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one, 그리고 Lonely one - 현대 i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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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one, 그리고 Lonely one - 현대 i40
  • 김상혁
  • 승인 2018.03.3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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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이나 ‘단독’은 큰 힘을 가졌다. 모든 관심을 독차지하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끌어오는 힘이 있다. 그런 이유로 뉴스 기사에서 ‘단독’ 타이틀을 중시여기고 기업에서는 독점 계약에 사활을 건다. 하지만 ‘독점’과‘단독’ 두 가지를 모두 섭렵하고도 울상을 짓는 경우가 있다. 현대자동차 i40가 그런 경우다. 혼자서 쓸쓸하게 국내 왜건 시장을 이끌면서도 주목 받지 못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i4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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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왜건 시장은 해치백과 더불어 무덤으로 불린다. 그만큼 국산, 수입 가리지 않고 고전을 면치 못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 국산 모델로서는 i40만이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판매량도 초라하다. 지난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판매량을 봐도 350대로 월 평균 27대 정도가 팔린 셈이다.

i40는 왜건이라는 사실 때문에 소비자에게 외면받는다. 그렇다면 왜 국내 소비자들은 왜건을 선호하지 않는 것일까? 국내에서 왜건이 외면 받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존재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 꼽는 것이 디자인이다. 일반 세단을 길게 늘인 형태기 때문에 어설프게 디자인 했을 경우 괴기스럽게 보이기 일쑤다. 그렇다고 심플함이 지나치면 자칫 운구차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외모 때문에 외면하기에 i40는 꽤나 아까운 모델이다. i40의 스타일링은 왜건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단번에 깰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완성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정면에서 바라봤을땐 아반떼와 흡사한 모습이긴 하지만 자칭 ‘슈퍼 노멀’이라는 아반떼와 닮았다는 것은 그만큼 모난 곳 없이 무난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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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건 디자인에서 전면부와 후면부는 세단과 비교해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왜건의 이미지를 완성 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측면이다. i40의 캐릭터 라인과 벨트라인은 전면부에서 시작해 후면부로 상승하듯 이어진다. 단순히 길어보이기만 하는 왜건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흔적이다. 또한 도어 손잡이가 라인에 맞물린 점도 인상적이다. 길고 넓은 측면에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

프런트 휠 아치에서 시작된 벨트라인은 리어 램프까지 이어져 일체감을 줬고 이와 더불어 웨스트 라인과 윈도우 역시 사선으로 뻗었다. 후면으로 갈수록 확연하게 좁아지는 윈도우도 늘씬한 자태를 이루는 한 요소다. 과거 아반떼 투어링이나 크레도스 스테이션 왜건, 누비라 스패건은 일반 세단에 트렁크 공간만 이어 붙인 모습이었다. 그에 비하면 i40은 상당히 진보한 디자인을 갖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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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당신. 그렇다면 왜건에 눈을 돌려라

근래 들어 여행 관련 TV프로그램이 자주 방영된다. TV 속 여행자들은 대부분 SUV를 탄다. 종종 세단이 보이기도 하지만 왜건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여행에 있어서 왜건은 SUV만큼이나 유용한 차종 중 하나다.

애초에 왜건은 짐을 실을 수 있도록 된 마차에서 유래된 차종이다.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는 일반적인 중소형 SUV보다 많은 짐을 적재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SUV에 비해 차체가 낮기 때문에 짐을 싣고 내리기에도 수월하다. 특히 여가 활동 및 주말 캠핑을 자주 즐기지만 SUV 특유의 둔중한 조종성능과 높은 지상고에 거부감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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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i40는 553리터의 트렁크 용량을 지니고 있다. 실용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소형 SUV 쌍용 티볼리의 트렁크 용량이 423리터다. 대형 SUV인 3세대 싼타페(5인승 기준)의 트렁크 용량이 585리터인 점과 비교해봐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용량이다.

짐을 싣는 것만큼이나 민감한 게 승차감이다. 장거리 여행에서 승차감이 나쁘면 운전하는 사람은 물론, 동승자에게도 스트레스다. 힐링을 위한 여행길이 고행길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세단에는 미치지 않지만 왜건은 일반적인 승용차에 필적하는 승차감을 지닌다. 왜건은 기본적으로 같은 구조를 공유하는 세단형 승용차의 트렁크만 늘리는 개념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왜건은 승용차를 베이스로 길게 늘인 형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세단에 가깝게 설정된다. 또한 SUV에 비하면 낮은 차체로 승차감도 안정적이다. i40의 경우도 YF 쏘나타의 플랫폼을 사용한다. 또한 유럽 수출을 목표로 개발됐으나 국내에선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춰 하체를 부드럽게 다듬었다. 실용성과 더불어 주행감성까지 고려한 것이다.

i40은 디젤의 경우 1.7리터 직렬 4기통 엔진을 얹고 7단 DCT를 조합했다. 141마력의 최고 출력과 최대토크 34.7kg.m로 성능도 준수한 편이다. 2.0 가솔린은 6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하고 166마력의 최고 출력, 20.97kg.m의 최대 토크 성능을 지녔다. 성능도 성능이겠으나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한 구매 요건으로 인식되는 연비 역시 나쁘지 않다.

i40는 16인치 휠 기준으로 1.7디젤이 도심 14.3km/ℓ, 고속도로 16.9km/ℓ다. 복합 연비는 15.4km/ℓ이다. 2.0 가솔린은 도심 9.5km/ℓ, 고속도로 12.5km/ℓ이며 복합연비 10.7km/ℓ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여행과 장거리 이동을 하는데도 무난하다. 경제성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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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동차 업계는 SUV 열풍으로 세그먼트별 SUV 모델을 내놓고 있다. 특히 불모지였던 소형 SUV 시장이 커지면서 실용성, 경제성이 중요한 상품성으로 부각된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면 상품성이 겹치며 예비 구매자 마저 빼앗길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i40의 경쟁력이 강하게 어필될 수 있는 것이다. 외롭고 쓸쓸한 싸움을 이어가는 i40에게는 어찌되었든 고무적인 일이다. i40의 존재뿐 아니라 왜건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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