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208 1.6 e-HDi Feline 시승기
상태바
푸조 208 1.6 e-HDi Feline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1.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제네레이션(Re-Generation). 푸조가 208에 덧붙인 단어다. 개혁, 쇄신이란 뜻을 갖고 있다. 제조사는 제품에 말 붙이기를 즐겨한다. 하나의 단어 또는 문구가 제품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푸조의 의도는 간단해 보인다. 208은 이전 모델과는 전혀 다른, 혁신적인 모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푸조가 ‘다시’를 의미하는 Re와 ‘세대’를 의미하는 Generation 사이에 의도적으로 ‘-’를 집어넣었다는 사실이다. 이럴 경우 리제네레이션의 또 다른 뜻인 재건, 부흥이라는 의미가 강조된다. 


푸조는 프랑스에서 싹틔운 회사다. 역사는 200년이 넘는다. 장 프레드릭 푸조와 장 피에르 푸조 형제가 1810년 설립했다. 시작은 철강회사였다. 각종 톱날과 시계용 스프링, 우산살 등을 만들었다. 이후 커피 및 후추 분쇄기와 믹서기, 재봉틀 등도 제조했다. 몇몇의 생활용품은 아직도 생산한다. 특히 분쇄기가 유명하다. 1889년부터 이어온 모터사이클 사업도 건재하다. 현재는 금융, 물류 등의 사업에도 진출했다.

자동차 제조사로서의 역사도 만만치 않다. 푸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자동차 제조사다. 자동차 제작은 1889년, 창업자의 손자인 아르망 푸조가 주도했다. 첫 차는 증기기관을 얹은 ‘타입1’이었다. 자동차 제조사로 첫 발을 내딛은 야심작이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타입1은 지나치게 시끄럽고 진동도 심했다. 그러나 다음해 출시한 ‘타입2’는 달랐다. 독일 다임러의 가솔린 엔진을 얹어 한층 더 안정적이었다.


 [타입2]

아르망 푸조는 타입2의 성능과 내구성을 자부했다. 그래서 프랑스 발렌티니부터 브레스트까지 2200㎞가 넘는 거리를 왕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타입2는 아르망 푸조의 기대에 부응했다. 가볍게 완주에 성공해 푸조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푸조는 1894년에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최초의 자동차 경주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 경주를 계기로 푸조는 이름을 널리 알렸고 자연스레 주문도 쇄도했다.

1896년, 아르망 푸조는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을 위해 ‘푸조 자동차’를 정식으로 설립했다. 다임러와의 인연을 끊고 엔진 개발에도 나섰다. 이후 푸조는 자동차 경주를 통해 성장했다. 그런데 푸조의 전략은 조금 독특했다. 경주에서 명성을 얻은 다른 회사는 소수를 위한 고급 차를 생산했던 반면 푸조는 대중을 위한 작은 차를 생산하는데 주력했다. 서민을 위한 생활용품 등을 만들며 성장한 푸조다운 행보였다.


[Bebe]

1905년엔 이름마저 아기라는 뜻의 ‘베베(Bebe)’라는 모델을 출시했다. 설계는 부가티의 창업자, 에토레 부가티가 맡았다. 길이 2.7m, 무게 350㎏의 아담한 베베는 성능도, 인기도 높았다. 각종 자동차 경주를 석권하며 푸조의 명성을 더욱 높였고 세계 1차 대전 중에도 팔려나갔다. 베베는 전쟁으로 인해 긴박해진 경제상황 속에서 푸조를 구해낸 주인공이었다.

이런 푸조의 전략은 베베의 후속 모델인 201로 이어진다. 1929년 데뷔한 201은 208의 선대 모델이자 푸조 2시리즈의 시작점이며 앞쪽에 독립식 서스펜션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모델이기도 하다. 베베가 그랬듯, 201 역시 푸조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푸조는 뉴욕 발 경제 대공황으로 인해 유럽 경제가 박살났을 때도 201이란 효자 모델 덕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위-201과 202, 아래-203과 204]

201의 후속모델인 202는 라디에이터 그릴 안에 헤드램프를 집어넣은 파격적인 모델이었다. 하지만 세계 2차 대전으로 인해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이어 등장한 203은 높은 인기로 전후 푸조의 부활을 견인했다. 푸조 최초로 전륜구동 방식을 도입해 실용성을 한층 끌어올린 204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83년엔 푸조와 2시리즈 역사에 획을 긋는 205가 등장한다. 보수적인 스타일을 버리고 탄탄한 성능과 핸들링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웠다. 205는 기본기가 워낙 좋았던 탓에 ‘GTI’라는 고성능 모델로도, 랠리 경주 참가 승인을 위한 200대 한정 ‘205 T16’이라는 경주용 모델로도 가지를 쳤다.


 [위-시판용 205 T16, 아래-그룹B 경주용 205 T16] 

랠리 경주를 위해 태어난 205 T16은 일반 모델과는 많은 부분이 달랐다. 엔진을 차체 가운데 얹고 네 바퀴를 굴렸다. 차체도, 바퀴간 거리도 넓었다. 205 T16은 그룹B 클래스에 참가해 아우디, 란치아 등의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며 단숨에 우승을 차지한다. 그룹B는 랠리 역사상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클래스였기에 그 활약 역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205는 이후 14년간 520만대가 넘게 팔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후속모델인 206은 전작의 인기를 등에 업고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205를 넘어서는 매력은 없었다. 그 뒤를 이은 207도 마찬가지였다. 207은 실용성을 위해 몸집을 부풀렸었다. 스타일도 화려했다. 하지만 주행감각이 문제였다. 207을 두고 사람들은 205의 특유의 주행감각을 언급했다.


그러나 2012년 등장한 208은 207과 다르다. 208은 이전에 비해 7㎝ 짧아졌다. 너비와 높이도 조금 줄었다. 치열한 다이어트도 감행했다. 차체 앞 쪽엔 알루미늄 범퍼레일을 달고 하체와 내장재 등에서도 무게를 그램 단위로 짜냈다. 차체 곳곳을 레이저로 여민 것도 무게 감량에 한 몫 했다. 그 결과 208은 이전에 비해 최대 173㎏ 가벼워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