 수 없다. RNS-510은 독일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콘티넨탈과 폭스바겐 본사가 함께 만든 제품이다. 모니터 크기는 6.5인치, 메뉴는 전부 한글로 띄운다. 내비게이션은 현대 엠엔소프트의 지니를 사용한다. 아울러 30GB 크기의 하드디스크도 갖춘다. 따라서 음악 및 각종 멀티미디어를 저장해 놓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RNS-510은 높은 완성도를 뽐냈다. 디자인도, 시스템 반응 속도도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핸들 리모컨’과의 연동도 완벽했다. 이제야 폭스바겐에 어울리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춘 듯 했다. 그러나 옥에 티도 있었다. 외부 컨텐츠 직접 저장 수단이 SD카드 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외부기기 연결도 오직 블루투스로만 가능했다.


한편, 자동주차 시스템도 진화했다. 이전엔 평행주차만 지원했다. 하지만 이젠 후진으로 하는, 일명 ‘세로주차’까지 한다. 차체 크기에 비해 넉넉한 뒷좌석은 여전하다. 티구안의 뒷좌석은 동급 경쟁자에 비해 안락하다. 뒤 시트 방석은 앞뒤로 최대 160㎜, 등받이는 최대 23도까지 움직인다. 앞 시트 등받이 뒷면엔 뒷좌석을 위한 간이 테이블도 달았다.

시승차는 시야까지 쾌적했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갖췄기 때문이다. 짐 공간은 납득할 만큼의 크기였다. 티구안은 성인 네 명과 커다란 촬영 장비들을 거뜬히 소화했다. 이동에도 큰 불편 없었다. 짐 공간은 평소 470L,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을 경우 1,510L로 늘어난다. 뒷좌석 등받이는 6:4로 나눠 접힌다.


현재 국내에서 파는 티구안은 모두 최고 140마력, 32.6㎏·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터보엔진을 단다. 변속기와 구동방식도 모두 같다. 폭스바겐의 자랑인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DSG´와 사륜구동 시스템 ‘4모션´을 갖춘다. 4모션은 노면 조건을 크게 가리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100%에 가까운 힘을 바퀴 하나에 몰아주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구동력을 앞뒤 90:10으로 배분한다.

변경 전 티구안의 공인연비는 15.0㎞/L였다. 하지만 지금은 1L로 18.1㎞를 달린다. 연비상승의 비결은 몇 가지로 나뉜다. 첫째로 공회전 방지장치가 있다. 티구안은 운전자가 제동을 하면 시동을 꺼 연료를 방울 단위로 아낀다. 아울러 변속 프로그램도 다듬었다. 그 결과 티구안은 탄력주행을 할 때 스스로 기어를 뺀다. 저항을 줄여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폭스바겐은 이를 ‘코스팅 모드’라고 부른다. 감속할 때 생기는 에너지를 비축하는 에너지 회생 시스템도 효율을 높이는 데 한 몫 한다.


연비를 높였지만 성능은 유지했다. 티구안은 0→ 시속 100㎞ 가속을 10.2초 만에 마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한층 더 조용해지는 엔진 특성도, 넉넉한 토크와 똘똘한 변속기로 뭉쳐진 경쾌한 주행 특성도 변함없다. 폭스바겐다운 반듯한 몸놀림과 솔직한 핸들링도 여전했다. 뼈대와 심장을 제공한 골프가 쌓아 올린 명성 그대로였다. 비교적 낮은 무게중심을 바탕으로 골프 못지않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높직한 운전시야는 티구안만의 장점이었다.


사실 부분변경 티구안에 파격적인 변화는 없다. 기본기가 워낙 탄탄했던 탓에 변화의 폭이 좁았다. 하지만 티구안은 원래 자극적인 차가 아니었다. 고른 상품성으로 사랑받는 차였다. 폭스바겐은 이런 티구안의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 데 집중했다.

부분변경 티구안과 마주했을 때, 솔직히 난 큰 감흥을 못 받았다. 존재감이 뚜렷해졌지만 가슴이 벅찰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곧 티구안에 길들여졌다. 티구안은 어느새 나의 손발이 되어 있었다. 티구안은 해치백 같은 기동성에 넉넉하고 실용적인 실내를 더한 차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더없이 편했고, 내 의도대로 움직여줬다. 여유 있는 최저 지상고와 사륜구동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상당했다. 덕분에 나는 아스팔트와 험로의 경계를 쉽사리 넘나들 수 있었다. 티구안의 가치는 부분변경을 거치며 더욱 높아졌다. 티구안을 타는 동안 나는, 다른 차가 전혀 아쉽지 않았다.

글 류민 | 사진 한상선 (스튜디오 Bee)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