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508 GT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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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 GT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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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은 푸조의 기함이다. 607의 뒤를 잇는 모델이지만 크기는 약간 작아졌다. 따라서 이젠 중형 세단에 포함된다.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볼보 S80이다. 일본산 중형 세단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세단과도 경쟁한다. 국내에서는 엔진에 따라 총 세 가지 모델로 나뉜다. 연료는 모두 디젤을 사용한다. 508의 주력 모델은 1.6L 엔진을 단 악티브다. 22.6㎞/L의 높은 연비가 특징이다. 2.0L 엔진의 알루어는 악티브보다 한결 경쾌하게 움직인다. 최상위 모델은 오늘 시승한 508 GT다. 2.2L 엔진을 달아 힘이 가장 좋다. 독특한 차이점도 있다. 하체 구조가 일부 다르다는 사실이다. 악티브와 알루어는 앞쪽에 맥퍼슨 방식을 쓰는 반면 GT는 더블위시본 방식을 쓴다.



겉모습은 큰 차이 없다. 모든 508은 반듯하게 빚은 차체와 날을 바짝 세운 헤드램프가 완성한 날렵한 이미지를 품는다. 상위 트림일수록 외모에 힘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푸조는 과도한 연출을 자제했다. 508 GT는 몇 가지 요소만 더해 상급모델임을 은근히 강조했다.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에 단 ´GT´라는 엠블럼과 18인치 5스포크 휠, 그리고 뒤 범퍼 아래로 고개를 내민 두 개의 머플러가 그 핵심 요소다. 


실내는 기함답게 고급스럽다. 이 역시 508 GT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508의 실내는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의 모델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트림에 따라 편의장비 차이는 있다. 스티어링 휠과 도어트림, 센터콘솔 등엔 고운 가죽을 씌웠다.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촉촉한 감촉이 아우디 못지않다. 구석구석 촘촘히 수놓은 바느질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물씬 낸다.  



조립완성도 또한 예사롭지 않다. 각각의 패널은 빈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치밀하게 맞물려있다. 센터페시아와 변속레버 주변을 힘껏 눌러봐도 소리하나 내지 않는다. 스티어링 컬럼에 붙은 시프트 패들과 모서리를 두툼하게 부풀린 시트는 스포티한 느낌을 낸다. 시동을 걸면 대시보드 위로 투명한 패널이 솟아오른다. 속도 등의 주행 정보를 띄우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대시보드 위쪽의 모니터는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을 품는다.


뒷좌석 역시 기함답다. 508은 607보다 110㎜ 짧아졌다. 하지만 실내공간은 오히려 넓어졌다.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와 폭이 각각 15㎜씩 늘었기 때문이다. 508의 뒷좌석은 성인 두 명이 편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옆 창과 뒤창엔 햇빛 가리개도 단다. 동급 경쟁자에게선 보기 힘든 고급 장비도 있다. 전 좌석 독립 공조장치다. 센터 콘솔 뒷면에 붙은 공조장치에서 뒷좌석의 좌우 온도는 물론 바람 방향까지 바꿀 수 있다. 트렁크 역시 넉넉하다. 골프백 3개는 꿀떡 삼킬 기세다. 뒷좌석 등받이는 6:4로 나눠 접힌다.



508 GT는 최고 204마력, 45.9㎏․m의 힘을 낸다. 경쟁자에 비해 탁월한 출력이다. 특히 최대토크는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가속 성능은 다소 평범하다. 508 GT는 0→ 시속 100㎞ 가속을 8.2초에 마친다. 가속 성능이 기대치를 밑도는 건 어디까지나 차의 성격 때문. 508은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매끄러운 주행을 하는 성격의 차다.


이런 성격은 발끝을 통해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가속페달을 살짝 다독이면, 차는 사뿐하되 부드럽게 튀어나갔다. 페달에 여유가 넘치는 만큼 운전도 쉬웠다. 물론, 원할 땐 힘을 즉각 쏟아냈다. 가슴이 턱 막힐 정도는 아니지만 도로의 흐름을 주도하기에는 충분했다. 탄탄한 뼈대와 관절 덕분에 고속 안정성도 상당했다. 



모든 푸조 모델이 그렇듯, 508의 진정한 가치는 손끝에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더블위시본을 채택한 508 GT의 경우 더욱 그랬다. GT의 거동은 악티브와 알루어에 비해 한층 더 부드럽고 날렵했다. 허리에 느껴지는 감각도 달랐다. GT는 마치 한 체급 큰 차처럼 든든하게, 또 한 체급 작은 차처럼 민첩하게 움직였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세단 주행감각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움직임을 뽐냈다. 왜 푸조가 GT에만 무겁고, 단가도 비싼 더블위시본 방식을 사용했는지 납득이 갔다.



국내에서 508의 위치가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했었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연비를 내세우는 악티브 외엔 508에 큰 매력을 못 느꼈었다. 악티브는 효율을 강조한 일본산 중형 세단과 경쟁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508 GT와 같은 모델의 존재당위성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직접 타보고선 생각이 달라졌다. 508은 일본산 중형 세단과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세단 사이를 파고드는 모델이다. 508 GT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세단과 비교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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