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터널은 없다, 중국시장 부진 타파한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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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터널은 없다, 중국시장 부진 타파한 현대차
  • 윤현수
  • 승인 2018.05.0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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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중국 시장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3년, 현대차의 판매량은 5만 2천 대에 불과했고, 시장 점유율도 2.4%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빠른 속도로 판매량을 늘려오며 2006년엔 32만 대를 돌파하는 쾌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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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엔 현대차 브랜드만 따져도 토요타보다 높은 점유율을 자랑했었다. 특히 중국 자동차 시장이 200년대 중반부터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뤄오며 현대차 그룹 산하 브랜드들은 이에 맞춰 판매량을 무서운 속도로 끌어올렸다. 가령 2005년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산 판매량은 40만 대에 불과했으나, 10년 후인 2015년엔 무려 160만 대까지 치솟았다.

한때 그룹 합산 점유율이 두 자릿수를 넘나들며 중국 시장에서 호사를 누려왔던 현대차그룹은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무서운 성장세에 시장점유율을 야금야금 뺏기긴 했어도 170만 대까지 끌어올린 볼륨은 꾸준히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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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흔히 이야기하는 '사드 보복'을 이유로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극에 치달으며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공략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이러한 반한 감정은 '국가 호감도 조사'와 같은 설문조사를 통해 쉽게 체감할 수 있는데, 한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반응이 71%까지 치솟으며 중국에 있어 견원지간과도 같은 일본과 유사한 국가 감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한 감정이 극에 달했을 당시, 중국 내에서는 한국차를 팔고 특정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면 할인 혜택을 더 제공하는 등의 이색 프로모션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현대차의 연간 판매량은 110만 대 수준에서 78만 대까지 떨어졌고, 기아차는 65만 대 규모가 36만 대까지 크게 줄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심각한 판매 부진이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 그룹이 부진 타파를 위해 적극적인 프로모션과 신모델 출시 전략을 이행한 결과였다. 그야말로 눈물겨운 사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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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볼륨은 줄어들었으나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니 현대차의 월간 판매량은 지난해 12월 12만 대가지 끌어올렸고, 기아차도 5만 4천 대 수준을 보이며 판매 회복의 기미를 보였다. 그리고 14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과거를 이겨내고 지난 3월과 4월에 전년대비 판매량을 크게 증가시켰다.

2018년 4월,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은 10만 3,109대였다. 이는 전년대비 101.9% 높은 실적이었다. 실적 호조를 견인한 것은 역시 신모델들이었다. 현지에서 '링동'이란 이름으로 팔리는 아반떼가 시장에서 2만 대에 가까운 성적을 보인 것이 주요했고, 코나 (현지명 엔씨노)도 출시 첫 달부터 4,385대가 판매되며 실적 향상에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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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현대차 그룹이 올해 목표로 삼은 135만 대 수준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장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걸 이용하여 구형 모델들을 신형으로 둔갑시켜 시장에 내놓던 관행을 내버렸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신형 모델들을 빠르게 투입하는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드 보복이 부진의 주요 원인이긴 했어도, 현대차그룹 역시 크로스오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분위기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도 부진에 한몫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ix35나 즈파오, KX7, 엔씨노와 같이 급을 불문한 다수의 최신형 크로스오버들을 연이어 라인업에 추가시키며 부진 타파를 위한 빠른 신차 러시를 감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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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이 이토록 중국 시장 부진 타파에 사활을 걸었던 건 역시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자동차 시장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측은 이번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반등이 글로벌 판매 상승의 탄력 기점이 될 것이라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를 이유로 현대차그룹은 중국 내 사회 공헌활동을 더욱 강화하여 추락한 이미지 회복에 집중하며, 신에너지차 보급과 같은 정부 정책 중심의 모델 포트폴리오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아울러 지난해 신설한 제품개발본부와 빅데이터 센터 등을 중심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전용 차종 투입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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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터널을 지날 것만 같았던 현대차가 드디어 빛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터널에서 탈출하기 위한 더욱 빠른 발걸음을 시작했다. 반한감정이 주된 원인이라고만 판단했다면 부진은 결코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자사 제품력 저하를 인정하고 빠르게 신형 모델들을 대거 투입한 것이 부진 타파의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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