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자동차의 엔진들 중 그 스물 여섯번째 이야기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쉐보레의 머슬카, 카마로 SS에 탑재되는 엔진인 LT1 엔진을 다룬다.
스포츠카 콜벳과 머슬카 카마로의 V8 심장
쉐보레 브랜드의 스포츠카 콜벳과 머슬카 카마로의 심장으로 사용되는 GM LT1엔진은 GM이 1996년부터 도입하여 사용 중인GM의 LS계열 스몰-블록엔진(Small-block)의 5세대 제품군에 소속되어 있다. 이 엔진은 2014년부터 시장에 투입되어 이전의 4세대 엔진을 대체한다.
GM LT1 엔진의 실린더 헤드 및 블록은 모두 알루미늄 합금으로제작되어 있다. 이를 통해 대배기량 엔진이면서도 가벼운 중량을 지닌다.연료는 가솔린을 사용하며 92mm의 실린더 스트로크(행정길이)와 4.065인치(103.25mm)의실린더 보어(내경)를 가져,빅보어/숏스트로크 엔진의 형태를 띈다. 배기량은6.2리터(6,162cc)이며 11.5:1에 달하는 고압축비를 갖는다.
쉐보레 카마로SS와 콜벳에 탑재되는6.2리터 LT1 V8 엔진은 고전적인 푸시로드식 OHV(OverHeadValve) 밸브 트레인에 실린더 당 2개의 밸브를 사용한다. OHC 밸브 트레인이 일반화된 오늘날 이러한 구조를 사용하는 경우는 절대다수가 미국계 제조사들 뿐이라고 봐도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OHV 밸브 트레인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LT1 V8 엔진을 폄하하는 것은 금물이다. 물론 OHV는 기본적으로 매우 고전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현대적인 전자제어 기술을 적용하는 데 난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소배기량 엔진에서는 높은 효율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중~소배기량 엔진 분야에서는 일찌감치 퇴출된 바 있다.
하지만 5리터 이상의 대배기량으로 넘어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배기량 엔진에서는 상술한 OHV의 효율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이가능하고, 근래에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OHV 엔진의 수요가높은 미국 시장을 본 무대로 하는 미국계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당당하게 현역 생활을 하고 있다. LT1 엔진역시 그러한 현역들 중 하나다.
OHV 밸브 트레인은 OHC 엔진들이갖지 못하는 장점 또한 존재한다. 배기량에 비해 작은 엔진 크기와 단순한 구조에서 오는 신뢰성이다. OHV 엔진은 하나의 캠으로 모든 실린더의 흡/배기를 제어한다. 이 덕분에 실린더 헤드 상부에 캠축과 다른 기구들이 자리해야 하는 OHC 엔진에비해 헤드의 크기를 훨씬 작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같은 배기량의 OHC엔진에 비해 엔진의 전체 높이를 낮게 만드는 데 유리하다.
특히 대배기량 V형 엔진의 경우에는 같은 배기량의 OHC 엔진에 비해 보다 작은 크기와 낮은 높이를 지니게 된다. 스포츠카콜벳이 6.2리터의 대배기량 엔진을 보닛 아래에 품고도 세대마다 매우 낮은 보닛 높이를 유지할 수 있는까닭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또한 회전하는 부품의 수가 더 적고 밸브 관련 기구들의 구조가 OHC에 비해 더 단순하기 때문에 OHC 방식에 비해 더 높은 신뢰성을기대할 수 있다.
카마로 SS와 콜벳에 탑재되는 GMLT1 엔진은 기실 OHV 밸브 트레인 외에는 온갖 현대적인 기술들로 채워져 있다. 가솔린 직분사 기구와 더불어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Active FuelManagement), 가변 용적 오일펌프(Variable Displacement Oil Pump),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 등, 각종 최신 기술들이 적용되어 있다. 453마력/5,700rpm의 최고출력과 62.9kg.m/4,600rp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미국에서판매되고 있는 콜벳의 경우,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선택하면 460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64.2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카마로와 콜벳의 심장으로 쓰이고 있는 GM LT1 엔진은 6.0리터 이상의 대배기량에 OHV 밸브 트레인과 자연 흡배기 고성능V8 엔진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그 수가 얼마 남지 않은 현대적인 ‘아메리칸머슬’의 심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